기사와 보도를 검증해야 하는 시대
채무와 부채의 차이, 그리고 왜곡
어디에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문구가 있다. ‘국가부채 2200조 원’. 국가가 지고 있는 빚을 의미하는 단어로 국가부채 외에 비슷한 뜻을 가진 ‘국가채무’라는 단어도 있다. 두 단어 모두 ‘빚’을 의미하는 단어인 채(債)가 들어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일상에서는 별도의 구분 없이 혼용해서 두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기왕 따진 김에 정확히 숫자로 말해보자.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21 회계 연도 국가결손보고서’의 내용에는 전년보다 2백1십4조7천억 원(10.8%)이 늘어나 국가부채를 2천1백9십6조4천억 원이라고 했다. 이중에서는 국가채무 9백6십7조2천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순간 헷갈릴 수 있다. 부채는 약 2200조원인데 채무는 약96조원이라니 이 무슨 말장난이란 말인가? 언론에서는 자주 오해를 불러내 국민과 정부내지는 국민간의 갈등과 논쟁을 만들고 국력을 소모하게 만든다. 언론에서는 부채를 기준으로 국민이 나중에 갚아야하는 떠안고 있는 부채가 1인당 4천3백만 원이라고 보도한다. 이런 내용들이 과연 사실인가? 사람이라면 의문을 품어야한다.
여기서 여기저기 끌려 다니는 개·돼지가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파악할 줄 아는 현자가 되려면 단어의 정의부터 명확히 알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채’는 무엇이고 ‘채무’는 무엇인가?’를 알아보자.
채(債)의 위치와 부(負), 무(務)의 글자차이는 있지만 똑같이 ‘빚’을 나타내는 단어인 채(債)를 사용하는 부
채와 채무의 차이치고는 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인가? 어려워할 독자를 위해 지금부터 설명을 해드리겠다. 정부(지방정부 포함)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국공채, 지방채, 차입금 등, 정해진 지급 시기에 정해진 이자와 금액이 반드시 상환해야하는 빚을 따지는 것을 ‘채무’라고 한다. 그래서 경제용어상 채권국(돈을 빌린 국가)과 채무국(돈을 빌린 국가)으로 구분은 해도 채권국과 부채국으로 나누지 않는다. 채무(務)에는 빚(확정된 빚)을 ‘반드시’ 갚아야한다는 의무(務)가 내재되어 있다.
반면 ‘부채’에는 반드시 갚아야하는 빚인 채무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같은 연금충당부채(비확정부채)까지 포함된다. 미래에 찾아올 재정적인 부담을 미리 인지하고 준비하기 위한 조치다. 어차피 정부가 책임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하기 때문에 미리 포함시킨 내용이다. 이들에게 지급해야할 연금지급액이 부족해지면 정부가 재원을 투입해야 하다 보니 재무제표에 부채로 표기할 뿐이다. 일반가계로 예를 들면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들어갈 비용을 양육비라 하지 빚이라고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재무설계 같은 분야에서 잠재적인 부채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계가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비롯해 초중고교육에 필요한 비용, 의식주비용같이 계속적으로 발생할 비용을 부채로 포함시키는 부모는 없다. 자식 많은 부모가 미래에 부담해야할 비용이 많다고 이를 빚으로 간주하고 신용 평가하는 금융기관이 있을까? 그 외에도 주택도시기금 청약종합저축처럼 가입하는 국민이 증가할수록 국민에 돌려줘야할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불어나는 부채도 있다. 정치인과 언론인 눈에는 이게 빚으로 보이나보다. 의도적으로 오해를 양산하는 언론사가 주변에 꽤 있다.
IMF(국제통화기금)같은 국제기구에서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측정하고 국가 간 비교할 때 국가채무만을 따지지 국가부채를 따지지 않는다. 국제표준(Global Standard)이 그렇다. 또 채무는 대부분 대외적인 부분이 많다면 부채는 채무를 제외한 나머지 중에 국민을 위해 국가가 짊어지는 금융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노후와 주택처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필요한 재정적인 부담을 안고 가는 경우까지 비난해야하나 싶다.
전 세계 200여개의 나라가 있지만 연금충당부채를 재무제표상에 국가부채로 표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13개국이다. 이스라엘, USA, 캐나다, 콜롬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스위스, 스웨덴,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잉글랜드만이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시키고 있다. 모두 OECD회원국이지만 총 38개 회원국 중에서 25개국은 국가부채에서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일부언론에서는 위에 언급한 13개국을 회계선진국 위주라 하지만 모두가 해당되지는 않는다. 실제 프랑스나 도이치, 일본, 덴마크, 벨기에, 오스트리아,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처럼 회계선진국으로 치부될 수 있는 나라들 중 연금충당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언론사의 명명백백한 오보고 왜곡이다.
금융기사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어렵고 기사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자료의 출처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게 일반 독자에게는 어렵다는 것을 언론사들은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는 자신들이 내놓은 보도와 기사를 검증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언론사의 억지주장을 위해 각색된 자료를 기초로 작성된 기사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왜곡한 기사에 대한 부끄럼도 없는 언론사들은 지금도 버젓이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 오해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사과도 없다. 독자가 똑똑해져야한다. 여러분의 올바른 금융지식을 만들기 위해 오늘은 드라마 말고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가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뉴스와 신문 말고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느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