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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May 30. 2024

궁지에 몰려 폭로된 국정 마인드

궁지에 몰인 쥐가 진실을 말하다.

 궁지에 몰려 폭로된 국정 마인드






 4월 10일에 치러진 총선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각 당이 얻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한 의석수는 지난 총선과 비슷하게 보이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다르다. 선거에는 암묵적으로 ‘여당 프리미엄’이라는 게 존재한다. 지난 총선(21대)에서 절반을 넘어선 의석을 얻었던 당시의 여당은 프리미엄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며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이번 총선(22대)에서는 여당은 프리미엄이라는 게 있어 그나마 100석이 조금 넘는 결과를 가져왔다. 프리미엄이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맞이한 야당의 승리는 현직 행정부 윤 수반의 국정 수행 능력이 부실하다고 판단한 국민적인 여론이 만들어낸 선거 결과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정계에서는 서로의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 가운데 이번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준 행정부 수반이 민심의 무게감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혔다는 언론보도가 최근에 있었다.






 선거 직후에 열린 국무회의의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발언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반성보다는 푸념에 가까운 내용들로 채워졌다. 정부는 그동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집중해서 물가를 관리하는 데 노력했다고 서두에 밝혔다. 이후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어려운 국민을 도와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고 말하며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경청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기까지가 총선을 바라본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평가를 담은 것이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자신은 노력할 만큼 했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내용을 채워갔다.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을 했으나 ‘서민의 삶을 개선하기에는 부족’했다거나 부동산과 관련된 법의 폐해를 바로 잡고 집값도 낮췄으나 ‘주택을 소유하기가 어려운 많은 세입자의 상황까지 세밀하게 살피지는 못했다.’는 식이다. 






정리하자면 여러 가지 정책적인 시도서민이 아닌 가진자를 위해 했으나 서민을 위한 정책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주요 정책의 대상이 일반적인 다수의 국민이 아닌 소수의 기득권층이라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다수보다는 소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케한다. 






 더불어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거나 ‘원전 생태계를 회복’시키는데 노력했다는 식으로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해 겸허한 모습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나열만 하며 총선의 결과에 억울해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더군다나 윤 수반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구조적인 개혁’을 멈출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은 이번 총선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가 해왔던 일에 제동을 걸으라고 분명한 의사 표현을 정부에 했다. 그런데도 행정부 수반은 민심이 나타난 결과와는 관련 없이 기존에 해왔던 대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자신의 의지를 명확히 밝히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총선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쇄신을 요구한 국민의 여론에 정면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는 대선, 총선, 지선이라는 큰 선거의 결과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나라를 움직이는 행정부의 수반이 이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국무회의에 모인 국무위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는 언론을 통해 다시 국민에게 전해져 새로운 공분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국민의 지지를 얻은 제1당이 내세웠던 여러 정책 중에서 대국민 지원금에 대해 무분별한 현금지원이 포퓰리즘이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경제적인 포퓰리즘은 국가의 미래를 망치고 정치적 집단주의나 전체주의에 상통할 뿐만 아니라 마약과 같다는 거친 표현을 서슴치않았다. 선거 결과를 여당의 패배로 이끌어간 장수가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의기소침 없는 당당함을 보여주며 패기로워 보이나 자칫 시류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우둔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어 애처롭다. 그러나 대국민 지원금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 거래가 유지되도록 떠받치기 위한 경제적인 정책이라는 것을 알 정도의 식견을 윤 수반이 갖추지 못했으니 이는 대한민국의 명운이 어두워지는 것이라 안타깝다. 






 수반은 정부의 행정을 변화시키는 데 노력했다고 발언하였다.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 것이 행정의 변화에서 온 결과물인지가 궁금하다. 과연 정부의 정책과 행정의 방향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윤 수반은 정부의 노력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세입자, 서민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고 자백했다. 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발언 내용으로 인식할 수 있으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반 스스로가 그동안 정부의 모든 행정력을 소수의 기득권을 위하는 데 사용했다고 자인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90% 이상인 상당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집 없이 사는 세입자, 서민이다. 






 다수의 국민을 안전과 권익을 위하고 소수의 의견도 돌봐야 하는 게 정치라는 기본적인 의식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에 발을 디디고 행정부의 수반이 되다 보니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겸손보다는 자신이 노력을 나열하는 데 급급한 것이다. 그래서 하는 발언마다 이치와 철학이 내재 된 의연함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기보다 잘못된 방향의 고집에서 나오는 옹졸함과 선민의식에서 나오는 착각을 결과물로 내놓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나라의 정부가 민심을 무시하여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국민 의사가 표현된 대선이라는 시스템을 매개로 당선되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 수반이 총선이라는 시스템을 매개로 국민이 표현한 의사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이번 총선에서 보인 민심의 결과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빙하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되돌아보며 수정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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