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제대로 된 장수를 원한다.
금융시장은 제대로 된 장수를 원한다.
금융은 사용자들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고 시장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자유를 누리다가 방종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한 방종들이 겹치면서 ‘DLF의 손실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는 금융 감독기관의 의식이나 관점의 행태가 얼마나 무책임한지 잘 보여주는 기사가 올라왔는데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21일에 국회에서 열렸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들이 일종의 갬블을 만든 것이라고 말하면서 금융회사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금융회사들의 책임은 당연한 것이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그러한 금융기관들을 관리·감독하라고 만든 금융감독원은 정작 제대로 된 업무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것 하나하나 들여다 볼 수 없었겠지만 감독기관의 장(長)으로서 금융회사들이 만든 갬블에 금융소비자를 노출시킨 책임을 지고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표명만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한 발언은 그 자리에 초등학생을 앉혀놔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오랜 시간 쌓은 지혜와 경험을 통해 금융이 발전하고 시장의 안정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인데 정작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공개된 국정감사장에서 감독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의 잘못만을 지적하는 모습이 과연 한 국가의 금융을 책임지는 몇 안 되는 기관장 중 한사람으로서 보여줄 모습이었을까 싶다.
조선비즈에서는 은행에서 각 지점들의 성과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지표인 KPI가 은행의 본래 목적인 예·적금이나 대출이 보다는 보험이나 펀드와 같은 판매수수료가 있는 상품에 치중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비이자 이익으로 취급되는 판매수수료가 있는 상품들은 은행의 영업이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은행에는 언젠가부터 보험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구가 따로 만들어져서 운영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안전지대로 인식되던 역할을 은행들 스스로가 버린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이 정하는 KPI를 자체적으로 만드는데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게 지나쳐 보일 수 있어서 조심했다고 하지만 관리되지 않는 자유는 방종일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그들의 스마트한 업무보다는 안정된 고용을 기반으로 월급만 받아가는 ‘철밥통’으로 전락했다.
규정을 세우고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금융 감독기관들이 ‘관리감독은 지나친 개입으로 보일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는 논리로 금융 업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 은행들이 알아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KPI를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금융계의 수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과연 설마 혹시 진짜로 생각하고 믿고 있는 것일까?’
순간적으로 현실의 상황을 돌아봤다. 오늘도 우리는 금융소비자들의 돈을 노리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에게만 노출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들에게 책임과 잘못을 돌리고 지켜만 보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무관심에도 노출되어 있다.
그런 그들에게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국회의 무식함과 ‘귀찮니즘’에도 노출되어 있다. 금융 감독기관들은 ‘어제도(2008년)’ ‘오늘도(2019년)’ ‘내일도(2028~29?)’ "금융당국도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앵무새 ‘였다.’ ‘다.’ ‘일 것이다.’ 신중한 것도 좋고 관련 책임자들의 엄중한 처벌도 좋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잘못된 방향과 판단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중간에라도 잘못됐으면 수정할 줄 아는 정책적인 판단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문득 ‘금융회사들의 KPI와 같이 금융 감독기관들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항목들은 어떤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제발 바라는 것은 그 안에 ‘덜 개입하고 관심을 덜 갖는 쪽’의 내용이 담긴 항목에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제대로 일하는 금융 감독기관을 원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는 금융 감독기관을 원하기 때문이다.
잊혀진 계절이지만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미 잊혔지만 우리은행에서는 2005년 늦가을인 11월부터 ‘파워인컴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덕분에 은퇴한 퇴직자나 고령자와 주부들이 많이 가입했다. 2277명의 소비자는 1506억 원의 펀드를 매입했고 은행은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에서 발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08년에 터지면서 시작되었다. 이 상품의 만기 수익률이 각각 96.07%, 90.38%를 기록했는데 ‘+’가 아닌 ‘-’이었다. 당시에 예측할 수 없는 사태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고 했지만 내용을 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임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금융과 관련한 인지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기본적인 국공채 수익률에 추가로 금리를 더 얹어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으로 설명하며 안정된 형태의 금리상품으로 금융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지루한 법정공방은 5년이라는 세월을 덧없이 흘려보냈고 소비자들은 가입한 시기에 따라 원금을 기준으로 20~40%정도 사이에서 회수하는데 그쳤다. 결국 적게는 60%이상에서 많게는 80%까지 많은 금액을 손실 보게 된 것이다.
2008년을 장식하는 금융사건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키코 사건’은 원·달러 환율이 상품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미리 정해놓은 환율이 적용될 수 있어 자금에 여유가 없고 환율에 민감한 중소 수출기업들이 환헷지를 위해 가입한 파생상품이었다.
문제는 상품에 가입할 때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던 옵션이 숨어있었다는 것이다. 옵션에는 원·달러 환율이 약정 범위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을 무효로 하는 단서를 달았는데 반대로 환율이 약정 범위에서 한번이라도 벗어나 상승을 하게 되면 환율이 상승한 만큼의 2~3배를 가입자가 지불했다. 더군다나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를 넘을 경우 2년 동안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고 상한선이 없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말 그대로 자신들이 불리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자신들이 유리하면 2년간 해지할 수 없도록 묶여있어야 하는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원·달러 환율을 위로 올려주었고 은행이 기업들을 묶어둔 덕분에 은행은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여기에 기업들은 수출이 잘 되더라도 은행에 돈을 고스란히 가져다 바쳐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흑자부도와 흑자도산이 줄을 이었다.
2010년 6월에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의하면 키코가 모셔온 파장덕분에 675개나 되는 수출기업은 3조 2247억 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그중에서 버티지 못한 78개 기업들의 성적은 화려하다. 부도가 나거나 폐업을 했고 그나마 사정이 나으면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등으로 이어졌다. 감독기관이 은행에서 다양한 파생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은행에서 터진 DLF, DLS사태를 새로운 계기를 삼고 은행은 예금과 적금, 여신을 비롯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사모펀드를 포함하는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전면 금지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금융 감독기관들은 은행들이 상품판매에 대한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부분과 자신들의 대한 책임에 대해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은행이 사모펀드를 포함한 각종금융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전면 금지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경우를 폭넓게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나이가 드셔서 사리판단이 흐려진 것인지 아니면 특정 부류의 이득을 챙겨줘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은행에 대해 일관성 있는 입장을 펴는 금융위원장님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계속된 피해에 노출되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조용하고 있는 자칭 '국민들의 대변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금융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은행이 나라에서 법으로 예금자보호를 해주는 금융상품을 파는 안전한 금융기관이다. 그러한 기관에서 맡긴 돈의 95%이상이 손실로 돌아오는 금융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은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금융 감독기관들은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상황판단을 하고 있다. 고위험군의 금융상품을 만드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러한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박혀있는 은행에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은행원들에 의해 판매되는 현실이 문제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갬블은 도박으로 해석된다. 도박은 ‘강원랜드’와 같은 허가된 장소에서만 해야 한다. 그래서 도박을 온라인에서 하는 것은 불법이기에 ‘불법 도박 사이트’라는 말이 생겼다. 만약 은행들에서 판매한 상품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말 한대로 갬블이라면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들의 개인정보인 핸드폰번호로 단체문자를 돌려가며 도박을 권유한 것이 되고 소비자들의 자산관리를 한다고 자처하는 은행은 한 낯 상품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세일즈 업자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고 이번 일이 잊히게 되면 은행은 우리에게 다시 도박을 권할 것이다. 누군가는 여기에 또 속게 되고 피해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더 이상의 고집을 피우지 말고 금융소비자를 위해 자신의 부족한 자격과 능력을 스스로 증명한 은행에게 그들의 능력을 벗어난 금융상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도와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이러한 일이 또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번에도 넘어간다면 10 전에 일어났던 일이 지금 또 벌어졌듯이 10년 후에도 같은 일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