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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ETEL Apr 24. 2019

슬리포노믹스: 잠이 돈을 버는 시대

'꿀잠'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시죠? $$$  

슬립포노믹스(Sleeponomics)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와 권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만인이 공통적으로 하는 행위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수면'을 꼽을 수 있다. 잠 앞에서는 지구 최고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도, 148조의 자산을 가진 아마존(Amazon) 창업자도, 지리산 자락에서 농사를 짓는 우리 할머니도 모두 평등하다. 길고 짧음의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잠을 자지 않고는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8시간을 자는 것이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고 밝히고 있다. (출처: The Times)


수면은 생명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어 인류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인간은 모두 잠을 자기 때문에), 비로소 최근에서야 수면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현대인들이 숙면을 위해 돈을 많이 쓰면서 수면 산업이 성장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수면 시장의 유망성과 성장성을 담아낸 용어라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잠은 돈이 된다. 연신 '수면의 중요성'을 외치는 언론 보도와 함께, 일상에서 누적된 피로에 항상 잠이 고픈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숙면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알겠지만,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잦은 뒤척임과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등의 수면 습관을 갖고 있다면, 잠을 오래 자도 늘 피곤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렇듯 수면이 곧 삶의 질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잠에 더욱 신경쓰게 된 것이다.   



수면 시장이 커지는 데는 수면 장애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출처: 서울신문)


슬립테크(Sleep Tech)는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푹 자는 효과, 이른바 딥슬립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등장하게 되었다. 슬립테크는 말 그대로 기술력(Tech)을 활용하여 수면(Sleep)을 돕는 것을 말한다. 수면 베개, 안대, 잠옷 등 다양한 수면 관련 제품에 IT, IoT, 빅데이터, 헬스케어 기술 등을 접목시켜 수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한다. 이제 막 시장성을 인정받은 분야인 만큼, 기업들이 수면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2007년 설립된 핏빗(Fitbit)은 화웨이(Huawei), 애플(Apple)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웨어러블 기업으로서, 기기를 팔찌처럼 손목에 감으면 하루 중 걸음수, 심박수, 오르내린 계단 수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을 측정하여 수면 효율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은 2017년 핀란드의 수면 측정 기기 개발 업체인 베딧(Beddit)을 인수하여 자사에서 없었던 수면 모니터링 기능을 추가하여 선보이고 있다. 침대 시트 밑에 베딧의 수면 패드를 깔면 앱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중 움직임, 심장박동, 호흡 등을 인식하여 분석해준다.



핏빗(Fitbit)은 사용자의 수면 품질을 측정해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https://blog.fitbit.com/sleep-study/)


베딧(Beddit)은 침대 밑에 설치하는 패드를 통해 사용자의 수면 환경을 측정하고, 이를 앱으로 분석하여 보여준다. (출처: https://www.beddit.com/)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세계최대가전박람회)에서도 '편안한 잠'을 주제로 필립스(Philips), 핏빗, 유어고테크(URGOTECH) 등 글로벌 기업에서 최신 수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전시해보였다. 

(▲ 다양한 슬립테크 제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곳을 통해 볼 수 있음 - 영어 주의!)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슬립테크 기업 핏빗과 베딧을 품은 미국의 경우, 2016년 약 20조 원이었던 수면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4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높아진 소득 수준으로 삶의 질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중국에서는 38조 원, 고령화 이슈와 독특한 발명품으로 잘 알려진 일본에서는 9조 원 규모의 수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출처:http://news.mt.co.kr/mtview.php?no=2018100515371685980).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올해 2~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슬리포노믹스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수면 제품 및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침구&침실 스타일링' 구매 페이지를 기획하여 10만여 종의 수면 보조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멀티플렉스 CGV 여의도 지점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시적으로 낮잠을 잘 수 있는 '시에스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티켓 가격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음료와 담요, 슬리퍼 등이 제공된다. 침구 브랜드 이브자리는 '슬립앤슬립'이라는 개인 맞춤형 수면 전문 브랜드를 런칭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의 다양한 기능성 수면 제품을 전시하며 고객들의 수면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6&aid=0001413035

(출처: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8/08/488667/)


실제로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침대 매출은 2014년 3%에 불과했지만, 2018년 14.7%로 매출 신장률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안락한 수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대변하고 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의 '무스버거'라는 브랜드의 경우 베개 제품만 65~80만원에 호가하는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수면과 휴식을 위한 카페 역시 늘고 있다. 신한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수면ㆍ힐링카페의 분기별 카드 결제액이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결제액 평균 성장률이 1년 만에 135%를 기록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건강과 삶의 질, 마침내 수면까지 관심을 두기 시작했음을 입증하는 결과이다.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6&aid=0001518546)

 

신생 기업들이 역시 슬립포노믹스 흐름에 따라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앞서, 슬립테크(Sleep Tech)라는 용어에서 봤듯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IT 기술을 접목한 수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수면 환경을 최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조명등, 사용자의 체형에 가장 적합하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되는 매트리스,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백색 소음을 내는 로봇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사물과 연동된 IoT 형태로 나타나는 게 가장 일반적인 슬립테크 제품의 유형이다. 슬립테크의 가장 선두에 있는 핏빗과 베딧도 각각 2007년, 2006년에 설립되었을 정도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슬립테크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슬립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6개월 차에 접어든다. 업무 중 (당연하게도) 수면과 관련된 리서치를 할 기회가 꽤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수면 카페'처럼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수면 이야기와 수면 관련 문화콘텐츠, 수면 관련 상품 정보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거듭된 실패로 일정이 늦어지고, 마음만 초조해지는 제품 개발 과정(하지만, 그 끝은 대성공이길 바란다!)도 함께 연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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