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그리워하며 생각하다.

화이트데이. 결혼을 한 달 앞둔 예비 신랑 경찰관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 그리워하며 생각하다.


“오늘 공업탑에서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관이,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팔이 끼인 채 끌려가다 안타깝게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뉴스는 정말 그뿐이었다. 너무 짧았다. 그의 사고 소식을 딱 잘라 말해주기에는 충분했지만, 그날 그가 얼마나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행복하였는지를 전해주기에는, 너무도 짧았다. 더 미안하게도 우리 역시 그를 너무 쉽게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업무 게시판의 3월의 순직자 명단란에 오른 김 모 경장의 이름을 발견하고서야, 동료 경찰들인 우리들은 "아~!" 하며 그를 떠올렸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미안해서, 그를 기억하기 위한 조그마한 행사라도 진행하려고 먼저 대구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그전에 김 경장의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몸 바쳐 희생했는데도, 조직은 당신의 아들을 까맣게 잊을 수 있었냐며, 그 섭섭함을 토로함에는 더욱 면목이 없어졌다.


그래, 잊지 말았어야 했는데...


2005년 3월 14일 화이트데이. 그날은 참 햇살도 예쁘게 화사한 봄날이었다.


결혼을 한 달 앞둔 김 경장은 교통 외근 근무 전, 예비신부에게 줄 하얀 박하사탕이 예쁘게 담겨있는 선물 바구니에서 얼른 막대 사탕 하나를 꺼내어 가만히 입에 물었다. 입안 가득 달콤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함빡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평생 함께 이렇게 달콤하고 행복하기만을 꿈꾸었다. 며칠 전 웨딩화보 촬영을 하면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수줍어하던 그녀가 어찌나 이뻐 보였 던 지, 오늘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내일 그녀를 만나면 근사하게 프러포즈를 해야 할 텐데, 그런 행복한 걱정도 하면서, 씩씩하게 야간 교통 근무지로 나섰다.


하지만 그 몇 시간 후, 입안의 그 달콤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김 경장은 도주하는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팔이 끼여진 채로 수 백 미터를 끌려가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내팽개쳐졌다. 예비 신부에게 전해줄 주머니 속 하얀 박하사탕도 붉은 피로 차갑게 물들어져 부서지고 말았다. 행복을 꿈꾸었던 그 아름다운 청춘이 그렇게 덧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를 하얀 벚꽃잎이 그의 슬픈 넋이라도 위로하듯 흐드러지게, 그해 봄 내내, 덮어주고 또 덮어주고 하였다. 그리곤 김 경장은 우리 기억에서 잊혀 버렸다.


그 후 8년이 지난 봄날, 그리고 화이트데이. 김 모 경장의 묘석에는 매년 누군가가 갖다 놓은 듯, 그 해에도 어김없이 하얀 국화꽃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국화꽃 외에 빛바랜 사진도 함께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예비신부와 함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 모 경장의 따뜻하고 환한 미소가 차가운 빗물에 젖고 있었다. 달콤했던 추억도, 영원히 행복하자던 약속도 그렇게 같이 빗물에 씻겨 가버렸다.


마지막 사진의 사연을 한숨으로 토하듯 이야기할 때, 김 경장 아버님의 눈은 핏발이 선 듯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핏발은 그날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너무 쉽게 그를 잊고 살았음에 다시 한번 그에게 미안하고, 유족에게 죄송스러웠다.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희생도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순직 경찰관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사랑하는 이들과 늘 행복하게 살고 싶은 그런 소박한 마음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 소박한 마음들이 진정한 용기를 내어 시민을 위해 아름답게 희생하였음을 가슴 아파하며 기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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