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누워*

by hechi

경동시장 외곽 빌딩숲 사이에 키 작은 벽돌 건물 옥탑방 빨랫줄 위로 겨울 추운 햇살 몇 조각이 든다


수건 몇 장 레이스 달린 여자 옷 한 벌이 바람에 떨며 조각보에 수를 놓고 있다, 나는


맞은 편 제기파출소에서 생계를 배달하고 수금을 기다리며 섰다 매번 맑은 목소리로 축일 것을 건네는 여자 순경은 어떻게 봐도 마음이 곱다, 며칠


전 새벽에 창밖이 이르게 환하길래 눈이 내리는구나 하고 잠깐 마당에 나가 그것들이 세상에 닿는 소리를 들었다 침묵의 발성은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다, 같은


날 아침 출근길 차 속에서 하얘진 거리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눈의 신비가 눈에 퍽 익숙해지고


겨울 한 복판

추운 하늘에

곡선을 그으며

날으는 것들, 위로


반짝이는 겨울


나는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는 말을 적고, 너는


조금씩 일러지는 아침과 조금씩 길어지는 서쪽 하늘과 그리고 다음에서 다시 만나자며 1월이 자신의 끝에서 뒤를 돌아보고 있다


*강아솔_겨울에 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