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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Jun 01. 2021

아직 끝나지 않은 태민의 여정

Writer. 쪼꼬
ⓒ SM엔터테인먼트

태민은 4월 19일 ‘13년간 고마웠어요’라는 제목으로 V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5월 31일 입대를 알렸다. "입이 잘 안 떨어진다. 얼마 전에 뭔가 공백기가 생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쩔 수 없이 여러분들과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공백기가 생길 것 같다. 공백기가 생기는 게 아쉽고 속상한 일이지만, 나의 1막과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는 느낌"이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지만 결국 눈물을 보였다. 


샤이니 활동으로도 정상에 올랐지만, 후배 가수들이 롤모델로 꼽을 만큼 탄탄한 솔로 커리어를 가진 태민은 5월 19일 새 앨범 ‘Advice’를 발매로 그의 1막을 완전히 마무리했다. 어느 성장소설 혹은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끝없이 성장해 온 태민의 첫 홀로서기부터 자의식을 엿볼 수 있는 최근 작품 중 특히 더 눈에 띄는 활동 4개만 추려서 살펴보기로 했다.


< ACE > (2014) : 모두의 마음을 훔친 괴도
태민 '괴도 (Danger)' MV ⓒ 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에서 태민이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2011년 ‘Sherlock’ 활동을 통해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음에도 대중은 그를 아직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했던 16살의 태민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민은 귀여운 이미지에 밝은 분위기로 솔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따르는 대신 ‘괴도(Danger)’를 통해 그 편견에 맞서고자 했다. 특히 진한 화장과 슈트, 검은 머리에 파마까지 한 모습은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듯한 인상을 자아냈다. ‘Like a Michel Jackson’이라는 안무가의 말처럼 혼자서도 완벽히 무대를 소화하며 솔로가수 태민을 확실히 각인했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 엠넷의 <4가지 쇼>에 출연해 밝힌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주겠다”라는 당찬 포부가 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가수로 꿈꿔온 날로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바라왔던 것들이 있었다.”라는 재킷의 문장처럼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타이틀곡 ‘괴도’뿐만 아니라 < ACE > 앨범 전반이 그의 성장을 조명한다. 그 아래엔 아직 크레딧에서는 살펴볼 수 없는 태민의 자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태민은 ‘Ace’의 무대를 기획하면서 안무가에게 '이번엔 진짜 아예 여자들이 좋아할 수 있게 짜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절친 카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Pretty Boy’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종현이 쓴 ‘항상 예쁘게만 바르게만 보여도 / 세상 착하게만 여리게만 보여도’라는 가사로 대중의 편견을 꼬집고 ‘널 위한 순진한 척 꼭두각시는 해줄리 없지’라고 앞으로의 방향을 예고했다.


많은 후배 아이돌이 그를 롤모델로 꼽고, 솔로가수 태민의 시작이 ‘괴도(Danger)’인만큼 커버무대도 눈에 띈다. 바로 작년 엠넷 <로드 투 킹덤>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무대인 더보이즈의 무대다. 이들은 방송에서 선보인 무대 중 가장 어려웠다고 꼽기도 했지만 태민이 라이브에서 더보이즈의 퍼포먼스를 칭찬한 걸 전해듣고 “그때 단톡방이 난리가 났었다”라고 밝혔다. 



< MOVE > (2017) : 무브병과 젠더리스
태민 'MOVE' #1 MV ⓒ SM엔터테인먼트


모두 2017년 유행했던 ‘무브병’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우아한 손짓과 은근한 눈빛’이라는 ’MOVE’의 노랫말처럼 가볍게 리듬을 타는 듯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안무를 보고 혼자 치명적인 척 혹은 요염한 척을 하게 되는 병이다. 실제로 SNS에는 전복죽을 야릇하게 먹거나, 반쯤 감긴 눈으로 빨래를 너는 모습이 올라왔고 많은 방송인과 아이돌 역시 무브병을 호소했다.


‘MOVE’는 솔로 태민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하는 역할을 했으나, 사실 회사에서 추천한 타이틀곡은 아니었다.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소속사는 ‘Love’를 타이틀곡으로 추천해주셨으나 노래들을 들어봤을 때 저를 보여주기 가장 좋은 곡이 'MOVE'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제 퍼포먼스와 달랐기 때문이다. 힘을 줘서 열심히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좀 더 여유로우면서, 시도하지 않은 색깔을 해보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규 1집 < Press It >보다 크레딧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반을 대하는 주도적인 태도는 기획과 아티스트 간의 거리를 좁혔다.


일본 안무가 스가와라 코하루와 여성 댄서 팀과 함께 작업한 젠더리스적 퍼포먼스는 ‘MOVE’의 가치를 더 높인다. 절제된 움직임으로 몸의 선과 근육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집중한 안무는 그의 말처럼 “남성적 움직임과 여성적 움직임을 안무에 혼합”하고 있으며 민소매 상의를 시그니처 삼아 드러낸다. 태민은 데뷔 이후 여성적 혹은 중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를 거부하지 않고 안무로 소화해낸 것이 인상적인 지점이다. 특히 많은 남성 아이돌이 아직도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은 진보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태민의 솔로 커리어에 방점을 찍은 ‘MOVE’ 역시 후배 아티스트들이 사랑하는 곡이다. 특히 최근 엠넷 <킹덤>에서 SF9이 선보인 무대가 가장 화제가 되었다. SF9의 멤버 유태양은 “성숙하고 농익은 느낌의 섹시를 표현해보자”라며 ‘MOVE’를 제안했다. 이들이 꾸민 무대에서는 태민의 젠더리스적인 색은 지워졌지만 ‘Good Guy’에서 보여주었던 섹시함에 관능을 더해 큰 호평을 받았다.



< Never Gonna Dance Again > (2020) : 새로 태어난 태민의 이데아
태민 'Criminal' MV ⓒ SM엔터테인먼트


작년, 태민은 정규 3집 < Never Gonna Dance Again >의 정식 발매에 앞서 프롤로그 싱글 ‘2KIDS’를 발매했다. 직접 작사한 가사는 ‘어리고 멍청한 서툴렀던 맘 / 꽉 안아 줘 유난히 서럽던 / 그날의 너와 날 너와 날’이라며 솔직하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다가온다. 그동안 퍼포먼스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 ACE >와 < MOVE >를 비롯한 활동을 거치며 솔로 가수로서 저력을 증명한 그가 앨범의 제목부터 ‘다시는 춤추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은 그 자신을 완전히 바꾸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선언이며, 정규 3집을 ‘터닝포인트’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퍼포먼스 가수라는 인식이 강한 그가 프롤로그 ‘2KID’에서 무대에 중점 두는 대신 보컬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며, < Act 1 >의 ‘Criminal’ 역시 변화의 의지를 대변한다. 태민은 주제가 뚜렷하지 않은 가사에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소재를 직접 제시했으먀 뮤직비디오 감독을 직접 섭외하고 콘셉트나 의상, 헤어, 메이크업 결정 과정까지 함께했다.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 Act 2 >의 타이틀곡 ‘이데아(IDEA:理想)’까지 이어졌다. 타이틀곡은 여전히 치열한 내면의 투쟁을 담고 있으나 음반 전반에서는 또다른 도약에 도움을 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웬디와의 듀엣 'Be your enemy'에서는 위로의 메세지를 전하고 태민이 작사한 ‘안아줄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결핍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자아의 성장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면까지 감싸 안은 음반은 그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만들었다.



< Advice > (2021) : 타인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는 주관
태민 'Advice' MV ⓒ SM엔터테인먼트

군입대를 앞두고 발표한 신보 < Advice > 역시 진정한 자아를 쫓고 있다. 특히 태민이 작사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사가에게 의도를 충분히 전했기 때문에 ‘누가 뭐라든 마이웨이’라는 첫 소절부터 그의 주관이 느껴진다. 덧붙여 태민은 < GQ 코리아 >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마다 각자의 주관이 있잖아요. 저는 물론 그런 생각도 존중하지만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밝혔는데 조윤경 작사가는 이를 토르소에 비유해서 표현했다. 초현실주의 사진에서 토르소는 폭력적인 시각적 공격이 가해진 신체이자 중력에 굴복하거나 왜곡된 시각에 포착된 신체로 해석된다. 이에 태민은 ‘네가 쫓던 토르소를 부숴대 난’이라고 자신을 가둔 편견을 깨부순다. 사운드도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트랩 비트와 피아노 선율 위에서 빠르게 싱잉랩을 하기도 하고, 후렴구는 가성과 콰이어 코러스만으로 구성했다.


스타일링 역시 파격적이다. 머리를 단발로 붙였으며, 망사스타킹, 브라탑, 크롭 후드 등 성별에 얽메이지 않았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천으로 만든 가면으로 가렸으며, 팔을 검게 칠한 것 역시 파격적이다. 준비 시간이 짧았음에도 마지막까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역시 태민이다’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태민의 말처럼 그의 1장이 끝났을 뿐이다. 자의식을 확립한 태민이 2장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리게 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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