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스오브라이프 콘서트 후기
WRITER 블루
지난 10년간 한 아이돌 그룹만을 좋아해 온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룹이 생겼다. 그 주인공은 바로 키스오브라이프. 최근 K-POP 시장 내 걸그룹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걸그룹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했기에 콘서트를 갈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제법 특별한 계기로 콘서트를 가게 되었는데, 에디터는 엔터테인먼트학 전공생으로, 올해 초부터 약 7개월 간 졸업을 위해 <키스오브라이프 팬콘서트 기획안>을 준비한 적 있다. 함께 작업한 동기가 ‘그래도 7개월이나 계속 봐온 그룹인데, 실제 콘서트를 보고 마무리 짓는 게 의미 있지 않겠냐.’는 제안에 함께 공연을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 비록 팬클럽 가입자도 아니고, 늦은 티켓팅으로 좋은 자리를 얻진 못 했지만, 걸그룹 콘서트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글의 흐름 상 공연의 모든 내용을 담지 못했으며, 일부 부분은 생략되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지난 8월, 키스오브라이프(이하 키오프)는 2024 KISS OF LIFE 1st WORLD TOUR [KISS ROAD]의 소식을 알렸다. ‘키오프는 도대체 언제 쉬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 왔다. 이번 [LOSE YOURSLEF] 앨범 컴백도 불과 3개월 만에 이루어진 만큼, 곧바로 이어질 월드투어가 체력적으로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성장해 있을 미래의 키오프가 기대되었다. 서울 공연은 지난 10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진행됐는데, 에디터는 이틀 중 마지막 날인 27일로 예매했다. 어떠한 스포일러도 받지 않기 위해 전날에는 X(구 트위터)에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마지막 아이돌 단독 콘서트가 1년 전이라 이런 기분이 오랜만이었다.)
공연 D-DAY. 이번 서울 공연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되었는데, 나름 여러 경기장에서 공연을 관람해 봤지만, 올림픽홀은 처음이었다. 별다른 부스 방문 없이 곧장 입장하면 돼서 공연 한 시간 전에 도착하여 티켓을 현장 수령했다. 개인적으로 지류 티켓을 선호하지만, 이번 콘서트 포스터가 예뻐서인지 카드형 티켓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사람들이 한창 입장 중일 때 도착한 덕에 포토월 줄이 길지 않아 에디터도 빠르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만, 삐용봉(키오프 공식 응원봉)이 없는 손은 조금 허전했다.
입장 줄이 제법 줄어들었을 때쯤, 에디터도 입장했다. 공연장에 입장할 때 느끼는 설렘은 항상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내가 여기에 진짜 왔다고?’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D2 구역에서 짐 정리를 마치고 무대를 훑어보니 돌출로 이어지는 통로가 ‘도로’ 모양으로 디자인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KISS ROAD]라는 공연명에 맞는 무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키오프 팀은 이런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구나!
무대 디자인만 [KISS ROAD] 컨셉에 맞춘 것은 아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약 10분 간격으로 날씨 정보를 전해주는 라디오 컨셉의 VCR이 송출되어 키씨(키오프 팬덤명)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마치 키씨가 키오프를 만나러 가는 길에 라디오를 듣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고, 이 VCR은 공연 오프닝 영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런 수준의 연출이 가능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쾌속 질주하는 자동차와 심장 박동으로 이어지는 오프닝 영상이 시작되자, 에디터의 심장도 덩달아 빠르게 뛰었다. 첫 무대는 신곡 <Get Loud>로 시작해 <Igloo>와 <Bad News>로 이어지며 초반부터 도파민을 자극했다. 이후 미공개곡인 <Winehouse>와 수록곡 <Chemistry>로 분위기를 전환했는데, 리드미컬한 두 곡의 조화를 보며 셋 리스트가 신중히 구성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멤버들의 솔로곡 무대였다. 데뷔 앨범 [KISS OF LIFE]에 수록된 솔로곡들은 멤버들 각각의 개성을 잘 나타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할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돌출 통로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며 첫 번째 솔로 무대인 벨의 <Countdown>이 시작되었다.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서 압도적인 보컬 실력을 보여준 벨에 에디터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어서 쥴리의 <KittyCat> 무대는 본 무대에서 시작했는데, 스크린이 양쪽으로 열리며 등장했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래피티로 꾸며진 벤치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무대를 연출했다. 이어진 무대는 에디터의 최애인 하늘의 <Play Love Games>. 쥴리의 무대가 끝난 후 암전 상태에서 1층 중앙에 있던 키씨들이 좌석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고, ‘설마 좌석 쪽에서 무대를 하나?’ 싶었는데, 조명이 켜지자 하늘이 1층과 2층 사이 중앙 복도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어리딩 컨셉으로 꾸며진 하늘의 무대는 마치 하이틴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마지막으로 나띠의 <Sugarcoat> 무대는 돌출 무대에서 이루어졌고, 마치 뮤직비디오를 연상하듯 댄서들이 스피커를 들고 함께하는 버스킹 분위기를 연출했다. 네 멤버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의 무대를 다른 위치에서 펼침으로써 키오프의 무대는 어디서든 키씨를 향한 ‘KISS ROAD’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 무대는 단연 <Te Quiero>였다. 본 무대 스크린이 열리며 멤버들은 마치 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연출 속에서 등장했다. 이어서 2023 한터 뮤직 어워즈에서 선보인 적 있는 탱고 버전의 <Nobody Knows> 무대가 펼쳐졌다. 이미 한번 봤던 무대라 자칫하면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Te Quiero>부터 쌓아온 분위기와 탱고에 적합한 무대 의상 덕분에 몰입감이 배가 되었다.
https://youtu.be/y1jfV0MtPyg?si=ClbKXlatFsJke_TP
출처: 유튜브 채널 <밀키웨이>
이후 차례로 수록곡 무대가 이어졌는데, <No One But Us>부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돌출 무대로 향하던 멤버들이 불현듯 좌석 쪽으로 내려오며 팬들에게 다가와 주는 것이었다! 특히 최애가 눈앞을 지나가는 순간에는 말 그대로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앞선 솔로곡 무대에서 이미 한 차례 다양한 무대로 소통했지만, 어느 구역 하나 빠뜨릴 것 없이 더 가깝게 다가와 모든 키씨들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쓴 점에서 큰 감동을 하게 되었다. 팬들을 향해 가고 있다는 키오프의 진심을 통해 다시 한번 콘서트 명을 납득하는 순간이었다.
콘서트에 푹 빠져 즐기다 보니 어느덧 막바지로 흘러갔다. 앵콜 곡은 <안녕,네버랜드>였다. 사실 키오프의 곡들은 하이틴 드라마 OST처럼 몽글몽글한 감성이 담겨 있어 엔딩 곡으로 적합한 노래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키오프 팀도 이 점을 의식한 듯 <Says It>, <Back to Me>, <Sticky>, <쉿(Shhh)>까지 앵콜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혜자스러운 콘서트라니, 팬으로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키오프는 연차 대비 지금까지 매번 다양한 공연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공연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모든 면에서 멤버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최대한 발산하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특히 엔딩 멘트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 이래서 기다렸나 봐”라고 하는 나띠의 말에 뭉클함이 몰려왔다. 어린 시절부터 긴 연습생 생활 끝에 무대에 선 지금의 마음은 얼마나 벅차오를까. 비슷한 나이대로서 보이지 않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멤버들이 꿈을 이루기까지의 노력이 조금은 이해되는 것도 같았다.
키오프는 이번 콘서트 [KISS ROAD]를 통해 팬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온전히 전해주었다. 콘서트를 보는 이유가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와 기쁨을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일 텐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내가 그들에게 응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멤버들에게 큰 선물을 받아 가는 듯했다. 콘서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귀여운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콘서트의 마지막 선물로 이틀간 각기 다른 마무리 멘트의 메시지를 준비했다는 사실에 감동은 더욱 깊어졌다. 키오프 팀이 기획한 이 이벤트는, 팬들이 콘서트의 감동을 집에 돌아가는 순간까지 곱씹고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 준 완벽한 마무리였다. 서로를 향해 걸어온 [KISS ROAD]라는 길에서, 앞으로도 함께 오래도록 걸어가고 싶다. 서울 공연을 이후로 시작되는 북미 투어도 잘 다녀오길 바라며, 에디터는 그때까지 서울 앵콜 콘서트만을 기다리고 있겠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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