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의 미학, K-POP을 확장시키다

| Writer. 보라

by 아이돌레

아티스트가 타 아티스트의 노래를 부르는 ‘커버(cover)곡’은 더 이상 단순한 모창이나 오마주로만 소비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원곡을 재해석하여 아티스트만의 고유한 매력이 덧붙여진 편곡과 음색, 그리고 감정까지 더한 하나의 퍼포먼스로, 커버를 통해 본인의 색을 뽐내고 숨겨진 역량을 보여주는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특히 ‘느좋(‘느낌이 좋다’는 뜻의 신조어)’ 콘텐츠로 일컬어지는 커버 영상들은 몰입도 높은 연출과 적절한 로케이션 선정 등을 통한 감성적인 영상미가 팬들에게 아티스트의 새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리무진 서비스’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어 하나의 산업 영역이 된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팬덤을 생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비상업적이고 비정기적으로 공개되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라이트 영상, 숏츠 클립 등을 통해 큰 주목을 받으며 K-POP 소비 방식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 NCT 재현 – 〈I Like Me Better〉 (원곡 : Lauv)

재현.jpeg © YOUTUBE ‘채널 NCT MUSIC’

엔시티(NCT) 재현은 중저음을 기반으로 단단한 목소리 속에 포근함이 담겨 있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보컬리스트이다. 그래서인지 주로 자신의 음역대와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팝 장르 커버를 선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단언컨대 라우브(Lauv)의 〈I Like Me Better〉 커버가 그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커버 영상은 파리, 런던 등의 해외 로케이션을 배경으로, 재현의 일상 모습을 자연스레 담은 감성적인 영상미로 유튜브 조회수 1억 회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외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커버 컨텐츠는 단순한 팬 서비스를 넘어, 한 페스티벌에서 라우브와 콜라보 무대까지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의 ‘발렌타인 보이’라는 별명처럼 달콤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표현이 돋보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후 재현은 프랭키 밸리(Frankie Vallie)의〈Can’t Take My Eyes Off You〉 등 다양한 커버곡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보컬 감성을 공고히 하였고, 이에 힘 입어 2024년 첫 번째 솔로앨범 《J》를 발매하며 그의 음악적 정체성을 완벽히 선보였다.

https://youtu.be/xEKlhTV2HYI?feature=shared


► fromis_9 서연 – 〈너는 나 나는 너〉 (원곡 : 지코)

프로미스나인(fromis_9)은 자체 콘텐츠〘fl►ylist〙시리즈를 통해 그룹 활동을 하면서 보여주지 못했던 개개인의 음악적 색채를 선보이고 있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팬들에게 커버곡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각 멤버의 음색과 퍼포머로서의 개성,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서연이 커버한 지코(ZICO)의 〈너는 나 나는 너〉가 릴스로 큰 화제를 얻었다. 서연의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쫀득한 발음, 명확한 강약조절을 통해 본인만의 소울풀한 그루브를 잘 담아내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특히 랩 파트 부분에서 원곡보다 멜로디를 강조한 듯이 부르는데, 이 파트가 유튜브 커버 영상에서 ‘가장 많이 다시 본 장면’으로 뽑히고 있다. 또한, 커버 영상이 남산 배경의 자연광과 청량한 톤의 영상미는 서연의 내추럴한 무드를 한층 강조한다. 서연은 이번 커버곡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 보컬’이 아닌 그 이상의 역량을 증명하며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본인을 잘 이해한 선곡과 완성도 높은 표현력은 그녀의 음악적 방향성과 잠재성을 짐작케 하였으며, 이 커버를 통해 서연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https://youtu.be/qNeq0aRGk9I?feature=shared


► WOODZ(조승연) – 〈잘 부탁드립니다〉 (원곡 : 익스)

우즈(WOODZ)는 폭넓은 음역대와 곡 해석력을 기반으로, 정통 락(Rock)부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 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다. 최근 군백기임에도 불구하고 〈Drowning〉이 음원 차트를 역주행을 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의 커버 곡 중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 커버 영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은 원래 여성 보컬 특유의 가늘고 시원한 톤이 강조된 곡이지만, 우즈는 자신만의 하이톤을 잘 살려 상쾌하고 시원한 발성으로 선보이며 레전드 커버 영상을 탄생시켰다. 도입부의 ‘안녕하세요.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라는 가사부터 완벽히 자기 스타일대로 부르며 오로지 그의 무대로 만들었다. 또한, 비주얼적으로도 우즈의 감각으로 재구성 되었는데, 2000년대 초를 연상케 하는 울프컷 헤어스타일과 서태지 뿔테 안경 등을 착용하며 무대 완성도를 높였다. 다시 말해 남성 보컬이 이 곡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준 동시에, 원곡의 감성을 해치지 않고 자신의 정서를 담으며 오롯이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https://youtu.be/4S37EQ-6zEk?feature=shared


► VIVIZ 엄지 - 〈Lemon〉 (원곡 : 米津玄師(Kenshi Yonezu))

비비지(VIVIZ) 엄지는 팬미팅에서 불렀던 〈Lemon〉 커버곡을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커버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커버 영상은 직접 헤어, 메이크업, 코디, 영상 구성, 자막 번역까지 직접 하나하나 구성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엄지는 〈Lemon〉이라는 곡이 일본 드라마 〘Unnatural(언내추럴)〙의 OST인 것을 알고 드라마 전체를 정주행하며 곡의 서사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원곡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남은 사람이 그를 그리워 하는 감정을 그리고 있는데, 엄지는 남은 사람보다 떠난 사람의 입장에서 불렀다고 밝혔다. 이러한 접근은 원곡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보컬리스트로서의 해석력과 감정 전달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엄지가 재해석한 곡의 분위기와 엄지의 투명하고 맑은 톤이 잘 어우러 졌을 뿐 아니라, 섬세하고 아련하고 쓸쓸한 정서를 담아내면서도 그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감정선을 통해 커버 영상의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https://youtu.be/XGIAMH69y4M?feature=shared


► BOYNEXTDOOR 성호 – 〈걘 아니야 pt.2〉 (원곡 : 페노메코)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성호는 부드러운 청량한 미성을 소유한 리드 보컬로서 폭넓은 음역대가 모두 소화가 가능한 신예 보컬리스트로 떠올랐다. 성호가 선보인 〈걘 아니야 pt.2〉 커버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첫 번째 컴백쇼〘BOYNEXTDOOR 2NIGHT〙에서 1절만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K-POP 팬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2절까지의 커버 영상이 공개되길 바라는 팬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페노메코의 〈걘 아니야 pt.2〉는 ZICO의 《THINKING》의 수록곡 〈걘 아니야〉의 스토리와 이어지는 후속곡으로, 곡의 주인공인 여자의 남자친구 입장을 솔직하면서도 다정하게 풀어내고 있다. 신스 사운드에 통통 튀는 멜로디 위에 성호는 본인만의 감미로운 음색으로 남친 모먼트를 잘 표현해주었을 뿐 아니라, 원곡과는 또 다른 풋풋함 감성을 끌어냈다. 또한, 커버 영상 속 성호는 온 무대를 누비며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실제 연인간의 대화를 하는 것처럼 현실감을 더했다. 이는 단순한 커버를 넘어, 성호가 갖고 있는 보컬 능력과 무대 매너를 잘 보여주며 향후 솔로 활동을 통해 성호만의 음악 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펼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커버의 미학’은 결국 아티스트 본인을 표현하는 가장 순수한 방법 중 하나다. 아티스트가 해석한 음악을 팬들이 다시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일종의 ‘순환 구조’는 새로운 음악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커버곡은 단순한 재연이 아닌 해석과 감정을 전달하는 또 다른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커버는 원곡을 재조명하는 것을 넘어 K-POP이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팬덤의 충성심, 그리고 아티스트와 팬덤 간 소통의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언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커버 컨텐츠를 통해 아티스트 자신만의 감성과 음악 세계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예술성과 서사가 더욱 확장되길 기대한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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