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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0. 2023
숲속에서 지내는 여름밤
분더킹의 매력이랄까
저 멀리 395번 도로의 차 지나가는 소리가 아련히 들립니다. 여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맘모스레이크라고 하는 지역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등줄기같은 씨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가 맞닿은 곳입니다. 해발고도가 7500피트, 그러니까 2286미터내외입니다. 꽤 고산지대입니다.
요즘같이 더운 한 여름에도 낮기온이 화씨 80도, 섭씨로 26도정도에 밤기온은 50도, 섭씨로 10도내외로 선선한 날씨입니다.
인요국유림.Inyo National Forest.라고 하는 곳입니다. 내셔널포레스트 지역은 캠핑을 금지하는 지역이 아니라면 누구나 머물수 있습니다. 더운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지난 한주를 보내고 씨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395번 도로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서면 띄엄띄엄 저와 같은 차박족들이 보입니다. 이곳은 오프로드 차량의 성지와도 같은 곳입니다. 숲속을 따라 수십마일의 비포장 도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보니 ATV, 더트바이크같은 오프로드용 차량들에겜 더할 나위없이 즐기기 좋은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RV에 오프로드용 차량을 싣고 온 캠핑족들이 많습니다.
서쪽으로는 씨에라네바다의 3-4000미터의 고봉들이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줄이 이어 남북으로 향합니다. 고산지대에 숲이 우거지다 보니 야생동물도 많습니다. 특히 곰이 많습니다.
몇년전인가 이곳에서 캠핑하다 곰을 만난 얘기입니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플래쉬를 비쳐보니 한 20미터쯤 뒤에서 곰이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빤히 바라보는 곰도 그렇지만 주변에 또 얼마나 많은 놈이 바라보고 있을지 생각하니 목뒤가 서늘해지더라구요. 다음 날, 옆 자리로 RV가 들어왔는데 포인터라고 불리는 늘씬한 사냥개가 두마리가 있더라구요. 지난 밤 곰에 놀란 마음에 안도감이 찾아왔습니다.
"아, 이제 오늘 밤은 안심이구나. 저놈들이 잘 지켜주겠지..."
밤이 다시 찾아오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동안에 곰은 오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한 두시간이 지난 후, 인기척이 있어 잠에서 깨어보니 곰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캠핑장에 이웃 사냥개 두마리를 포함해 수십마리의 개가 있었지만 한마리도 짖지를 않는겁니다. 뭔지 보이지않는 아우라가 곰에서 나가는건지... 사람들이 "베어! 베어!" 함께 소리치니 곰들이 가더라구요. 그때 새삼 느꼈습니다. 개도 무서운 걸 아는구나하고...
어제밤에는 밤하늘의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멀지는 않지만 하늘이 나무들에 가린 숲속은 벗어나야 하기에 초원을 찾아 갔습니다. 맨하늘의 별만 보인다면 사진이 심심해 보일수도 있기에 나무가 살짝 걸쳐지는 곳까지 갔습니다. 공해가 없고 빛도 없는 곳을 왔으니 여름 밤의 은하수는 보고 가야겠죠?
폰카로 담은 은하수라 화려함은 적을지 몰라도 쏟아지는 별을 담을 수 있는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밴으로 돌아와보니 작게 켜 놓고간 플래쉬라잇 둘레에는 나비를 닮은 나방들이 수십마리가 몰려와 있더라구요. 불 끄고 차안에 들어와 누우니, 차를 둘러싼 고요함, 아미 적막함이랄까요? 숲속의 어둠에 꿈을 그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