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진심으로.
공부해보고 싶었던 과의 대학원에 합격했다.
그리고 나는 합격한 날부터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붙었다는 안심도 잠시, 앞으로 해쳐 나아가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고 어려울지
두려운 마음의 세력이 합격의 기쁨을 재빠르게 앞질렀다.
축하한다고 활짝 웃으며 전해주는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앞으로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며, 지옥에 내 발로 들어간다며 멋쩍게 대답하곤 했는데
축하인사에 민망해서 얼버무렸을 뿐 진심으로 내가 나를 축하한 적이 없었다.
내가 겪어가는 모든 과정들은 내가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다.
이제 끝이라고 실패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끝인 것이고, 앞으로의 발판이라고 다독이면 정말 그럴 것이다.
대학원을 준비하며 붙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고,
노력해서 이뤄낸 소중한 결과이고 이 순간만큼은 마음을 다해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이 과정을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했었다.
이해는 된다.
대학원 합격은 정말 시작일 뿐이고, 입학 자체는 그 어떤 것도 증명해주지 않는다.
아마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치열해야 입학이 가치를 빛내는 뭐라도 될까 말까 하겠지.
알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나를 평가절하한다면 너무 잔인한 게 아닐까.
입장을 바꿔 내 소중한 친구가, 가족이 이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하면 참 답이 쉬워진다.
나는 한치의 거짓 없이 상대를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멋있다고 말해줄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면서부터 대학원에 합격하기까지의 시간을 곁에서 봐온 친구가
나의 대서사시를, 여정을 함께 봐온 것 같아 더 대단하고 멋있다고 말해줬을 때,
뭔가를 크게 놓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 나의 합격은 '대서사시'라는 고난과 장애물, 노력과 성취가 배어있는 과정인 것이다.
재미없는 책의 책장을 휘리릭 넘겨 책을 덮어버리듯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목차뿐이라도 첫 줄부터 끝줄까지 심혈을 다해 읽고 감정을 느꼈어야 했다.
이번엔 충분히 몰입했어야 할 순간에 그러지 못했지만,
다음부턴 좀 더 잘해볼 순 없겠니? 나를 아껴주는 것 말이야.
그게 안되면 나를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봐주는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며 깨닫든지.
어쨌든 나 진짜 축하한다!
스스로 진심으로 축하하는 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