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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캣 Mar 31. 2019

마술은 작품인가? 상품인가?

(feat. 뼈아대)

마술이란 무엇인가? 마술사로서 이 질문에 답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대중 입장으로 "마술"의 본질에 다가가 본 적은 별로 없었다. 마술을 하면 할수록 더 신기한 마술을 갈망한다. 대중보다 마술사와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말이 안 되는 마술을 찾아 책을 뒤지고,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DVD에 빠져든다. "내가 아는 마술은 다른 사람도 알 것이다."라는 생각이 마술사를 괴롭힌다. 더더욱 신기한 마술을 만들려고 한다. 그럴수록 점점 매너리즘에 빠진다. 점차 대중과 멀어져 간다.


마술이란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 속임수 따위를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하여 보이는 술법이나 구경거리



The skill of performing tricks to entertain people, such as making things appear and disappear and pretending to cut someone in half. The use of special powers to make things happen that would usually be impossible, such as in stories for children.

물건을 나타나게 하고, 사라지게 하며 누군가를 반으로 자르는 행위를 하며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부리는 행위. 부가능할 만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힘.




불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관객 입장에서 어떤 현상을 불가능하다고 여길까?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묶여 있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벽은 단단하기 때문에 통과할 수 없다.", "물체는 공중에 뜰 수 없다.", "사람을 칼로 두동강 낼 수 없다."라는 공식을 깨는 것이 마술이다. 마술사는 관객에게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마술 현상에 집중한다. 불가능한 현상을 선보이면 관객은 신기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본질보다 현상이라는 허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마술사를 종종 볼 수 있다. 대중을 위해 마술을 시작했지만, 종착점에는 마술사를 위한 마술을 하고 있다.

야!! 가위, 바위, 보로 정해!!

어렸을 적 편 나누기를 위해 가위, 바위, 보를 했다. 상대방을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측을 해야 하지 않을까? 33.3%로 가위, 바위, 보 중에 하나를 내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예측하려 한다. 잘못 지레짐작하면 지기 때문이다. 행사에서 MC가 관객들과 모두 함께 가위, 바위, 보(이하 게임)을 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별거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집중하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MC를 이겨 선물을 받아야 한다. 심지어 딸이 응원하고 있으면 질 수 없는 상황이다. 또랑또랑한 딸의 두 눈이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육감을 동원해 MC가 어떤 것을 내밀지 집중한다.


나는 "바위"를 낼 거야. 난 남자니까... 근데 저 사람이 "보자기"를 내면 어떻게 하지? 안되겠다.... "가위"를 내야겠다. 근데 만약 저 사람이 "바위"를 내면 어떻게 하지? 그냥 "보자기"를 내야겠다. 음... 왠지 "가위"를 낼 거 같은데?? 그럼 "바위"를 내야 하나??


마술을 만드는 마술사는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쉽다. 자기가 알고 있는 마술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술을 신기하게 만들기 위해서 한 번 더 꼰다. 마치 "저 사람이 바위를 낼 것 같으니, 나는 보자기를 내겠어."와 같은 의미이다. 이런 의미 없는 심각한 오류를 범한다. MSG를 듬뿍 쳐서 본래의 맛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된다. 현상에 집중해서 본질을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마술은 상품인가, 작품인가? 왠지 "상품"이라는 단어는 "장사"라는 어휘와 연결돼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있어 보이기 위해" "마술은 작품이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화해 보면 작품과 상품의 결정은 "예술"에 기준을 두면 된다. 예술이면 작품이고, 그렇지 않으면 상품인 것이다.


상품은 구매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창작의 동기와 생각의 원형을 외부 기준에 따라 편집하고 기획한다.

예술은 개인의 내면 기준에 따라 편집하고 기획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기 보다, 자신 작품이 스스로의 철학과 내면을 충실하게 담고 있는지 고민한다.


쉽게 말해 준거점이 "나"인가 "고객"인가에 따라 예술이냐, 아니냐가 판가름되고, 그것에 의해 상품인지 작품인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마술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려면 예술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이런 현상은 마술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마술대회의 관객은 "마술사"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신기한 마술 트릭을 알고 있는 사람이 관객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에게 경외심이 들게 하려면 클래식하게 하던가, 예술로 승화시키던가, 둘 중에 하나이다. 상대방의 수를 읽어 뒤통수를 후려갈겨야 한다. 반전의 반전 묘미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여기서 등장한다.


그렇다면 왜 마술사는 "마술대회"에 그리도 집착하는 것일까? 자신의 실력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대회 출전을 말하는 뜻이 아니다. 마술사는 국가고시나 의사와 변호사 같은 라이선스가 없다. 마술 하나만 할 수 있어도 자신을 마술사라 칭할 수 있다. 그렇지만 라이선스가 없는 직업군은 자칭 "마술사"라고 불러도 상대가 인정하지 않으면 별 수 없다. 결국에 상대가 "마술사"라고 인정해줘야지만 진정한 "마술사"가 될 수 있다. 이런 공식 라이선스를 딸 수 있는 곳이 마술대회인 셈이다.



과거 가요계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가수는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대중이 "가수"라고 인정해야 진정한 가수가 된다. 체계적인 메니지먼트 시스템이 없었던 과거에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던 방법 중 하나는 대회였다.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 유재하 가요제 등등, 가요제에서 수상하면 실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데뷔를 할 수 있었다. 신세대 마술사로 인정받았던 이은결 마술사와 최현우 마술사도 대회 출신 마술사들이다. FISM(세계마술올림픽)에서 수상을 한 뒤 마술사로 인정받고 활동했던 그 케이스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회에서 상을 받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프로필을 쌓는다. 방송 출연에 공연 수상 경력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각종 행사에 섭외되면서 입지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공연을 위해 대회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대회 준비가 계속될수록 편협한 태도를 취하게 되고, 흑백논리에 빠지게 된다. 마술대회에만 몰두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다.


글쓴이는 공연 구성을 짤 수 있는 종목은 공연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연 구성을 짤 수 있는 종목"을 쉽게 접근해보자. 대회 경합 시스템을 크게 나누자면 토너먼트, 콩쿠르, 리그 시스템이 있다. 농구나 축구 같은 종목이 리그를 채택한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르다 보면 한 번 대회에서 떨어지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리그는 토너먼트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대책이다 보니, 여기에서는 콩쿠르와 토너먼트만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대회, 콩쿠르로 치러지는 대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
콩쿠르 형식의 대회


토너먼트 시스템으로 평가하는 대회는 올림픽이 대표적인 예이다. 육상, 탁구, 핸드볼, 농구, 유도, 쇼트트랙, 컬링, 배드민턴, 봅슬레이, 요트, 양궁 등등... 90% 이상의 올림픽 종목이 토너먼트로 승부가 펼쳐진다. 콩쿠르 형식의 올림픽 종목은 그다지 많이 없다. 다이빙, 피겨스케이팅, 리듬체조, 수중발레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스포츠 외에 대부분의 예술이라 칭하는 종목은 콩쿠르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술, 성악, 바이올린, 피아노, 마술이 이쪽에 속한다. 점수와 기록으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는 종목이기도 하다. 토너먼트는 경합을 펼쳐 이기는 팀이 계속해서 올라가서 1등을 가린다. 콩쿠르는 모두 한 번에 경쟁해서 점수 차로 1등을 가린다. 여기서 콩쿠르 쪽에 속해있는 항목이 "공연 구성을 짤 수 있는 종목"이다. 대회와 공연 모두 대중을 위한 소통을 창이다. 토너먼트 종목은 오직 대회를 통해서 관객과 소통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다. 오로지 대회만을 위해 초점이 맞춰진 종목이다.


태양의 서커스
K 타이거즈


공연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대회와 공연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있으니 행운인 셈이다. 큰 범주에서 리듬체조와 태권도는 아크로바틱이라 할 수 있다. 아크로바틱이란 사람의 이목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화려한 동작이나 고난도 기술을 통틀어 지칭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회에 국한되어 있는 종목이 공연 작품으로 구성했을 때의 파급효과에 대해 알고 있다. 2018년 5월,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4년 만에 돌아온 김연아 선수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소치 동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반에서 떠난 김연아 선수가 "sk텔레콤 올댓스케이트 2018"을 통해 돌아왔다. 이 아이스쇼는 티켓 판매 2분 만에 3일간 열리는 공연 전석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마술은 상품인가?
작품인가?


글쓴이는 마술이 순도 100%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단, 매직캣에서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만든 공연은 "작품"이라고 표현한다. 마술사 개인의 내면을 기준에 따라 기획하고 편집되었기 때문이다. 마술사 개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철학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를 제외한 마술은 대중 친화적 예술이며 관객 지향성 상품이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공연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관객을 지향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관객 중심으로 공연이 재구성되고, 관객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구성으로 기획된다. 정체성과 독창성이 공존하는 동시에 가치 있는 공연을 상품화 시켜야 한다. 그것이 공연인으로 가져야 할 과제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력(富力)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 참고자료 ※

   - 고영성, 신영준 <완벽한 공부법>, 로크미디어

   - 고영성, 신영준 <일취월장>, 로크미디어

   - 고영성, 신영준 <뼈아대>, 로크미디어

   - 전성환 <공연기획>, 예영

   - 강민호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턴어라운드

   - 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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