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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Dec 26. 2021

성장과 희생, 그 오묘한 관계(1)

디즈니 플러스, 스파크 쇼츠 <윈드>를 보고 

아이와 할머니, 둘이 등장한다. 둘은 요상한 공간이자 구덩이에 살고 있다. 위로 보이는 구멍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구덩이, 그들의  집 주변은 공간은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바위’ 들과 작은 돌멩이로 가득한 곳이었다. 집이 놓인 바위 표면 위에는 중력(같은 어떤 힘) 이 작용하여 바닥에 붙어 살 수 있는데, 그 외의 공간은 바위와 마찬가지로 둥둥 떠있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몸에 밧줄을 묶어 그 공간으로 몸을 날리게 되고, 그 공간에서 몇몇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그 공간을 탈출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든다.


꿈은 2인용 우주선이었으나, 발견한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것은 1인용 우주선뿐이었다. 할머니는 ‘네가 먼저 도착하고 나서, 도착 지점에서 나를 당겨라, 그때 내가 너의 밧줄을 타고 올라갈게’라고 이야기를 한다. 떠다니는 바위의 위협을 피해 그 구덩이 바깥에 도착한다.


하루가 꼬박 자신의 밧줄을 당겨대지만, 아이가 발견한 밧줄의 반대편 끝에는 할머니가 아닌 할머니의 도시락만 매달려있다.




할머니의 도시락을 보았을 때는 탄식을 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 외에도 이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몇 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한글 자막이 없다는 점, 주인공 둘의 외모가 동양인을 닮았다는 점, 할머니는 자신의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는 데, 그 지점이 굉장히 ‘동양’의 느낌이 물씬 나서 중국인 또는 한국인의 감독이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상 속에 인물 간 대화는 단어가 아니라 소리가 전부였다. 이야기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이 생각나면서도, 그 결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고 나서 감독의 이름을 보니 한국인의 이름 같았다. 에드윈 우영 장, 그의 기사와 인터뷰 영상은 https://abc7news.com/10388955/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영상 속 많은 메타포를 감독이 의도한 대로 느끼고 싶은 마음도 있으면서, 그와 달리 나의 상황에 가져올 때의 느낌도 잊고 싶지 않았다. 기사를 찾아 웹 페이지로 띄워둔 채로, 재빨리 돌아와 나만의 감상을 먼저 적기로 한다.


희생, 참 어렵고 슬픈 단어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뜻하는 단어를 말해보시오’라고 한다면 나는 바로 이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희생을 하는 주체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어떤 것을 위해 나 자신을 바친다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러나 그 행동을 받는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면, 그 모든 ‘최선의 선택’ 은 그만큼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100의 힘을 보냈으나, 받는 사람은 0 또는 -100 수준의 아이러니한 힘을 느끼게 될 뿐이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좋지 않은 상황이 된다. 좋지 않다, 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부모들은 이런 ‘희생’에 익숙하다. 우리의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하는 것들이 그렇고, 미래의 내가 나의 자식에게 할 행동도 이와 비슷할지 모른다. 스파크 쇼츠에서도 ‘할머니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탈출을 포기’ 한다. 할머니가 생각했을 때 지금의 구덩이에서 탈출하는 것이 필요하고, 둘이 함께 탈출할 수 없다면 혼자 탈출해야 하는데, 그때의 우선권을 자신이 아닌 아이에게 건네준 것이다. 심지어 아이는 그 선택 속에 자신의 할머니가 ‘희생’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할머니가 아이에게 ‘네가 먼저 가면 난 따라가면 된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서 혼자 탈출하였을 때, 올라오지 못하고 도시락만 보내는 할머니를 느낀다.


그리고 아래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 영상을 본 모든 이 들에게 한 번씩 물어보고 싶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열망이 가득해졌다.


과연 그 아이는 앞으로 행복할까?  — 그 선택은 정말 옳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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