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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e Jun 25. 2021

세렌디피티

나의 이웃, 샌프란시스코 노부부

우리 집 맞은편 집을 몇 주간 렌트하는 노부부랑 

나는 그냥 눈인사나 짧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햇빛이 좋으면 porch에 앉아서 대화를 하시는 그 모습이 늘 좋았는데,

오늘도 비가 잠깐 그쳤을 때 둘이 앉아 나쵸와 와인을 드시다가

건너편의 나에게 오늘은 요가 안 가니, 말을 거시길래

우리 집 뒷마당에서 익은 무화과를 따다 드렸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이 사랑스러운 영화광 노부부와

오랜만에 좋아하는 영화 얘기를 하니 신이 난 나는

우디 앨런 영화를 편하게 즐겨도 되는가부터

누드로 태즈메이니아의 미술관을 관람한 이야기까지

2.5시간 동안 수다를 이어가게 되었고,


마케팅을 공부한다는 나에게 할아버지는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시더니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어떤 기업의 은퇴한 CEO가 친구라며

통화를 시켜주겠다며 전화번호를 가져가셨다.


신나는 수다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겸손하지만 보통 분들이 아닌 것 같은 이 노부부를 구글링 해보니

알고 보니 소년 같은 눈을 가지신 이 할아버지는 

세계에서 제일 큰 금융 회사를 이끌었던 사람이었고


이 부부는 그냥 영화광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문화계를 이끄는 후원자였으며

게티 이미지에 이름을 치면 나오는 그런 분들 (!)


우리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고

우리의 일상은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정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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