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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e Jul 21. 2021

운명인가 봐!

"운명인가 봐!"

나는 언제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하게 된 걸까 생각해봤다.


위시리스트에 담아뒀던 셔츠가 마침 세일을 할 때

게다가 마침 재고가 딱 하나 남았을 때

다들 좋아하는 어떤 영화가 나는 어쩐지 싫은데 나 말고 또 싫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세상에서 나만 아는 줄 알았던 브랜드 로고를 어떤 안 친한 사람에게서 발견했을 때

졸린 아침에 별생각 없이 튼 팟캐스트에 요즘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했을 때

스포티파이를 랜덤 재생했는데 마침 듣고 싶던 노래가 나올 때

나중에 꼭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에 누가 마침 같이 가자고 할 때

요가 수업 옆자리 사람이랑 마침 같은 디자인 물병을 가지고 왔을 때


사실은 그냥 별것 아닐 스쳐가는 것들에게도

아무래도 운명인가 봐, 습관처럼 이야기하는 건

금방 휘발될 것이 분명한 그 얕디 얕은 순간이나마 내게 의미를 가졌던 그 사소한 무엇들에게

소홀하거나 무례하지 않고 싶은 나의 주문 혹은 다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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