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는 말년에 작은 꽃 그림을 많이 남겼다. 채색조차 하지 않은 드로잉이거나 가벼운 파스텔 혹은 수채화였다. 때로는 그냥 편지 구석에 낙서하듯이 꽃 한 두 송이를 그려 넣기도 했다. 우리에게 마네를 기억하게 하는, 강렬한 주제의 오일페인팅 역작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소소하고 평범하다. 류머티즘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집 밖을 나서는 일이 어려웠기에 제한된 소재와 규모로 정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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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면 마네는 그냥 정말 그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대단한 재능으로 매서운 질타와 짜릿한 영광을 모두 경험했던 슈퍼스타의 일생. 그 화려했던 삶이 저물어 가는 결정적 순간에 가장 남기고 싶었던 것이 고작 좀 시시하고 기분 좋은 끄적거림이었을 수도 있다. 편지 구석에 낙서한 꽃 두 송이는 보내는 이와 받는 이에게 확실한 기쁨을 준다. 그 둘에게는 세상을 뒤흔드는 역작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결국 그게 중요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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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빛나는 것보다 시시할지언정 행복한 생각, 느낌, 순간들로 매일을 채우는 2020년이 되었으면. 나에게도, 내 소중한 당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