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제대로 전업주부가 된지 7개월이 되었다. 설거지는 집안일 중에서도 가장 간단한 일임을 깨달았고, 식재료 관리를 가장 못하며, 돈이 어디로 나가는지 잘 몰라서 늘 버벅대고 있다. 육아와 살림의 혼재로 쉴 틈이 없는 24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야말로 쪼렙 주부다.
살림으로 프로가 되기를 꿈꾼 시점은, 살림을 '나의 선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저녁을 먹고 아기를 씻기고 재우고 드디어 육퇴를 외치며 아기 방에서 나왔을 때 설거지 거리가 남아있으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홍색 물때가 가득한 화장실을 3년째 또 내가 청소하고 있을 때면 청소를 언제 해야하는지 모르는게 답답했다. 세탁기나 건조기의 종료 알림이 귀에 선명하게 울려도 엉덩이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신랑을 보고 있으면 한번쯤 꼭 그 엉덩이를 발로 뻥 차서 세탁기 앞으로 보내버리고 싶었다. 아니 이게 왜 다 내 몫이야? 속에서는 성난 목소리가 거센 반항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입밖에 꺼내기는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 마음 속 어떤 양심이 그러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기분이었다.
답은 의외로 쉽게, 생각보다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해보았다. 가장으로서 신랑은 회사에 나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살림이 운영되는데 드는 모든 비용은 월급에서 충당한다. 사실 이 부분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혼 하지 않고 혼자 살더라도 일 해야하는 건 마찬가지고, 일 함으로써 얻는 커리어와 자기실현 또한 돈 만큼이나 큰 이득 아닌가. 그런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었다. 노동의 댓가로 얻은 돈을 온전히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시한채로. 게다가 나는 가능하면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은 사람이니, 내가 못하는 만큼 신랑이 돈벌이를 온전히 떠맡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신랑이 재정을 도맡은 것처럼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맡으면 되는 거였다. 해도 티가 안나고 안하면 티나는 살림을 나도 모르게 무가치한 활동으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전환하니 살림은 '살리는' 일이었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용처럼, 살림은 숨만 쉬어도 생기는 일이다. 누군가가 살기 위해서는 어떤 이의 살림이 꼭 필요하다. 그것이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형태가 아닐 지라도, 1인 가구일지라도 살림은 누군가의 손길이 꼭 닿아야만 한다. 살림에 가치가 부여되니, 집안에서 하는 모든 활동에 주체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래서 HOMEKEEPER -PRO
살림을 맡은 나에게 이름을 주고 싶었다. 하우스키퍼? 홈메이커? 이미 있는 이름들 중에서 여러가지를 찾아보다가 누구나 아는 그 이름 홈키파, 한글로 적어도 귀여워서 가져와보았다. 그리고 pro. 살림도 프로처럼 하자는 의미로 홈키파에 붙여주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여기저기 흩어진 집안일을 문서의 형태로 가시화 하는 것. 그래서 '뭐부터 하지?'라는 생각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자 한다. 가시화 하여 얻을 수 있는 성취감도 덤으로 기대해본다. 또 다른 하나의 목적은 보장된 쉼에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여기저기 널린 집안일을 제대로 정리한 후에는 쉬는 시간 역시 내가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과연 이 끝에 무엇을 얻게 될까.
홈키파 프로 프로젝트, 드디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