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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Kang Apr 23. 2020

푸른 바다, 브라질

어디든 바다와 함께

외교관 연수 수업 중 세계지도를 외우는 시험이 있었다. 


흰 지도에 국경만 그어져 있어 빈 땅에 나라 이름을 써야하는 시험이다. 그때 이후 지도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왠만한 나라는 대충 어디에 있는지 안다. 코트디부아르가 서아프리카에 위치했다는 정도를 아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이름만 알려진 국가가 대충 어느 정도의 크기이고 주변에는 어떤 국가가 있는지도 안다. 


예를 들어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는 우리에게 익숙한 중동국가들이지만 사람들은 그들 국가들이 그냥 중동 어디에 있는지만 안다. 지도를 보면 놀랄 것이다. 이라크와 이란이 고만고만한 나라들인줄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란이 훨씬 큰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굉장히 큰 나라이다. 카타르는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이다.




브라질도 사람들이 남미 국가로만 알고 있다. 구글 지도를 켜보자. 일반 사람들은 남미 국가들 중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가장 익숙하고 비슷한 수준의 남미국가로 알고 있다. 실제로보면 브라질은 남미 대륙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아르헨티나에 비해 훨씬 큰 나라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국경선(육지)을 갖고 있으며 칠레와 에콰도르를 제외한 남미 모든 국가(10개국)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긴 국경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브라질의 해안선이다. 지도를 보면 브라질은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데 국토의 상당 부분이 바다와 접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안선의 길이는 7500km에 달한다고 한다. 보다 놀라운 것은 해안선의 상당 부분이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브라질에는 2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해변이 있다. 그래서 바다는 브라질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장소이다.


아쉽게도 내가 근무했던 브라질리아에는 바다가 없다. 내륙도시이기 때문이다. 대신 바다만큼 푸른 하늘이 있다. 브라질리아에는 건물들의 고도제한이 있어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데 브라질리아에게 하늘이 곧 바다이기 때문에 이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볼 수있게 하기 위한 설이 있다. 아울러 브라질리아에는 호수가 있다. 바다만큼 넓은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한 호수나 강보다 크고 넓다. 호수 역시 바다가 없어 무미건조한 브라질리아를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다. 파라노아 호수는 바다가 없는 브라질리아 사람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브라질 파라노아 호수와 JK 다리(좌), 바다와 같은 브라질리아의 하늘(우)




리우 코파카바나 해변에 처음 갔을 때 부러웠던 것들 중 하나가 까리오까들의 비치 의자였다. 특출난 기능이나 그런 건 없다. 그냥 접고 펼 수 있는 간단한 간이 의자다. 우리 같은 관광객들은 파라솔과 의자를 10헤알씩 주고 빌려야 하지만 로컬들은 간이 의자를 하나씩 집에서 가져와 모래사장에 펼친다. 그게 그렇게 멋있어보일 수 없다. 플라스틱 간이 의자는 주말 오후에 별 계획없이 의자 하나 들고 해변으로 향하는 그들의 여유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늘 바다 가까이 사는 이들에게 간이 의자와 깡가(브라질 특유의 비치타올인데 일반 타올보다 얇다)는 필수다. 그들에겐 푸른 바다가 삶의 일부인 셈이다.


브라질 남부 산타 카타리나 주의 주도인 플로리아노폴리스는 섬 전체가 해변으로 이루어져있다. 브라질인들은 그곳을 "환상의 섬"이라고 부른다. 섬에는 수 십개의 비치가 있는데 누드비치부터 서퍼들을 위한 비치까지 각양각생의 해수욕장들이 있다. 나는 그곳으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갔다. 실제로 많은 브라질인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기 위해 플로리아노폴리스를 찾는다. 

간이 의자를 들고 해변을 찾은 남자
해변을 찾는 이들에게 의자는 필수품이다
플로리아노폴리스 해변의 비키니 상점

그런가하면 브라질의 북동부에는 천연 수영장을 갖춘 바다도 있다. 그곳은 페르남부쿠의 주도 헤시피에서 조금 벗어나면 갈 수 있는 포르투 지 갈리냐스다. 이곳 해안에는 산호초가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조석간만의 차이에 따라 산호초가 둘러싼 바다 위의 수영장이 만들어진다. 밀물과 함께 놀러왔던 물고기들도 썰물에 산호초 웅덩이에 갇히기 때문에 스노클링 명소이기도 하다. (헤시피는 포르투갈어로 산호초를 뜻한다). 이곳은 사실 브라질의 북동부 끝에 위치하고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서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노예 항구이기도 했다. 포르투 지 갈리냐스(닭의 항구)라는 우스꽝스러운 도시이름도 사실 노예들을 밀매하기 위해 노예들을 닭들과 함께 운송했던 비극적인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런 잔인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곳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다.

포르투 지 갈리냐 해변(배를 타고 바다에 있는 천연수영장으로 갈 수 있다)(아이폰 촬영)

브라질 어느 도시를 가든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늘 여유롭게 간이 의자를 펴고 해수욕을 즐기는 브라질인들이 있을 것이다. 만약 내륙도시라서 바다가 없다면 강이나 호수, 심지어 폭포수 근처라도 브라질인들은 수영복을 입고 간다. 주위에 정 그럴만한 곳이 없더라도 브라질인들은 새파란 하늘을 바다로 삼고 여유를 즐길 것이다.

렝소이스 사막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브라질리아 국립공원 야외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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