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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Kang May 23. 2020

브라질은 무슨 색일까

다인종국가 브라질

우리에게 미국이나 캐나다는 다인종 이민국가로 친숙한 편이다. 그래서 보통 미국에 가면 백인들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도 미국만큼이나 이민에 개방된 국가임을 잘 모른다. 그 넓은 나라에 축구선수 호나우두와 같이 짙은 갈색 피부의 사람들만 가득할 것이라 믿는다.


브라질 사회의 포용적인 모습은 식민종주국인 포르투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은 예로부터 가까운 아프리카 대륙과 교류가 많았고 상당기간 동안 이슬람 세력에 의해 통치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피부색에 대해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관대한 국가라고 한다.


브라질은 타인종에 관대한 포르투갈인들의 기질을 물려받았는지 모른다.

이후 식민지 초기에는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여러 유럽국가들이 브라질에 진출하기도 했다. 평화적인 진출이라기보다는 침략과 전쟁에 가까웠다. 이후 대규모 설탕 재배를 위해 아프리카로부터 흑인 노예들을 수입했다. 미국의 노예제도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북미보다 남미, 특히 브라질의 흑인 노예 인구가 미국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남북전쟁 전야 미국의 흑인 노예 수가 300만 정도였다고 추산되는데 브라질에는 이보다 많은 4-5백만의 노예가 있었다. 그리고 노예제도가 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래서 브라질 사람들 중에 흑인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흑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주류 문화가 되기도 한다. 삼바와 카니발이 대표적이다. 브라질의 첫 번째 수도였던 살바도르는 흑인들의 로마라고 불린다. 당시 수많은 아프리카 노예들이 이곳으로 유입되었고, 그들의 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이후 흑인들의 문화수도가 되었다. 특히 구시가지의 좁다란 길에 늘어선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포르투갈의 식민지 건축양식과 아프리카 문화가 융합된 도시의 모습은 브라질내에서도 이국적이다.


살바도르의 해변. 이곳으로 수백년전 포르투갈인들이 당도했다.
살바도르의 저지대와 고지대를 이어주는 엘리베이터(미주 대륙 최초의 엘리베이터라고 한다)
형형색색의 살바도르 구시가지




브라질은 1889년 공화국 선포 이후 노예제도가 사라지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유럽과 아시아 이민자들로 보충하였다. 독일,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유입되었고 그들은 유럽과 기후가 유사한 남부 지방에 정착하였다. 오늘날 이탈리아계 후손만 3천만명이라고 한다(조금 부풀려진 통계겠지만 현재 대통령도 이탈리아계 후손인 만큼 이탈리아계가 흔하다). 브라질의 남부지방에는 독일 마을도 여럿 있다.


특히 상파울루는 이민자들의 도시다.


살바도르가 흑인들의 로마라면 상파울루는 남미의 뉴욕이다.  

앞서 말한 이탈리아계 후손들이 가장 많은 곳도 상파울루이며, 이곳에는 온갖 문화가 뒤섞여있다. 브라질은 또한 일본 본토 외에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약 200만명의 일본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데 20세기 초반 일본인 단체 이민이 대규모로 이뤄졌었기 때문이다. 당시 지속되는 전쟁에 피폐해진 일본인들이 이 먼 브라질 땅으로 농업 이민을 많이 왔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사회 곳곳에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있고, 일본 문화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중남미 대부분에서 아시아인을 보면 치노(chino, 스페인어로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브라질에서 만큼은 보통 자빠(japa, 포르투갈어로 일본계)라고 생각한다.


상파울루의 풍경은 살바도르와 확연히 다르다. 도시는 짙은 회색빛에 아스팔트 도로가 거미줄처럼 퍼져있다. 그곳의 교통체증은 꽤나 지독하다. 도로에는 항상 차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그렇다고 매력이 없는 도시는 아니다. 도시는 항상 역동적이고 전세계 사람들이 모이니 다채롭다. 개인적으로 여행 중에 미술관을 찾는 것을 좋아하는데 상파울루에는 좋은 미술관도 여럿 있다.


브라질에 아프리카계 흑인, 유럽계 백인, 일본계 아시아인이 함께 어우러져 산다는 것보다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브라질의 아랍인구도 천만이 넘는다는 점이다. 특히 레바논계가 주를 이루는데 일본처럼 레바논 본토 외에 최대 레바논인 커뮤니티일 뿐 아니라 아예 본토보다 레바논인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브라질내 레바논계는 7백만명으로 추산되며 현재 레바논 총인구는 6백만이다. 직전 대통령인 테메르 대통령의 부모님도 1차대전때 레바논에서 이민을 온 아랍계였다.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




그렇다고 브라질이 인종과 상관없이 평등한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종차별을 엄격히 금하고 대체로 열린 사회이지만 오랜 노예제도로 뿌리깊게 자리잡은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 불평등은 만연하다.


브라질의 엘리베이터는 항상 일반 고객용과 인부용이 따로 있다. 요즘은 그 개념이 느슨해져서 별 구별없이 타기도 하지만 본래 서비스용은 그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부나 공사 인부들이 타도록 되어 있었다. 화장실도 그들을 위해 따로 지정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건물의 출입구가 다른 경우도 많다. 인종과는 무관한 사회 계층의 문제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다고 평가되는 일은 흑인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반대로 텔레비전에서 장관이나 의원들, 대법관들처럼 정부 고위직들이 나오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대부분이 백인이다.


과거 브라질 외교부는 리우 출신의 엘리트 백인 남성들이 다수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외교부가 당시 수도였던 리우에 위치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외교부가 90년대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계 브라질인들에 대한 쿼터도 주고 다양한 인재들이 외교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교부는 나라를 대표해야 하는데 소수의 엘리트 백인들이 브라질의 얼굴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한 가지 피부색 또는 얼굴은 없다.

축구선수 네이마르, 모델 지젤 번천, UFC 파이터 앤더슨 실바도 모두 브라질인이다. 브라질 사회는 단일한 무언가로 정의되기엔 너무나 방대하고, 다채로우며 복잡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브라질의 발전가능성은 그런 다양성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마음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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