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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Kang Jun 24. 2020

먼나라 이웃나라

브라질편

어렸을 때 이원복 작가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재밌게 읽었다. 원래 꿈은 만화가였지만 그때문에 외교관이 되었을지 모른다. 여튼 먼나라와 이웃나라 중 브라질은 단연코 먼나라다. 브라질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을 몇 번 오갈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매번이 고역이었다. 브라질리아에서 인천까지 순수 비행시간만 24시간이 넘는다. 최소 24시간은 좁은 이코노미 석에 몸을 구겨 넣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공항에 가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더 끔찍한 것은 직항은 어림도 없고 1회도 아닌 2회 환승이 기본이다(브라질리아 기준). 환승 시간까지 합치면  총 여행시간은 30시간을 훌쩍 넘기 일쑤다.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브라질과 한국, 두 나라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거리를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심지어 20권까지 출간된 먼나라 이웃나라는 발칸반도, 중동, 호주, 뉴질랜드까지 소개했지만 브라질은 아직 다루지 않았다. 




브라질이 얼마나 먼지 한국에서 일직선으로 땅을 파면 반대편이 브라질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팩트체크를 해보면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좌표를 찍으면 지구 반대편을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한국(서울)의 반대편은 우루과이 앞바다이다. 한국 어느 곳을 좌표로 잡아도 브라질로 나오지 않는다.

대척점 지도로 찾아본 서울의 반대편은 우루과이 앞바다다.


멀게만 느껴지지만 글로벌 시대에 브라질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에 슬며시 들어와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이웃은 못되더라도 마음속 이웃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수입산 치킨의 70% 이상이 브라질산이다. 수입산 치킨은 대부분 순살 치킨 등에 쓰인다고 한다. 브라질 커피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원두 수입국가인데 브라질은 베트남과 함께 늘 국내 원두 점유량 1,2위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성인의 연 평균 커피 소비량이 350잔에 달한다고 한다. 원두 기준으로 브라질에서 수입하는 양이 전체 수입량의 20%에 달하니 한 해에 약 70잔은 브라질산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미나스제라이스주의 브라질 커피 농장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브라질에선 우리의 소박하고 정겨운 농촌의 풍경을 떠올리면 안된다. 브라질 농장들은 모두 대규모이고 기업과 같이 운영된다. 커피 농장에는 지평선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피나무들이 줄을 서 있었다. 커피 가공공장도 가보고 했는데 가는 곳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환대를 해주었다.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작은 나라가 커피를 아주 많이 사간다고 그들은 한국(Coreia)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반가워했다.

브라질의 커피농장(작은 일부분이다)
원두 분류를 위한 테이스팅 과정
원두를 건조시키는 과정

브라질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축구다. 브라질은 우리 K리그 외국인용병을 최다 배출한 나라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8년 K리그 득점왕 말컹(경남 FC)이 있다.  K리그 최초의 용병도 브라질인이었다. 1983년 프로리그 원년 두 명의 브라질 선수(조제와 세르지우)가 포항제철 돌핀스에서 뛰었던 것이 최초였다. 


반대로 우리가 주로 브라질에 수출하는 것들은 잘 알다시피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있다. 수출보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제품도 많은데 현대, 삼성, LG 등 주요 기업들은 모두 브라질내 생산공장을 갖고있다. 삼성과 LG의 브라질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현대는 브라질 시장만을 위한 전략모델 HB20을 생산하는데 브라질에서 가장 인기있는 잘 팔리는 소형차 중에 하나다.

인기모델 HB20 (출처 현대차 브라질)

외교관은 세상사를 볼 때 자기가 근무하는 나라 또는 이슈를 위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브라질에 근무하면 모든 일의 중심에 브라질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직업이 그럴지도 모른다.


브라질만을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나라 곳곳에도 브라질을 이곳저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순살치킨에서부터 아침이면 늘 빠지지 않는 커피 한 잔까지, 브라질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있다.




브라질에서 함께 했던 아내가 책을 출간했다. 


더욱 생생한 브라질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0061193&orderClick=LEa&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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