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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Kang Apr 05. 2020

과거에서 온 미래의 메시지

미래도시 브라질리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내가 살았던 브라질리아는 거리 위 신호등을 최소화하여 늘 차량의 흐름이 막힘없다. 약 7km, 15분 여정의 나의 출퇴근길은 2년 동안 늘 일정했다. 미세먼지는커녕 항상 하늘을 파란색이었고, 쭉 뻗은 도로 양 옆에는 푸른 야자수들과 망고 나무들이 늘어져 있다. 나는 늘 출근길에 있던 작은 가게에서 빵지께이쥬(브라질 특유의 치즈빵)를 사서 입에 하나 물고 운전하곤 했다. 여유로운 출퇴근길은 브라질리아에서 내가 가장 애정했던 것들 중 하나다.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주브라질대한민국대사관(아이폰 촬영)




캐나다, 호주, 브라질, 미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단 네 나라 모두 땅덩어리가 큰 대국이다. 영토 크기로 보면 캐나다(2위), 미국(3위), 브라질(5위), 호주(6위) 순이다. (TMI일 수 있지만, 1위는 러시아, 4위는 중국이다). 두 번째 공통점으로 이들 국가들은 모두 유럽인들에 의해 신세계에 건설되었다. 캐나다, 미국, 브라질은 미주 대륙에 있고, 호주는 오세아니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세 번째 공통점이다. 위 국가들의 수도를 떠올려보자. 


순간 헷갈릴 수도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특히 수도 맞히기 퀴즈에 단골로 등장하는 국가들이다. 캐나다(오타와), 미국(워싱턴 DC), 브라질(브라질리아), 호주(캔버라)는 행정수도와 경제 중심지(토론토, 뉴욕, 상파울루, 시드니)가 분리되어 있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반면, 영국(런던), 프랑스(파리), 한국(서울)는 수도가 곧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다. 


이는 앞의 두 공통점과 관련 있을 수도 있다. 영토가 크고 국가가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해 인위적 과정을 걸쳐 건설되다보니 정치와 경제 중심지가 분리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의 네번째 공통점인 연방제 국가의 특성으로 볼 수도 있다.




여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는 그 중에서도 가장 젊은 수도에 속한다. 1960년에 천도가 이루어졌다. 그 전까지 브라질의 수도는 리우데자네이루였다. 도시는 경제발전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게 보통이지만 브라질리아는 세종시와 같이 국토 균형개발이라는 필요에 의해 그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인위적으로 건설되었다. 

현대적인 양식의 브라질라어 대성당의 내외부. 아래 종탑은 포도주 잔, 본건물은 가시면류관, 오른쪽 사진은 빵을 의미

브라질리아 건설기간은 41개월만에 불과했다. 짧은 공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리아는 매우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건설되었다. 브라질리아는 내가 태어난 87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선정 사유 중 하나는 인류의 신념과 이상을 거대한 도시 계획을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하였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는 비행기 모양인데 그 조정석 위치에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모여있다. 3부 기관이 조화롭게 협력하여 브라질이 높게 비상하도록 하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도시 설계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정치라는 것이 늘 조화로울 수는 없다. 

비행기 모양의 브라질리아 설계도(출처 : 연방특구 사료관)
브라질 연방의회. 독특한 건물만큼이나 배경의 하늘이 인상적이다

위 사진 속 연방의회는 닫힌 접시(상원)과 열린 접시(하원), 중앙 의원회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원은 국민들의 뜻을 열린 귀로 들으라는 뜻이며, 상원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공간에서 입안에 심사숙고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상하원이 하나의 완벽한 구체를 이루듯 서로 조화로운 정치를 하라는 뜻이다. 의원회관은 H 모양으로 인간(Humano)을 의미한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방문하면 의회 방문은 필수인데, 이런 설명을 들으면 고개만 끄덕이고 가곤 했다. 


수도가 국토 정중앙에 있다지만 원래 사람이 살지 않던 황무지에 지어져서 정부가 시민들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효과도 있다. 서울 우리 회사 앞의 광화문광장에는 늘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게 건강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곳에서는 그처럼 정치인들이 시민의 삶을 피부로 직접 느끼는 경험은 할 수 없다. 물론 대의민주주의에서 선출된 대표들이 대중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심사숙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브라질리아의 연방의원들은 주말이 되면 모두 지역구로 돌아가 지역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래서 브라질리아는 주말이 되면 고요해진다. 

브라질리아 시립공원의 주말 풍경. 아이들이 4발 자전거를 타고있다.




객관적으로 보아 브라질리아는 살기 좋은 도시다. 계획도시답게 상업구역, 공공구역, 주거구역 등이 모두 정갈하게 나눠져 있고, 정부 건물들이 집중되어 있는 중심지 양 편으로 대사관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브라질 도시 어디와 비교해 보아도 치안이 좋으며, 자동차로 도시 어디든 이동하기 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브라질리아의 모든 교통은 자가용 중심이기 때문에 버스, 지하철 등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인도도 턱없이 부족하다. 브라질리아는 5, 60년대 미래 도시라는 컨셉으로 설계되었다. 인류 첫 우주비행에 성공한 소련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는 브라질리아를 방문하고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있다. 브라질리아에 살다보면 과거 인류가 꿈꾸었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브라질리아 전경

아마 그 당시에는 자동차가 오늘날의 스마트폰처럼 혁신의 최전선이었고, 곧 미래를 상징했었을 터이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언제나 보기좋게 빗나간다. 당시의 사람들은 21세기에는 모든 대도시들이 녹지를 늘리고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 60년대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 브라질리아가 우리에게 주는 작은 충고이다. 


PS. 표지의 우주선과 같은 건물은 국립 미술관이다. 위 전경 사진 우측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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