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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Kang May 15. 2020

아마존과 빙하

하나의 지구

마리오 바르가스 요가의 소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의 주무대는 아마존(페루쪽)이다. 소설에선 아마존의 습하고 더운 환경에서 인간의 이성이 마비되고 성적욕망이 극대화된다는 설정이 이야기 전개의 한축을 이룬다. 내가 마나우스에 도착하여 공항 문을 나서면서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처럼 뜨거운 공기와 정열을 들이마시고,
피는 끓어오르고 있어


마나우스는 아마존 우림 한 가운데 세워진 인구 200만의 대도시다. 브라질의 주요 도시 중에 옛 영광을 간직하지 않은 도시가 없다. 마나우스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말 아마존의 고무 붐이 일었고, 금광과 커피 농장으로 잘나가던 동남부를 제치고 소외받던 브라질 북부가 세계 이목의 중심이 되었다. 아마존 도시는 팽창하였고, 당시 유럽 상류층 문화의 상징이었던 호화로운 오페라 극장도 지어졌다.


"아마조나스 극장"은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했을 뿐 아니라 대리석, 기와 하나하나까지 모두 유럽에서 공수되었다. 그 당시 운송기술을 그 많은 자재를 정글 한 가운데로 가져와 지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붐은 말그대로 오래가지 못하였고 마나우스도 여타 다른 브라질 도시처럼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마존의 관문도시로서 북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조나스 극장 내부와 외부

마나우스 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빽빽한 열대밀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아마존 전체의 65%가 브라질 영토이고, 바르가스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페루 아마존은 13%에 불과하다. 브라질 아마존이 서유럽 전체 영토보다 크니 아마존이 얼마나 거대한 우림인지 알 수 있다. 그곳은 온갖 신기한 동식물들의 세상으로 아직도 인류가 모르는 종의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아마존 식물원의 전망대에 올라 지평선까지 끝없이 늘어선 정글을 보고 경외감이 들었다. 그랜드캐년이나 이과수 폭포처럼 극적인 풍경은 없지만 자연의 무한함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곳은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 우림의 무분별한 훼손은 전세계적인 문제다. 아마존이 지구상 얼마남지 않은 잘 보존된 초대규모 우림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마존은 브라질 생태계에게도 중요하다. 아마존 우림에서 생성되는 기류가 브라질 전체의 대기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농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에 기후 변화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대기나 기후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지평선 끝까지 나무가 빽뺵히 울창한 아마존 열대우림




브라질을 벗어나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남미 대륙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아마존의 역할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최남단에 가까운 파타고니아에는 모레노 빙하가 있다. 그곳의 풍경은 아마존과 사뭇다르다. 울창한 숲도 없고 허허벌판에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분다. 그곳에서 마주한 푸른 빙하의 절벽이 장관이다. 이곳이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장벽의 모티브가 아닐까 싶다.


이곳 빙하는 아마존으로부터 내려온 습기가 안데스 산막에 가로막혀 수만 년의 세월 동안 쌓여 형성되었다. 푹푹 찌는 아마존 정글과 꽁꽁 얼어있는 빙하가 서로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이처럼 이어져있다. 사람들이 제멋대로 국경을 긋고 나라 간의 구분을 해두었지만 지구에게는 경계가 의미 없어보인다. 지구는 하나의 생태계이다. 아마존 산림훼손이 향후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 지 모른다.

모레노 빙하 장벽
아르헨티나 남단의 파타고니아의 피츠로이




그러나 아마존 개발을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광활한 아마존은 브라질 영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 주위로 여러 나라와 연결되어 있다. 브라질은 서유럽과 같이 잘사는 선진국이 아니다. 미개발된 영토를 개발하여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은 어느 나라나 했던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아마존이 국제환경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주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국가 주권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아마존 보호와 개발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볼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지구적 관점에서 바라볼 뿐 아니라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로컬들의 요구도 충분히 고려되어야한다. 사람 사는 곳 어디든 그렇듯이 원주민들의 목소리도 다양하다. 부족의 전통에 따라 원시림이 훼손되지 않길 바라는 원주민도 분명있지만, 자신들이 잘먹고 잘살기 위해 주변 환경이 좀 개발되길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래 환경 분야에서 일하신 대사님은 본인을 협상 전문가라고 말씀하신다. 실로 국제무대에서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협상의 대상이다. 환경 보호에는 그에 대한 경제적 댓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의 포지션도 오랫동안 환경보호보단 경제개발에 치우쳐 있었다. 브라질과 다르지 않다. 국민 대다수가 가난하던 시절에 환경보호는 사치였고, 이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땐 산업의 논리가 우세하던 시절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문제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마존도 빙하도 그렇다.

아마존 투어에서 만난 원주민들이 전통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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