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이야기
한 달간의 백수 생활을 끝으로 이달 2일,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입학 첫날, 수업은 없었지만, 오전 10시까지 연구실로 도착해야 했기에 등교보다는 출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구실로의 첫 출근은 낯섦과 긴장감 속에 눈치만 살피다 퇴근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칼같이 퇴근했던 것 같다. (연구실의 분위기는 대학교 4학년 때 매일같이 갔던 졸업작품 스튜디오와 비슷하다.) 퇴근 후 올라탔던 버스에는 서둘러 귀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는 집과 가까워 걸어서 출퇴근했는데, 이번에 살게 된 집은 학교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사실 학교가 산에 위치해 있어, 의도적으로 학교와 약간 떨어진 시내(?)에 집을 구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해 보니, 인제 서야 대중교통 출퇴근의 고됨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새삼 이전 회사 동료들이 대단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이번 글은 입학 전 그리고 입학 후 한 달 동안의 대학원 생활을 기록하기 위해 작성하려 한다.
입학 준비는 작년 9월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회사에 다니고 있던 터라, 퇴근 후 또는 주말을 할애해 스터디카페에 다니며 열심히 준비하였다. 1차 서류전형은 주어진 입학 요강에 따라 입학원서, 연구계획서, 포트폴리오, 통장 사본, 병역 증명서, 대학 졸업 증명서, 대학 성적 증명서를 꼼꼼하게 준비했고, 서류들은 방문해서 제출하거나 우편으로 부쳐 제출할 수 있었는데, 나는 마음 편하게 학교에 방문해 제출했다. 이후, 11월 28일, 1차 서류 전형 결과가 발표되었고, 그 주 토요일에 면접을 응시하였다. (오전에 진행됐던 면접이라, 전날 밤 월드컵 16강이 결정되었던 역사적인 경기, 포르투갈 전을 라이브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당시에 있었다) 면접을 응시하고 그다음 주인 12월 9일, 최종 합격을 통지받았고, 이날만큼은 오래 고민하고 내린 선택이 결론 난 순간이었기 때문에, 한결 마음이 편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합격 이후, 등록금 고지서가 날아왔고 고지서 안에는 생각했던 금액보다 다소 높은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금액을 보며 다시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일까 고민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고지서 안에는 분명 얼마 전 뉴스를 통해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입학금도 존재했다. 대학교만 입학금이 폐지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조금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교육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건 지금뿐일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등록금 납부를 완료하였다.
해가 바뀌고 2월, 수강 신청을 진행하였다. 대학원도 대학처럼 서버 시간을 틀어놓고 보유한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선착순으로 수강 신청하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대학원은 본인이 원하는 수업을 기간 안에만 천천히 선택하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오히려, 인원 미달로 내가 선택한 수업이 폐강될 수도 있음을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열흘에 걸쳐 신중하게 수강 신청을 완료하였다.
우리 대학원의 수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스튜디오 수업으로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되며, 6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전공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며, 3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수업이다. 대학원을 졸업하려면 논문 작성과 함께 36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논문을 집중적으로 쓰는 4학기를 제외한 나머지 세 학기에 각각 12학점씩 나눠서 수업을 들으면 된다고 전해 들었다. 그렇기에, 1학기 생인 나는 스튜디오 수업 1개(6학점), 전공 수업 2개(6학점), 총 12학점을 신청하였다.
(1) 스튜디오 수업
스튜디오 수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선택지가 적었다. 선택할 수 있는 수업 중 하나는 농업 디자인 관련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었고, 다른 하나는 헬스케어 관련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어서 헬스케어 스튜디오를 선택했다기보다, 농업 디자인에 아예 관심이 없었기에, 남은 수업을 선택했던 것 같다.) 직전 학기에 헬스케어 관련 수업을 진행했기에, 이번 학기에도 진행할 줄 알았던 인터랙션디자인스튜디오1 수업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인간과 공감(Empathy)에 대한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오히려 인간과 인간 심리에 관해 공부해 보고 싶었던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고, 공감은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 중 첫 번째 단계인 만큼 중요하고 배워야 할 필요성을 갖고 있었던 분야이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한 학기 수업 중 절반은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공감에 대한 책 2권을 읽고 각자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형태이고, 나머지 절반은 주제를 선정하여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책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내용이 좋기에 읽고 느낀 인사이트들을 브런치에 작성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팀 프로젝트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로 진행될지 모르지만, 수업에서 나온 주제를 통해 발표 논문이나 게재 논문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는 선배님들의 말을 들어서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프로젝트 주제는 교수님의 전문 분야인 헬스케어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스케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라는 책을 사서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도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괜히 이 수업에서 공감에 대해 배운다고 하니, MBTI가 대문자 T인 내가 이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을까, 이 수업 자체를 잘 공감할 수 있을까 덜컥 겁도 나지만 책 내용에 따르면 공감도 학습이 된다고 하니 부단히 노력해 소문자 f까지만이라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2) 전공 수업
전공 수업은 스튜디오 수업에 비해 선택지가 많았다. 오히려 10개가 넘는 선택지 중 2개만 선택할 수 있었기에, 어떤 수업을 선택할지 상당히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선택할 수 있는 수업 2개 중 1개는 1학기 생이라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탄소중립과 서비스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또 나머지 수업은, 데이터와 통계에 대해 배우고 싶었고, 선택하려고 했던 수업을 통해 미리 논문 주제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던 디자인조사분석은 선배님들의 만류에 수강을 철회하였다. (1학기 생이 듣기에는 조금 어렵고, 논문을 작성하는 시점인 2학기나 3학기때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마 다음 학기에 듣게 될 것 같다.) 이 수업의 대안으로 랩 수업 중 가장 기초가 되는 수업이라고 추천받은 인터랙션디자인1 으로 수강 신청을 완료하였다.
2-1) 인터랙션디자인1
화요일 오후 수업인 인터랙션디자인1은 평소 석사 수업에 잘 들어오지 않으시던 랩 주임교수님인 P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여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수강을 신청하였다. 심지어, 영어와 한글을 같이 사용한다고 공지가 되어 강의실에 가보니 많은 외국인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히려 외국인의 비율이 한국인보다 훨씬 많았다.) 영어와 한글을 같이 사용하기로 했던 이 수업은, 수업이 진행되면서 점점 영어만 사용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듣게 된 영어에 당황한 나머지 수강 변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수업 커리큘럼이 UX 프로세스(방법론) 전반을 다루는 수업이었기에, 이 기회에 기초부터 다시 다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유학 왔다고 생각하지 뭐!"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과 함께, 수강을 유지하기로 결심하였다. 2주 차 때부터는 팀으로 나뉘어 교수님께서 설명하신 UX 이론을 액티비티 형태로 진행하였다. 수강인원상 한 팀에 한국인은 1명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외국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렇기에 모든 액티비티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영어를 한동안, 아니, 거의 근 10년간 뱉어본 적 없던 나는 답답함에 머리가 핑 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흐르고, 파파고에 의지하며 대화를 이어 나가는 내 모습과 이 경험이 새롭다고 느껴졌고, 오히려 이 기회에 영어 회화를 공부해 볼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게된 계기 였던 것 같다. (스픽 같은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긴 한데,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 수업은 나에게 꽤나 신선한 경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2). 탄소중립과 서비스 디자인
금요일 오전 수업인 탄소중립과 서비스 디자인은 한 학기 동안 탄소중립 매거진에 게재될 아티클을 쓰고, 남은 시간 동안 탄소중립과 관련된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나 뉴스를 통해 탄소중립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긴 했지만,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라는 다소 비관적인 생각으로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던 분야였던 것 같다. 하지만, 아티클 주제 선정을 위해 탄소중립과 관련된 리서치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를 갖게 되었고, 현재는 택배 이용 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한 이야기와 비건 라이프로 절감하는 탄소에 대한 이야기 중, 어떤 주제를 선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작성이 완료되고 가능하다면 내가 작성한 아티클 원문을 이곳에 포스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수업 내용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수업에 대한 최종회고는 1학기가 끝난 시점인 7월 쯤 작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실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숫자를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위치한 5층 연구실에는 50여 명의 석사, 박사 연구원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중 내 자리는 복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 대학원에는 총 18개의 랩이 있다고 한다.) 내 개인 책상에는 최근, 지인 HH에게 값싸게 구매한 27인치 모니터와 함께, 노트북 받침대, 모니터 받침대, 키보드, 마우스, 집에서 굴러다니던 이케아 북 스탠드까지, 회사에서의 공간과 비슷하게 환경 구축을 완료하였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자이다. 평소 자세가 불량한 탓에 종종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곤 하는데, 연구실의 의자는 바퀴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등받이도 낮은 회의실 의자이기에 불량한 자세를 유지하기에 아주 적합한 특징을 갖고 있다. 2년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있을 공간이기에 의자를 하나 살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여기 연구실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의자에 앉아있는데, 나만 너무 유난 떠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그 마음이 사그라들곤 한다.
의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한 의자를 추천해주고 싶다. 조용한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에서인지, 나는 요즘도 종종 스터디카페에 간다. 스터디카페는 열심히 일 또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로 모여있는 공간이기에, 그 사람들을 보며 자극받고 나도 옆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날은 망원역에 위치한 르*임 스터디카페에 갔다가 굉장히 편한 의자를 발견했고, 의자가 너무 편해 대뜸 스터디카페 사장님에게 카톡으로 의자 정보를 물어보았고, 그 즉시 의자를 구매하게 되었다. 내가 구매한 의자의 앞다리에는 바퀴가 있고 뒷다리에는 바퀴가 없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등에 위치한 망은 허리 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허리를 반듯하게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물론 허먼밀러와 같은 의자랑 비교하면 좋지 않은 의자일 수 있지만, 20만 원 미만의 가격에서는 이 의자보다 좋은 의자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해 줬는데, 내 말을 듣고 구매한 지인 모두가 만족했으니,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의자 광고만 잔뜩 하게 되었는데, 의자 구매는 조금 더 고민해 볼 생각이고, 열심히 구축한 환경인 만큼 열심히 하는 것만 남은 것 같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나갔다. 평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 3월 한 달은 썩 유쾌한 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겉으로 티가 났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우울과 가까운 감정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 괜히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주변에 좋은 랩 선배님들과 동기들을 만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빠르게 이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이곳의 교수님들은 내가 만나본 지도자 중 가장 친절한 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아무튼,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 버린 지난 3월 한 달을 마지막 챕터에서 회고해 보려 한다.
(1) 생활 패턴 개선하기
"대학원에 가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각오했던 내 지난 결심에 비해,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퇴근 시간인 오후 5시에 칼같이 퇴근했던 건, 퇴근 후에 곧바로 헬스장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PT를 시작했다.) 칼퇴근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운동이 끝난 후, 잠자기 전까지 유튜브만 보다가 잠에 드는 나의 모습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대학원 생활을 한 달 정도 해봤으니, 이 시점에서 나의 생활 패턴을 조정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우선, 내가 꼭 가야 하는 공간은 학교, 헬스장, 집이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집에 가면, 발생하는 나의 나태함이다.
월, 수, 금 : 1교시 수업이기 때문에, 기존 패턴을 유지함 (변경 불가)
화 : 오후 수업이기에, 오전에 운동 갔다가, 수업 이후 쭉 학교에서 자기 계발하기
목 : 공강이기에, 오전에 운동 갔다가, 쭉 학교에서 자기 계발하기
사실 바뀐 것은 많진 않지만, 이왕 출근해야 하는 연구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려고 한다. 이렇게 내 멋대로 탄력근무제를 시도해도 될까 싶긴 한데,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굳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혹, 교수님이 뭐라 하셔서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지 모르지만, 이렇게 나만의 탄력근무제를 시도해 보려 한다.
(2) 관심사 넓히기
대학원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나 작성해야 할 논문 모두,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아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자유 주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학교 때도 이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원하는 주제를 찾아 과제를 진행했었는데, 대학 졸업 이후 3년 정도 회사에 다닌 탓인지 주제를 자유롭게 선정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도 당연한 게, 회사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없었고, 여러 현실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한 탓인지 주제를 생각할 때 '그건 이래서 안 되고', '그건 이미 있고', '그건 수익 모델이 약하고', '그건 사용자들이 많이 안 쓸 것 같고' 등 다소 상업적인 생각들로 자체 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emotion.co.kr/magazine/24/
이전 회사에서 내가 어떤 부분을 주로 경험했는지 위 이미지인 Double Diamond를 활용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위 이미지는 가장 일반적인 UX 디자인 프로세스 중 하나로 Discover(발견), Define(정의), Develop(개발), Deliver(전달)로 이어진 프로젝트 진행 방식을 나타낸 이미지이다. 회사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단계인 Discover와 리서치를 통해 문제를 분석해 보는 Define 단계를 경험해 본 적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인 Develop과 Deliver의 단계를 주로 경험했었다. 이 단계에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많은 UX/UI 관련 책을 끼고 살았고, 인터페이스를 잘 설계하기 위해 수많은 레퍼런스를 체크하며 다녔던 것 같다.
지난 한 달 동안 경험한 대학원이라는 공간은 회사와는 다르게, 문제를 찾는 Discover와 이를 정의하고 연구하는 Define 단계가 다른 단계에 비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다학제적인 UX 분야를 너무 미시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라도 다양한 사회 문제(트렌드)에 관심을 두고, 해보지 않은 경험을 의도적으로 해보며 관심사를 넓히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3가지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첫째, 사회 트렌드에 관심두기 (트렌드 뉴스레터 구독하기)
둘째, 한 달에 한 번 액티비티 하기
셋째, 한 달에 한 권은 직업과 관련되지 않은 책 읽기
관심사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롱블랙(LongBlack)이라는 뉴스레터가 내 알고리즘에 노출되었고, 곧바로 구독하게 되었다. 내가 롱블랙을 구독한 이유는 롱블랙은 UX/UI를 다루는 뉴스레터가 아닌, 브랜딩 관점에서 사회 트렌드 전반을 다루는 뉴스레터이기 때문이다. 출근길 버스에서 하루 10분 정도 할애해, 트렌드를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롱블랙에서 발행한 뉴스레터는 24시간 동안만 읽을 수 있다는 점에 구독하게 되었다. "이게 왜 구독한 이유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경영자라면 이런 모험 수를 두긴 쉽지 않았을 것 같고, 이런 정책이 오히려 콘텐츠를 더 읽게끔 하는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멋진 아이디어에 감동해 구독했다.)
주변 지인에게 좋은 아티클이라며 링크를 공유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가끔 주변 지인들이 좋은 아티클이라며 링크를 공유해 주는데, '나중에 봐야지'라는 이유로 미루다, 결국 공유받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되곤 한다. 하지만, 롱블랙은 하루가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이점을 이용해 꼭 읽게 만드는 서비스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OTT 서비스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료 콘텐츠는 사용자가 낸 금액이 가치 있는 소비임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단은 읽게끔 해야 하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고, 롱블랙의 이런 '읽게끔 하는 심리적 압박감'은 나에게 굉장한 인사이트로 다가왔다. 어쨌든 이런 이유와 함께, 롱블랙을 읽으며 다양한 트렌드에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원 동기 HJ는 한 달에 1번씩 액티비티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해 주었다. 지난달에는 춤을 배웠고, 매달 어떤 것을 할지 기대하며 삶을 살아간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면 회사에 다녔을 때 나는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술 마시는 것 외에는 딱히 취미도 관심사도 없었다. 취미를 찾기 위해 낚시도 해보고, 등산도 해보고, 캠핑도 해봤지만 결국 취미를 찾지는 못하였다. 취미는 본인을 힐링시킬 수도 있지만, 소위 '덕질'을 통해 본인의 관심사를 구축해 나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1번 새로운 액티비티를 하며 내가 덕질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찾아보는 취미 찾기를 다시금 시작해 보려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회사에서 일을 잘하기 위해 지난 3년간 UX 관련 서적만 읽었던 것 같다. UX/UI 분야와 약간 벗어나도 <왜 일하는가?>와 같은 일과 관련된 책만 읽었는데, 한 달에 한 권쯤은 직업과 관련되지 않은 책을 읽어보려 한다.
(3) 그 외 소소하게 느낀 점
1. 연구실 복도를 지나다니다 보면 다른 연구원들이 연구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듣곤 한다. 나 역시도 입학하면서 연구계획서에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적어 제출하긴 했지만, 다가오는 4월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2. 보수적일 줄 알았던 대학원 수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트렌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이슈가 되는 기술, 문제들로 논문을 작성하기 때문이다.
3. 소소한 꿀이 존재한다. 코로나가 끝나, 예비군을 2박 3일로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학생 예비군으로 편입되어, 하루만 간다. 그리고 대학원생이라 애플 교육스토어 할인이 된다.
브런치를 쓰기로 결심한 지 3달 정도 지났다. 브런치가 원래 본인의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긴 하지만, 직업 특성상, 이 글을 읽는 사용자를 고려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재밌어하며 읽을까?, 이 표현은 누군가에게 부적절하지 않을까? 등 하나의 글을 발행하기까지 점점 더 많은 시간과 결심이 필요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이 브런치를 계속해서 쓰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생각이 정리되어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고, 장문의 글을 써보는 연습을 통해 논문 작성 시 조금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도 하고 있다. 그래도 앞으로는 글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정보성 글도 기획해서 작성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 3월 한 달 고생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