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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봄, 레인쿠버에서 찾은 따스함

비와 햇살이 어우러진 하루, 마음의 평화를 찾다

by 김종섭

밴쿠버의 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활기와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따스한 햇살은 국경을 넘나들며, 모든 것에 생명과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곳의 봄은 예상치 못한 비와 함께 찾아온다. "레인쿠버"라는 애칭이 불려질 만큼, 비는 밴쿠버의 날씨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갔다. 언제부턴가 일주일 내내 비 소식이 가득 차 있는 일기예보를 대할 때면, 비는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자연스레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리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 없이도 길거리로 뛰쳐나와 흠뻑 비를 맞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비가 내릴 때면, 빗소리 속에 마음을 담아내곤 했다. 빈대떡과 막걸리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 빗속에서 낭만을 찾곤 했다. 비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정을 일깨우고, 추억을 되살리게 했다. 그러나 밴쿠버의 비는 처음에는 그 감동을 전해주지 않았다. 이곳의 비는 한국에서의 그 따뜻한 감성을 품지 못한 채, 마음을 흔들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저 창문을 두드리지 않는 무감한 비였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비는 내 마음에 닿지 못한 채 스며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밴쿠버의 비와 조금씩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의 비는 더 이상 불편한 날씨가 아니었다. 그 조용히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소리 없이 내 마음을 적셔갔다. 어느 날, 나는 길을 걷다 비를 맞으며 그 조용한 비가 내게 주는 포근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더 이상 불편함도, 우울함도 없었다. 그저 비가 내리면 마음도 차분히 물들어갔다. 이제 비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어제, 짐자리에 들기 전에 주간 일기예보를 살펴보았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린다고 예고했다. 나는 또 하루를 비와 함께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구름은 지나가고 하늘은 맑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고, 햇살이 나를 반겼다. 순간, 나는 봄의 따스한 기운을 다시 느꼈다.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펼쳐지자,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 주는 설렘을 느꼈다.

밴쿠버에서의 비는 이제 더 이상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비가 내리면, 그 고요한 빗소리 속에서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펼쳐지면,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용기를 준다. 비와 맑은 날이 반복되면서, 나는 이 모든 날들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걸 느낀다. 밴쿠버의 봄은, 비와 맑음이 어우러져 다시 한번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비 오는 날, 감성에 젖어 써 내려갔던 "비가 오는 날"이라는 시를 다시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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