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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20. 2021

아들의 추석선물이 도착했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시간

차가운 공기라도 삼켜버리고 싶었던 어느 겨울, 움츠린 마음 안으로 혹독한 겨울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만남이라는 것은 새로운 설렘의 희망과 같았지만, 이별은 무수한 설렘을 담고 만남이라는 기다림을 채워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가족은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고 캐나다로 떠났다. 예전에는 공항까지 배웅은 일상적이었다. 그마저도 모자라 출국장에서 멀어져 가는 가족의 모습 하나하나의 흔적마저 놓치지 않으려는 눈의 필사적 몸부림이 있었다, 오랜 기간 이별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매번 이별할 때마다 감정의 크기가 커져가는 느낌이다.  


배웅하는 날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루만 더 어제이고 싶었던 날이기도 했다. 주어진 시간이 늘 모자랐던 이유에서 일까, 결국엔 있을  시간을 보태어 좀 더 잘해줄 것을 하는 어리석음은 후회가 배웅할 때마다 매번 생겨난다.

예전과는 달리 공항 리무진 정류장까지만 가족을 배웅하기로 했다. 공항까지 배웅은 서로에게 왠지 마음만 무거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족생각도 나와 같았다.


공항버스가 약속된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내는 자리에 앉자마자 조용히 있었다. 나는 못 본 척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떠나가는 버스에 손을 흔들어 배웅끝냈다.


배웅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 그날따라 유난히도 지루하고 멀게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해 방문을 여는 순간 가족의 온기는 오간데 없고 방안 공기는 차가웠다.


방안에 걸린 시계의 둔탁한 초침 소리와 함께 카톡 알림 소리가 빈방의 크기만큼 크게 들려왔다. 아들이 보내온 카톡이었다.

"아빠 오늘 제 이름으로 택배가 도착할 거예요" 

"뭔데"

"홍삼이요"

"거르지 말고 드세요"

 "돈도 없을 텐데 그 비싼 것을 왜 시켰어 아빠는 아직은 홍삼 안 먹어도 건강한데"

"그다지 비싸지 않아요"  

"김영란법에 접촉을 받지 않으려고 오만 원 이하로 제품 구성이 되어 있어 샀어요.ㅋㅋ"  아들이 너스레를 떤다.

그때 사회 분위기는 김영란 법이 통과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주고받는 선물 가격예민했었. 아들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선물 소식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 젖어오는 눈물을 거세게 저항했다,


그해 가족 배웅을 마지막으로 기러기 생활을 청산하고 다음 해에 공항에서 가족의 마중을 받았다. 그 후 가족과의 배웅뿐만 아니라 마중도 없는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던 생각이 다시 깨져갔다. 몇 년 후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직장 문제로 가족이 없는 한국으로 떠난 것이.


지금 한국은 추석 명절의 긴 연휴에 들어갔다. 친인척이 있기는 했도 코로나로 서로의 왕래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더구나 한국에 가족 하나 없이 추석을 보낼 아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코로나로 세상의 많은 것을 바뀌어 놓았다. 바뀐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우리 가족에겐 하늘길을 자유롭지 않게 묶어 놓았다는 현실만으로도 추석의 무게감이 한층 더 무거운 느낌으로 전해져 온다.


"엄마. 아 이번 추석도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해요"

" 이번 11월쯤에 휴가를 얻어 갈게요"

아들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1월 이후로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왕래하지 못했다. 돌연 뜻하지 않은 아들 방문 계획은 어느 것과도 가눔 할 수 없는 이번 추석을 대신한 값진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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