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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으니 Dec 27. 2022

엄마로 딸로.

글지으니의 이야기



낮에 눈이 뿌엿해 내렸다.


올해는 그렇게 겨울이 멀게만 느껴지더니 가물었던 비가 눈이 되어 일찍이 첫눈이 내렸다. 그러더니 어제는 온 동네를 하얗게 만들고 싶었는지 밤새 가로등 불빛 속에서 눈이 내렸다.



밤새 내린 눈으로 잠깐 제주에 다니러 왔던 조카는 비행기 결항으로 내가 결혼한 이후로 조카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조카는 "엄마가 이모 책이 젊은 엄마가 읽어야 한다고 하면서 나에게 빨리 구입해서 읽어보라"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내 이야기가 너의 엄마의 이야기에 비하면 아주 작은 한 에피소드 밖에 안 돠는 이야기야! 엄마는 그 수많은 감정을 밖으로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고 이모는 그 감정을 밖으로 표현한 거야! 그러면서 내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책 속에 다 담지 못 한 내 감정을 말하다가 남의 편인 남편이 들어오고 내 편인 조카는 공항으로 떠났다.



조카가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만 남겨두었을 때 언니가 전화했다. 이모가 있어서 조카가 좀 쉬고 갈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책을 퇴직한 친한 친구가 읽고, 늘 메모를 하면서 글을 즐겨 쓰던 형부도 읽고 솔직 담백하게 글을 써 냈다고 말해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언니는 내 책을 읽고 이틀 동안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고 했다. 나도 글을 쓸 때, 탈고하면서 울었는데 같은 딸로서 엄마로 공감이 되었다니 나도 올컷 했다. 


언니도 나도 엄마의 딸이고 엄마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처음에 내 책을 읽고 있는 언니를 보며 "책이 어때!" 하면서 언니의 얼굴을 보았다. 언니의 얼굴은 무덤덤하게 "그냥 읽고 있어!"라고 했다. 그 무거운 마음을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어서 그때는 얼버무렸나 보다. 나는 글을 쓰기만 했는데 글을 쓰기 전과 쓰고 난 후에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래서 이런 치유의 글쓰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말하고 싶었다. 그 처음이 큰 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든 굴곡이 없는 사람이 없고 크고 작은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지만 나는 큰 언니의 삶이 얼마나 애달픈지 옆에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애리다. 큰언니가 글을 쓰면 내가 제일 먼저 그 책을 살 것이다. 언니의 가슴속에 있는 그 애린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겠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언니가 그 힘들었던 것에서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니가 책을 쓴다면 "딸로 엄마로"라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언니의 그 마음을 다 보일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을 깎고 깎아내서 비워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가 글을 써보니 하게 되었다. 





딸 부잣집 큰딸로 의사 사모로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언니가 보낸 세월만큼 가슴 깊이 묻어 있던 수많은 감정을 털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하게 되었다. 그래서 언니가 글을 쓴다면 언니가 가장 위로받고 언니와 같은 한 사람에게 큰 힘을 될 수 있다고 주제넘게 말한다. 그 독자 중에 나는 언니의 베스트 독자가 될 것이다. 


언니 사랑해요. "딸로 엄마로"라는 타이틀로 하루에 한 장씩 써보세요. 언니야말로 베스트 "평생 엄마로만 살 뻔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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