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정신차리면 오는 현타가 있다

그리고 독일의 기차 이야기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갈아타야하는 일이 있을 때, 플랫폼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본다.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책을 손에 잡기 어렵고 오프라인의 생활이 너무 바쁘다 보니, 온라인 생활은 잘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동 중에 책을 보고 유튜브로 짤을 보고...하는 시간들을 갖는다.

좋~은 세상이야! 라고 모든 것이 그렇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종이책과 e북의 차이점등을 차치하고 어쨌든 이국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한국의 것들이란 나에게 좋은 일이다.

독일의 기차는 연착과 결항이 잦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만만치 찮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을 참지 않을 것이다. 나도 한국사람이라 당연히 참을 수 없는 일이지만 독일에서는 참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항의도 환불도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 있다.

게시판도 없고 고객센터 전화 연결은 연결음악을 듣다가 끊어지기도 하는...그래서 항의를 이메일이나 편지로 해야하는데 독일어로 쓰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항의하기는 여력이 없고, 더디게 돌아오는 답도 '유감이지만'이 끝이라 결실도 없다.

기차 이동이 많은 나는 그래도 이런 시간을 투덜거림으로 보내지 않을 수 있는 온라인 생활이 있어서 좋다. 글 쓰는 것도 대부분 기차로 이동할 때 이뤄진다.

이어폰을 꽂고 한국말의 예능이나 다큐등의 유튜브를 재밌게 보다가 기차가 와서 타거나 갈아타기 위해 이동을 할 때 혹은 안내방송이 나와(변동이 많아서 주의깊게 들어야한다) 이어폰을 뻈을 때 훅 들어오는 독일말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볼 떄 보이는 외국사람들...

순간적으로 말그대로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이렇게 멍해질 떄가 종종 있다.

독일에서 25년을 살았다고 하면 그 긴 세월에 독일에서 다 적응하고 독일 사람 다 되었겠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나. 35년을 살고 있는 지인도 이넘의 독일. 하면서 아직까지도 불평을 하는데 난들 안 그럴리가. 모두들 생활의 터전을 독일에서 일궈낸 터라 한국에 다시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서 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한국 예찬과 독일의 불편함을 서로 호소하며 지낸다. 동병상련의 수다가 없으면 힘든 현실이다.

이렇게 내가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오는 현타들이 아직도 종종 일어난다.

아마도 평생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 독일의 기차(DB)에 대하여

독일에서 운행하는 기차는

고속열차인 ICE 장거리 일반열차인 IC 주단위지역으로 운행하는 지역열차인 RE, RB

등이 있다(지역에 따라 이름은 다를 수 있다)

현재는 매달 58유로인 도이칠란트티켓이라는 정액권이 있어서 이 티켓이 있으면 독일 내 고속열치를 제외한 RE, RB, 버스와 지하철을 다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잘츠부르크등 근교 국경을 넘어서도 갈 수 있는 도시들도 있다.

고속열차의 기차표는 비싼편이라 오늘 뮌헨(독일의 남부)에서 출발해서 함부르크(독일의 북부)까지 가는 기차표를 바로 구입하고자 한다면 편도 24만원 - 35만원 정도다. 항공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가격이다. 그렇지만 미리 시간을 두고 구입하면 구입시기에 따라 그리고 할인표에 따라 훨씬 저렴해져서 가령 한달 전에 같은 표를 구입한다면 금액은 8만원대로 살 수 있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기차표를 살 때 절대로 촉박하게 구입하지 않는다. 보통 독일 사람들의 '미리미리'가 이때는 특히 중요한 이유다.

기차표에 좌석도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좌석 지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표를 살 대살 때 같이 구매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약된 구간이 표시된 의자 위를 보고 예약되지 않은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

나처럼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연간할인권을 끊는다. (25 50 100프로의 할인율로 금액이 다르며 나처럼 25프로 할인이 되는 회원은 1년에 10만원 정도다)

오늘 날짜의 기차표 가격


한달 후의 기차표가격


그러나 이렇게 비싼 기차라도 연착과 결항에서 예외가 아니다. 멀쩡히 타고가던 기차가 어느 역에서 운행중단이라고 다 내리라는 방송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 다른 기차로 무료로 탈 수 있으나 종착지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하는데(예를 들어 유럽 다른 나라로 갈 때) 시간이 안 맞으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환불도 1시간이 넘어야 진행이 된다.

플랫폼에서 전광판의 시간을 보고 기다리는데 그 기차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도 자주 나온다.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에서 기차탈 때는 필요한 것!

인내심과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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