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HAPPY> 편
며칠 전 남동생이 나에게 톡으로 유튜브뮤직 링크를 하나 보내며 이렇게 부연했다.
“은우가 데이식스 좋아하길래 생각나서 보내. 은우 들려줘 ㅋㅋ(참고로 은우는 나의 9살난 아들이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은우가 데이식스 좋아해? 몰랐네. 무슨 곡인데?”
“해피. 노래 넘 좋아. 21세기 최고의 곡임 ㅋㅋㅋㅋㅋ”
“알아, 지금 국내차트 4위일 걸. 들려줘 볼게!”
데이식스 노래 HAPPY 나도 알고 있었다. 퇴근길 운전하며 종종 지니뮤직앱 일간차트를 듣기 때문에 어제도 들었던 곡이다. 1위가 로제의 <아파트>였고 2위, 3위가 애스파의 곡, 4위가 데이식스의 <해피> 였던 게 기억났다. 아마 10월엔 계속 1위했었을거다.
나도 들으면서 노래가 참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았지만 혹시나 하는 맘으로 점검 차원에서 아이에게 들려주기 전에 가사와 노래 분위기를 다시 한번 정독해 봤다.
매일 웃고 싶고 걱정 없고 싶은데 참고 버티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요?
힘든 상황에 처한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바램을 담은 심플한 가사였다. 가사 속 곁들여져 있는 아주 쉬운 영어 세 문장, 귀에 쏙쏙 꽂히는 보컬 딕션. 경쾌한 반주까지. 9세 아이에게 해로운건 없어 보였다. 다만 아이가 내용에 제대로 공감할 지는 미지수.
자체 검증을 마치고 아이에게 설명했다.
“삼촌이 너 들려주라고 데이식스 노래를 보내왔는데 엄마랑 같이 들어볼래?”
알고 보니 삼촌이 투어스와 데이식스를 착각한 모양이었다. 삼촌에게 투어스 노래가 좋다고 얘기했었다고 한다. 아이가 좋아했다던 그룹은 투어스였다. 당시 투어스 노래가 참 좋길래 학년 초와 너무나도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로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를 아이에게 소개해 주고 차로 이동할 때 정말 많이 들었었다. 투어스 노래가 밝고 긍정적이라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돼줘> 도 찾아 들었었다. S와 N극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줬었다.
비록 삼촌의 착각으로 엉뚱한 데이식스의 노래가 전달되긴 했지만 삼촌이 띵곡이라 극찬한 곡이었으므로 아이에게 공유해주기로 했다.
“삼촌이 4년전부터 데이식스란 밴드를 정말 많이 좋아했대. 요즘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하는데 그 운동할 때 맨날 이 곡이 나온대. 정말 신나는 곡이래. ”
“데이식스는 몇 명이야? 아이돌이야?”
“응, 4인조 밴드야, 춤보다는 기타, 드럼같은 악기연주를 더 잘 하는 남자가수들이야, 요즘 어른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아주 많아”
간단한 설명에 아이가 큰 관심을 보인다.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삼촌이 4년 전부터 좋아한 팀이라고 하는 수식어 덕에 아이의 호기심이 폭발한다.
삼촌은 유튜브 링크를 보내줬지만 영상부터 접하는 것 보다는 텍스트를 눈으로 보고 머리로 먼저 이해하는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기에 지니뮤직 앱을 열고 데이식스의 [HAPPY] 노래를 선택, 가사 풀버전 화면이 나오게 세팅했다. 3분10초짜리 곡이었다.
그런날이 있을까요?
마냥 좋은 그런 날이요
내일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그런 날이요
로 시작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고개를 까딱까딱 리듬을 타면서 들었고 아이는 가사를 뚫어지게 보며 들었다.
가사중에 알고리즘이란 단어가 있는데, 예상대로 아이가 물었다.
“알고리즘이 뭐야?”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어떤 영상을 한번 보고 나면 AI가 그 다음부터 그거랑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더 많이 보여주는 걸 말해”
이해가 됐는지 끄덕끄덕.
그러다가 갑자기 아이 눈가가 촉촉해진다. 눈물이 좀 나오는 모양이다.
“노래 듣다보니 눈물이 나니?”
가사중에 이런게 있다.
May I be happy?
매일 웃고 싶어요
걱정 없고 싶어요
아무나 좀 답을 알려주세요
So help me
주저앉고 있어요
눈물 날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제발요
“엄마 이노래 정말 좋다. 나는 ‘매일 웃고 싶어요’ 여기가 제일 좋아. 나도 숙제 많을 때 이런 적 있거든.”
그 얘기 듣는데 나도 좀 뭉클함이 있었다.
젊은이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등 2학년 9살 아이의 삶 속에서도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노래였다. 음... 그런데 숙제가 언제 많았던 거지?
노래를 음원으로 세 번 정도 함께 들은 후 뮤비도 함께 봤다. 뮤비는 미처 사전 확인을 꼼꼼히 못 했는데 그냥 믿고 봤다.
아이가 뮤비 주인공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사람은 데이식스야?”
가만 보니 배우 유승호님 이었다.
“아니, 주인공 남자는 유승호라는 배우고, 데이식스는 저분들이야”
뮤비 속에서 악기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분들을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주인공 진짜 잘생겼네”
아이의 솔직한 말에 난 웃고 말았다.
뮤비란 변수가 있었지만 9살 아들과 함께 좋은 곡 잘 감상한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들을 수 있는 좋은 곡이란 이건 게 아닐까? 어른들만의 언어로 만들어진 가사가 아닌 어린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들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위로와 감동의 크기도 비슷하게 전해지는 그런 노래. 오늘도 이런 보석 같은 노래를 아이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데이식스님들, 마흔 넘은 제 남동생도 4년 전부터 팬이고요, 9살 제 아들도 노래 듣고 울컥할 정도로 팬이 됐습니다. 앞으로 이런 좋은 노래 많이 부탁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 방송작가인데요, 몇 번 섭외요청을 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연이 닿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만나 뵐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