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2
오늘도 일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다.
언니의 창문을 보며, 하나둘씩 빛이 차오르는 이웃들의
창문을 보며,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게 하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힘에 대해서 이따금씩 생각을 해본다.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의 많은 비밀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통제하려 한들 삶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채우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 백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