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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균형의 착각

2. 사랑은 정말 공정해야 하나요?

by 무 한소

남편이 울어 댄다.


비 오는 날 실내 습도와 기온이 적당히 어우러져 아늑함을 충분히 누리며 새벽의 고요함에 푹 빠져 있을 때 '나의 그'가 인기척을 한다. 그의 움직임과 자취가 어색하고 둘 사이 흐르는 기류 또한 오늘의 날씨를 앞당겨 예보하듯 무겁기만 하다. 그의 냉랭함으로부터의 그것을 느낄 만한 거리는 멀지 않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울어댄다. 울며 보채는 그에 대한 버거움과 평행을 이루는 안쓰러움을 사랑으로 느끼며 달래주곤 했었다. 마침내 오늘은 불편한 냉랭함으로 목청껏 울고 있는 그를 위로하겠다고 마음먹고 적극적으로 마주한다. 식탁 의자에 앉아 그와 마주하자 그의 뒤를 감싸고 있는 우리의 오래된 '야외 웨딩 사진'이 수애의 눈에 들어왔다. 결혼사진은 과거 추억의 프레임 안으로 한없는 그녀를 끌어당긴다. 그렇게 속수무책 결혼사진(4각 프레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결혼 생활은 그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는 익숙함이라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대신했다. 그 결과 서로의 감정에도 무기력으로 익숙해졌고 서로의 말투나 행동에는 더한 무관심으로 타자와 같이 적당한 선은 지키며 소극적인 관심으로 예의를 지키는 흉내를 내곤 했었다.


결혼생활의 햇수가 매년 더해지면서 한 번의 갈등에 대한 후유증을 겪어내는 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고 중첩된다. 그리고 그 과정의 시간은 깊어만 갔다. 후유증이 깊어지고 단단해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단계라고 스스로 경고를 해 본다.


얼마 전 아주 사소한 일이 원인이 되어 남편과 그녀의 갈등은 시작되었다. 모순적이게도 내면에서는 그 흐름이 평안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그녀를 부르거나 그녀 시간을 온전히 그에게 쏟아 부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적당한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불편한 이성이 생활 속에 적응이 될 때쯤 그가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 자세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일들로 남편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들 두 사람의 결혼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제점들의 필수와 조건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수식으로 풀어봤다.


* 결혼의 수식 연산

(A, a)(B, b)=(AB-ab, Ab+aB)

(단, 그녀-나: 외적 조건-A, 내적 조건-a

그:외적 조건-B, 내적 조건-b이다)





24세 12월 결혼을 앞두고 이성은 재고 또 재며 생각에 빠진 수애를 압도하는 감성적이며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결혼의 수식 연산에서는 그려가며 물었다 지닌 외적 조건과 내적 조건이 그가 지닌 외면과 내면을 만나 가장 구체적이며 바닥을 보이는 결과물들이 드러난다.


과거의 그들은 수애의 주관적 사고가 들어가 있는 이 개념의 수식에는 전혀 적용시키지 못할 만큼 기껏해야 최대 900일간의 열정적 사랑에 빠졌던 걸까?


A={xㅣx=내 소유의 강점}

B={xㅣx=그 소유의 강점}

AUB={AB-ab, Ab+aB}

AnB={아들, 딸}


서로 각자가 지닌 약점이 강점으로 발휘되는 가장 최고의 순간은 열정적 사랑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눈을 가리는 바로 그 순간 막연한 무한의 동경으로 결혼생활은 시작된다. 살아가는 동안 일상을 겪으며 평범한 일상들도 특별해졌고 그 특별한 일상에 지쳐가기도 했다. 또한 지쳐가는 일상에 무기력해지며 모든 것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결혼사진(4각의 프레임)을 통해 현실로 빠져나오면 수식도 수애의 시력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온다. 시선은 다시 현재 그녀 앞에서 울어대는 남편에게로 향한다.



열정적 사랑이 서로의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시간은 얼마 안 되었다. 결혼은 결코 이상이 될 수 없었기에 그와 그녀의 사랑의 에너지는 점차 힘을 잃어 갔다. 서로의 외적 조건에 좀 더 치우쳐진 결혼을 선택했다면 그 에너지는 가속도가 붙어 소멸되어 버린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듯 깨끗하게 사라져 버린 에너지를 아쉬워하며 우리의 결혼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된다.


외면과 내면을 들여다볼 때 우리가 좀 더 관심을 보이며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무엇에 무게를 실을 수도 없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도 아닌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밸런스를 찾기 위한 내적, 외적 조건에는 데이터가 존재할까? 사실, 그 데이터를 따라 계획하고 살아간다고 해서 다 잘 사는 건 아니지 않은가?



(A, a)(B, b)=(AB-ab, Ab+aB)


그녀의 외적 조건과 내적 조건이 그의 외면과 내면을 만나면 결혼의 실체와 이상적인 결혼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이러한 현실과 이상을 잘 조율해 나가는 중이고 어느 한쪽의 삶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면 그 수식의 결과가 (0,0)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결혼 전의 상태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그와 그녀의 관계로부터 나온 축복인 (C, c)의 등장이다.


*결혼 수식 연산 정정

(A, a)(B, b)(C, c)=(AB-ab+Cc, Ab+aB+Cc)

※(C, c)는 결혼생활의 현실과 이상적 결혼생활에서 어느 곳에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목청껏 울어대는 그를 위로하겠다는 맘이 결혼사진 (4각의 프레임) 안으로 이동했고 수애는 과거를 통해 그와 자신의 현재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현실과 이상적 결혼을 동시에 쥐고 있으며 머리로는 꿈꾸는 이상적 결혼을 생각하며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거실 창 가득 메워진 빗방울들이 방울방울 부딪혀서 맺힌 셀 수도 없는 흔적들을 남긴다.

방울방울 맺힌 흔적들은 결혼=4(각의 프레임)의 시련과 아픔에서 상처를 확인하듯 창 밖 세상 어딘가에서 내가 존재하는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무게가 같은 4가지 모습으로 표현되는 수식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상과 현실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신을 누군가 프레임 밖 세상으로 꺼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녀의 그'가 어색한 맘을 부끄러움과 함께 스스로 놓아두려는 듯 귀갓길에 샀다면서 수줍게 '봄 꽃'을 내민다.


이상을 실천하는 순간인가? 남편은 가끔 현실을 부정하고 감성을 쫓고 있는 수애를 위로하며 그에 맞게 로맨틱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수줍음을 감추며 선물한 작약꽃의 사랑으로 맘이 녹아내린다.



※note

합집합 AUB={xㅣx는 x∈A or x∈B}

교집합 AnB={xㅣx는 x∈A and x∈B}


연산=약속의 기호

'연산 약속' 수식: 규칙을 연산으로 약속한 식


*두 사람 사이 결혼의 수식 연산

(A, a)(B, b)=(AB-ab, Ab+aB)

*(두 사람 사이의) 자녀를 동반한 결혼의 수식 연산

(A, a)(B, b)(C, c)=(AB-ab+Cc, Ab+aB+Cc)


ㅡ》위의 수식 연산은 개인적 눈높이와 시선의 약속으로 정한 연산임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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