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린 아이, 깨어있는 눈빛
엎드린 아이, 깨어 있는 눈빛
가로 500 ×세로 700cm 남짓한 좁은 교실.
칠판 앞에 서서 나는 아이들에게 큰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다.
생각과 말의 분리, 의식과 실천의 경계
낯선 이질감 속에서 나는 그 자리에서 버티려는 강한 의지와 뛰쳐나가고 싶다는 충동적 욕구가 넘치는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오늘은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왜 그렇게 힘든 건지, 네 이야기를 좀 들려줄래?'
그건 나의 생각뿐이었다.
"오늘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좀 가져볼까 해. 수학을 왜 배우려고 하는지,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선생님은 수업 전에 진심으로 여러분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단다"
그러면서도 가장 뒷자리의 한 아이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어쩌면 은근히 그 아이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규칙적인 숨소리까지 전해졌다. 책상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었다. 나의 소리는 아이에게 닿지 않았다.
내 호소와 애정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순간, 교실은 이상한 정적에 휩싸였다.
내 눈동자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호소와 애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도, 아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그 무심한 속에서 이상한 울림을 느꼈다.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크게 동요가 없었다. 호소와 냉소 섞인 애정을 온몸으로 받고도 뒷자리에서 엎드려있는 친구에게 계속해서 눈길이 갔다.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아이의 태도를 무너뜨리고 나에게 수긍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반면 아련함이라는 희미한 잡음이 섞여 아이를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바로 앞자리 친구에게 눈짓을 했다. 좀 깨워 보라고.
까만 옷과 머리 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 아이가 마지못해 눈을 비벼대며 자신을 깨우는 친구를 향해 툴툴대며 일어났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여전히, 이 세상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듯했다.
나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말이 닿지 않는 이 고요함은 무관심이 아니라, 차라리 삶을 버티고 있는 다른 방식처럼 보였다.
그 무표정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까.
나는 그 눈빛에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묵직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공간 안의 무표정은 포기가 아니라, 버팀이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크지 않는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덧.
이 연재는 교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의 무표정 속에서 발견한 상실, 저항, 그리고 희망의 흔적을 기록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