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48시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글손 May 17. 2017

좋은 부모란?

무슨 화려한 정보를 주기보단 그저 그렇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완연한 봄이다. 아니, 사실은 우리가 말하는 완연한 봄이란 말은 이미 옛말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봄도 봄 같지 않게 날씨가 희한하다. 그래도 사람은 환경에 적응해서 잘 살아가게 마련이다. 5월의 어느 날, 마산에서 서울로 이른 아침에 길을 떠났다.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차를 타고 떠나는 서울 나들이는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국회에 도착하니, 국회 그 자체가 어리어리했다. 대단한 규모다. 나라의 법을 책임지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라 그런지 정말 큼직하고 웅장했다. 나라도 이만큼 잘 이끌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위 사진은 몇 해 전 어르신들을 잘 모셨다고 한 단체와 경남신문에서 받은 상이다. 사실, 어른들을 모시고 산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어른들이 우릴 데리고 사는 것이다. 어른들과 나이차가 크다 보니 생각의 차이도 크다. 어른들이 몸이 불편해 오랜 시간 힘이 들었지만, 작은 상 하나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간의 보상심리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장인어른은 돌아가셨지만, 두 어머님은 더 잘 모셔야겠다고 저 상패를 볼 때마다 다짐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늘 투닥투닥하곤 한다.-

국회에 도착한 기념으로 셀카 한 번 찍었다. 서울이 참 크긴 크다. 국회가 이만큼 큰데, 서울은 얼마나 크단 말인가? 이래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하나보다. 그래도 나는 내가 사는 마산과 내가 속한 경남과 나의 고향 고성이 좋다. 

아내는 언제 아이들 사진을 찍었는지. 늘 관심은 아이에게로 향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아직 나는 갈 길이 좀 멀었다. 글을 쓰는 지금, 어제 아내가 아이들보다 일에 더 신경 쓰는 듯하여 섭섭했는데, 이 사진을 보니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 회관에 들어가는 것도 꽤나 까다롭다. 왜 그럴까? 국회도 국회의원 회관도 모두 국민이 지은 것 아닌가? 주인인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물론 보안이나 안전의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신분증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지만.

국회의원 회관 2층에 있는 3 세미나실로 향했다. 입구에선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아이들은 나눠 준 과일을 먹으면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하긴,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라면 한 그릇 먹고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정훈이는 아무것도 안 먹어서 걱정이었는데, 이제 잘 먹는다. 녀석은 먹고 싶을 때 먹는다고 고집을 피운다. 역시 나를 닮은 구석이 조금 있는 듯하다. 


솔직히 상을 받으면 신이 난다. 왠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처럼 말이다. 그런데 또 다른 면으로는 훨씬 더 압박감을 느낀다. 더 잘해야 한다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행여 잘못된 행동은 이런 상에 누를 미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살면서 실수하거나 잘못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걱정이다. 

책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할 도리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상 이름이 중요한가? 그냥 기분 좋은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더 잘 해야 할 것이데 또 걱정이 밀려온다.

아이들과 시상식을 빠져나오며, 기념사진을 남긴다. 회관에 걸려있는 그림들이 모두 명작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왠지 좋아 보이고 포근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입술을 꽝 다문 모습이 우습다. 아마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아들이 찍어준 사진인데 웃지 않아서 별로다. 역시 웃음은 모든 사람을 좋게 만드는 묘약이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기분 좋게 만드는 묘약이다.

이제 딱딱한 시상식이 끝나고 국회를 돌아보기로 했다. 작은 녀석은 늘 저렇게 뛰어다닌다. 나중에 달리기 선수라도 하면 좋겠다. 학창 시절, 늘 뒤에서 1,2등을 다투던 나의 뜀박질을 정훈이는 가볍게 뛰어넘어버린다. 아내도 중간쯤 했다는 달리기. 정훈이는 앞에서 1,2등을 한다고 하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아마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아이들에게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좋은 부모는 아이를 아이 그대로 바라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나도 그런 부모의 한 명인가보다.  

배트맨 날개를 휘날리면서 신나게 달린다. 훈서는 달리기에 재간이 없는 모양이다.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배드민턴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공차는 것을 좋아한다. 배드민턴은 제법 치는 편이라 이런 면은 나와 조금 닮은 듯하다. 역시 아비는 자꾸만 나의 장점을 아이에게 찾고, 단점을 아이에게 보완시키려 한다. 

헴 헴. 그러지 말자. 아들과 나는 별개의 존재이며, 한 인간이다.

국회를 배경으로 찰칵! 44년을 살면서 처음 가 본 국회. 녀석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줄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고향 마을을 벗어나는 일도 엄청난 일이었다. 작은 마을이 삶의 전부였기에 이런 곳에 온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물론 부모님도 그랬다. 사는 게 바빴고,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6 남매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었다. 이해한다. 그때는 그렇게 살아도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견문을 넓힌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삶을 살지만, 난 늘 부모님께 최고의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그 마음은 결코 쪼그라들거나 변하지 않는다. 아마 좋은 부모는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현금이나 선물로 부모의 사랑을 보답해서도 안된다. 자주 찾아뵙고, 자주 전화드리고, 자주 부모님을 생각하는 데서 시작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훈서도 합류했다. 훈서도 내가 쓰던 핸드폰을 사진기 삼아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글과 사진은 아주 좋은 기록물이다. 늘 지금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기록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기록은 나의 역사로 충분하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남은 유일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살짝 드러내 본다. 그냥 놀러 가고 싶다는 말이니 오해는 마시길. 

아내도 가고 싶은가 보다. 경비가 지키고 있어 가서 물어보지도 못했다.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조차. 지금 생각하니 참 등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어보고 안되면 말 걸. 

소나무가 예술이다. 아내는 꽃이 좋단다. 나는 나무가 좋다. 물론 꽃이 피어야 나무도 생명을 얻지만, 이상하게 나는 화려하게 피었다 쉬이 사라지는 꽃보다 늘 그냥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좋다. 어쨌든 인간은 식물에게 늘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 

음! 김대중 대통령이 심었다는 화합의 나무. 다른 대통령의 기념목은 보지 못했는데, 아마 당시의 정치 상황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인과 국회의원이 잘 협력하고 견제해야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편안하고 부모는 부모 노릇하기 좋아지고 아이들은 자식 노릇하기 좋아진다. 좋은 부모는 환경적 영향을 받지만,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저 상징물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면서 답 없는 결론은 '멋지잖아.'라고 웃으며 마무리했다. 태극을 어깨에 진 강렬한 인상의 남녀들은 국회는 국민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회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국회도서관으로 출발. 산책하기에도 좋다. 국회도서관에서 바라본 국회의원 회관. 건물 참 좋다. 

국회도서관 참관만 하기로 했다. 열람도 해보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절차가 있어 시간상 다음 기회로. 물론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사진 촬영은 자제해 달라는 말에 여기서 끝. 그리고 다음은 우리의 서울, 경기 돌아다닌 추억을 조금 남겨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등부 경제 교육 기본 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