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도착 시간을 알 수 있다니!
(2020년 3월 30일에 써 놓았던 글)
중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 가고 오기 위해서는 한 시간에 세 네 대 있었나 싶은 버스를 타기 위해 대략 기억하는 도착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나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한참을 타고 가서 내린 후 또 다른 버스로 갈아타거나 30분 가까이 걸어 올라가야 했기에, 평소보다 15분 20분 이상 늦어지거나 사람이 많아 놓치거나 하는 날에는 결국 전지전능하신 엄마님을 호출해서 차로 달려야 했다.
요새 출근하러 버스를 타러 나가 보면 기다리는 사람이 몇 없다. 사실 나부터도 시간 확인하고 맞춰 나가긴 하지만, 버스가 도착하기 약 1분 30초 정도 전 부터 학생애들이 기가 막히게 확 불어난다. 기술의 사용법을 확실히 알고 있고 잘 활용하면서도 과거의 경험에 의한 불안이랄까 혹은 쉬 사라지지 않는 마음 속에 남은 원칙, 우려 같은 것 때문에 조금은 일찍 나가 서 있는 나에 비해, 그들은 훨씬 더 손 안의 기기에 대한 신뢰가 큰 것일테지 (사실은 내가 조금만 마음을 놓아도 확 아주 많이 늘어지는 인간이라 더 긴장하고 서둘러야 하기에 그러는 것이지만).
좋은 세상이고 고마운 기술의 발전이다. 이런 혜택을 이런 편함을 나이드신 분들도 동일하게 잘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을테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 저항은 최소한 내가 세상에 새롭지 않은 크기 만큼 어렵고 크기 마련이니 갈수록 격차는 앞으로의 세대간에도 커질 것 같다. 70대 80대 어르신이 VR을 쓰실 수 있을까? 나도 어지러울 게 걱정되는데. 명절 기차에서 서서 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노인분들이란 얘기도 있지않나. 내가 70세 80세가 되었을 때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올 것이며 나는 얼마나 억울한 경우를 당하게 될까?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된다. 돈 뿐만 아니라 젊음 또한 편안한 인생의 조건이 되어가는건가 싶은, 좋지만 냉정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