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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Jul 29. 2023

[Na의 여행]-외전 야끼니쿠 원정대

오사카 여행 2박 3일 야끼니쿠집 탐방기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일본 전통음식을 못 먹었던 우리는 매우 실망하여 저녁만은 기대하고 있었다.

"방씨, 오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나오면 야끼니쿠 먹으러 가자."

방씨와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몸을 기대고 있던 나는 어느 야끼니쿠 집을 들릴지 검색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방씨는 P인지라 나에게 일임하고 탈진해서 찾아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선택사항을 주었다. 

"무한리필 갈래?" 나는 많이 먹지 않지만 심리적인 요인으로 무한리필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방씨는 내가 적게 먹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그냥 가게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 보통 4~500엔대의 가격대를 본 우리는 가성비가 좋은 무한리필집으로 향했다.


에에카테이 난바점

우리가 갔던 쿠시카츠 다루마의 옆 골목에 바로 위치해 있었다.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오사카에 약 2~3주 여행하는 내 중학교 동창이자 친구가 있었는데 아주 우연하게도 일정이 겹쳐서 여기에 와보라고 언질을 주었지만 그들의 일정 상 방문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내 친구가 이곳을 알고 있을 정도로 여기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가게였다. 평점은 3.8점으로 좋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생각보다 점원이 친절했다.

단품으로도 주문할 수 있지만 보통 세 가지의 선택사항이 존재했다. 30개의 품목에 대한 무한리필, 거기에 더한 술 + 음료수 무한리필 마지막으로 고기와 음료수만 무한리필이었다.

나는 술을 전혀 안 먹기 때문에 3,250엔짜리 고기 음료 무한리필을 2개 주문했다.

* 참고로 방씨는 술을 먹지만 나와 같이 밥을 먹을 때는 먹지 않는다.

솔직히 일본이 우리나라처럼 무료로 기본찬들이 나오는 문화는 아닌 건 알고 있지만 소스만 달랑 있는 것을 보면 약간 쓸쓸해 보이긴 했다.

처음에 두 접시의 고기들이 나오고 여기서 추가로 주문하여 가져다주는 형식이다.

이 중에 눈길이 가장 끌리는 건 왼쪽 사진의 우설로 얇게 슬라이스 되어 후추와 깨가 뿌려져서 나왔다.

고기는 냉동을 약간 해동한 상태인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고기들이 전부 마블링이 있어 한국 사람들이 익숙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보면 야끼니꾸는 한국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입맛에 가장 맞는 일본식의 음식이지 않을까 싶다.

고기 위에 미소된장이 뿌려져 있는데 솔직히 향이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고 왜 뿌려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로 잡맛이나 냄새를 잡기 위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한다.

첫 점으로 우설을 구워 먹었다. 예상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으로 간장에 살짝 찍어먹어 보니 꽤 많이 리필해서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재주문을 위해서 어눌한 영어를 사용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리필이 되는 30가지 품목은 따로 주문지에 적혀있었고 우설은 빠져있었다.

많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먹고 다른 고기들도 주문하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그릇에 없는 것들 중에 주문할 수 있는 선택지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오지 않은 선택지들 보다는 소고기의 Short rib, Loin이 맛이 있었다.

처음 주문 시 받은 메뉴판의 뒷면을 보면 우설은 무료 메뉴가 아니고 돈을 주고 추가 주문을 해야 한다.

우리가 받은 접시 외에도 돼지 간이나 곱창을 주문했고 익숙하지 않은 간을 시킨 건 방 씨와 같이 후회했다.

그러다 방씨가 미끌거리는 간을 실수로 놓쳐서 철판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방씨 먹기 싫다고 버리는 건 어글리 코리안 아니야?"

"아니 이거 그냥 떨어진 거야"


억울하듯 말하지만 은근히 잘되었다는 그 표정에 어이가 없었다.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중에 옆 테이블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바로 1m 정도 떨어진 테이블에 40대 초, 중반 정도의 젊은 어머니가 짧은 스포츠머리의 젊은 아들과 중학생정도 돼 보이는 딸과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학생들 한국사람이죠?"

"네 저희 여행 왔어요, 그리고 직장인이에요~"


그러자 놀란 듯이 이야기하고 실제 나이를 들었더니 세명 다 놀랐다.

사실 둘 다 상당한 동안이라, 반응은 솔직히 다소 건방지게도 예상은 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물이 흐르듯이 이어졌다.


어머니의 오지랖이라고 판단한 아들이 말리긴 했지만 오히려 나는 이런 상황이 매우 정겨웠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닐 때에도 동네 어른들은 옆집이나 애기들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을 보면 많이 참견을 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옆 집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3자에게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들도 많이 사라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들이 갓 제대해서 가족 여행으로 온 것으로 우리와 같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갔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권을 사지 않고 줄을 서서 5개 정도의 어트랙션을 탔다고 들었다. 솔직히 그걸 듣고 매우 놀랐다 줄만 해도 엄청나게 길었는데 그걸 다 서면서 그만큼 탔다면 상당한 멘털과 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행일정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어머님이 내게 말했다.


"여기 양념이 물리지 않아요?"


"네 맞아요 많이 먹으니 물리네요"


사실 일본에서 고기를 찍어먹는 간장뿐만 아니라, 간장 베이스의 모든 것들이 많이 먹으면 물렸다.

지난번 쿠시카츠를 먹으러 갔을 때도 서비스로 나온 규스지도 그렇고 소스도 처음에는 맛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느끼하기 시작했다.


"여기 고추장이 좀 있는데 드릴까요?"


사실, 식당을 가면서 예의상 다른 음식들이나 무언가를 챙기고 먹은 기억은 없지만 안 그래도 너무 느끼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어머님이 젊으신대도 불구하고 뭔가 정겨운 느낌이 있어 단번에 부탁을 드렸다.

그러자 락앤락 통에서 고추장을 떠서 우리 접시에 덜어주셨고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모자라면 더 드릴게요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젓가락을 든 손으로 자부심이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는데, 감사의 인사를 드렸고 고기와 같이 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수제 고추장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집에서 어머니가 만든 고추장도 웬만하면 피했고 브랜드 입맛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먹기 힘들다고 느껴왔었지만 웬걸 일본에 와서 기름진 것들을 많이 먹다 보니 뇌 속에서 입에 집어넣으라는 신호를 주고 있었다.

맛은 물론 브랜드 고추장과는 단정한 맛과 차이가 크지만 더 달면서도 수제 고추장의 부담스러운 메주, 된장맛이나 그런 것이 적어서 매우 좋았다.


하지만 고기보다는 야채와 어울릴 것 같은 고추장이라고 생각하고 위에 무한리필 메뉴판에 있는 양배추를 시켜서 먹었더니 정말 잘 맞는 조합이었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건, 약간의 여행 정보나 감사의 인사 밖에 없었으나 웃으면서 인사하고 떠나는 고추장 어머니와 가족들의 인사는 이번 첫 일본 여행을 풍족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해당 가게는 일전에 혐한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주인장을 직접 보았지만 그런 기미도 없었고 대다수가 한국인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만약 오사카에 다시 온다면 가성비로 꽤 괜찮아서 다시 방문할 생각은 있다.


이렇게 외전까지 오사카 여행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많이 봐주시는 구독자분들 감사드리며, 나중에 다른 여행 이야기나 에세이, 소설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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