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간 <조직의 생존을 결정하는 MZ 리더십>을 여기계신 분들께 먼저 시리즈로 선공개드립니다
‘직장이 곧 삶’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에게 직장은 ‘재미’를 넘어 ‘성장’하기 위한 ‘자아실현의 무대’입니다. 현재의 일에서 성장과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느덧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합쳐 직장 생활 24년차가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부딪치는 곳이다 보니 그동안 참 많은일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월급을 꼬박꼬박 받으며 아이를 키우고, 대출금과 카드값을 갚을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회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조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도 가장 힘들었던 것도 결국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조직 내에서 힘든 프로젝트를 하며 하루 종일 골방에서 파워포인트 장표를 만들어도 상사의 “고생했다” 말 한마디에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반면 조직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지만, 조직에서 내가 부정당한다고 느낄때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을 정도의 자괴감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결국 직장인은 ‘사람에 울고 사람에 웃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일은 힘들어도 사람만 맞으면 밤을 새워도 일할 수 있는 것이 직장인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미생’ 드라마의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도 대기업을 떠나 중소기업에서 뭉친 팀원들은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되는 ‘사람’의 앞단과 뒷단에는‘조직문화’가 있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라는 말이있습니다. 회수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사람 또한 자란 환경에 따라서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합니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오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오는 구조와 같을 것입니다. 좋은 토양을 가진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안 좋은 조직문화는 금방 사람들을 물들입니다. 썩은 사과가 있으면 과일 상자 안의 다른 과일도 다 썩게 되는 이치입니다. 조직문화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회사의 목숨줄과도 같은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존 코터 교수는 연구를 통해 조직문화가 충만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매출 성장률이 4배, 주가 성장률이 12배, 수익 성장률이 7.5배 높다는 결과를 도출해냈습니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먹는다
이 말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말입니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전략’보다‘문화’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구성원의 의식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으면 어떤 전략이든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가 왜 중요한지 말하자면 입이 열 개라도 부족합니다. 기업은 이윤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이루고 초일류 기업은 그들만의 초일류 문화가 있습니다. 초일류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최고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부단한 혁신을 거쳐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삼성 스타일’, ‘현대 스타일’,‘구글 스타일’을 봐도 초창기 창업주로부터 시작한 경영 철학이 수십년을 이어져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조직문화입니다. 저는 운이 좋아 이렇게도 중요한 조직문화 관련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해왔고, 최근에는 조직문화TF팀을 총괄한 적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내 행사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나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라는 유명한 책의 이름처럼 정말 멋지고 신명 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절대 쉽지 않다는 생각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더 커졌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고, 조직의 크기와 업종에 따라 고유한 문화가 다르고, 내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기도 합니다. 더욱이 조직문화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추상적인 것이기에 이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며, 70점만 받아도 준수하다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조직문화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련 서적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리더십 책에 비해 조직문화를 정의 내리는 책은 많지 않았고, 있어도 해외 번역서여서 한국의 고유한 조직문화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조직문화를 토대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이런 시구가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본질을 인식하기 전 무의미한 존재였던 ‘그’는 명명에 의해 의미와 존재 ‘꽃’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이는 우리 직장인의 소망을 나타내는 듯 합니다.
오늘도 꽃이 되고 싶지만, 사람에게 상처받고 조직문화에 실망한 나머지 내적 갈등과 함께 사표를 만지작거리는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신구세대를 떠나 오늘도 ‘존버’하는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에게 존경심과 함께 이 책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