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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May 29. 2024

두바이 초여름 생존기

5월 두바이는, 이미 체감온도 47도


5월은

Spring이야, Summer야?


7살 아들이 물었다. 한국 같았으면 봄일까,  여름일까 잠시 고민을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확답을 내린다.


썸머야 썸머.

그것도 핫 썸머(Hot Summer).

5월 두바이의 뜨거운 태양




나는 한국의 5월이 좋았다.

겉옷없이 좋아하는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플랫슈즈를 신고 멋을 내기 좋았고, 어디를 가도, 춥지도 덥지도 않던 푸릇한 5월 특유의 기운이 좋았다.

내가 사랑했던 5월의 한국


에버랜드는 장미 축제를 시작하고, 한강엔 그늘막과 돗자리가 가득했다. 우리 역시 샌드위치, 용가리 치킨, 거기에 무알콜 하이네켄 한잔까지 챙겨 공원으로, 한강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아빠와 비눗방울 놀이, 공놀이를 하며 뛰어놀았고, 나는 그늘막에 누워 밀린 드라마를 몰아 봤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숲바람, 강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5월은 육아도 푸릇푸릇했다. 





그랬던 우리의 5월이, 비행기로 고작 9시간 날아왔다고,  사막도시 두바이의 40도의 더위와 함께 사뭇 달라졌다.




5월, 두바이 여름의 시작점


여름만 있을 것 같던 두바이도, 꽤 계절의 구분이 뚜렷하다. 사막 카페들이 문을 여는 11월~4월까지는 우리나라의 봄,가을같이 온화하여 날씨가 꽤 좋다.


하지만 5월부터 기온이 점차 올라가 40도를 가볍게 넘고, 더운 날씨는 10월까지 계속되고, 이 때를 여름이겠거니 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여름의 시작점에 서 있다.



5월에 41도라는 숫자가 낯설다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도착한 2시 30분. 이미 기온은 41도다.


사막도시아니랄까봐, 바람은 사막 한가운데 온풍기를 튼 것처럼 뜨끈하고 탁하다. 태양은 살이 따끔할 만큼 뜨겁고,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바로 뜨기 조차 힘들다. 습도가 낮은 데도 이렇게 더울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뜨끈뜨끈한 두바이 하원시간


강력한 두바이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싫어 늘 린넨 소재의 긴팔을 입던 나도, 이제 민소매옷을 안 입을 수가 없다.


에어컨을 1초만 꺼도 땀이 주르륵 흐르고,  핸들은 만지면 "앗, 뜨거워! 란 말이 그냥 나온다.


"더우니까 빨리 타",

"더우니까 그냥 가자",

"더우니까 집에 있자",

"더우니까,더우니까, 더우니까!"


아이들에게도 무슨 [ 더우니까 ] 로봇처럼 반복적 명령만 내린다.


인생에서 이렇게 '뜨겁다', '덥다', '숨 막힌다' 라는 단어가 연속적으로 머리를 가득 채웠던 적이 있었던가?


나도 믿기지는 않지만, 이것이 내가 사는 사막도시 두바이의 여름, 그것도 초여름의 이야기다.




두바이의 새로운 카페를 찾아 다니던 재미에 빠져있던 나 역시, 아무리 실내는 에어컨이 세게 나온다 해도, 주차장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풍이 싫다. 가능하면 집-학교의 일정 외에는 아무것도 잡지 않는다. 

24시간 후끈후끈한 두바이 주차장

두바이에선 에어컨 온도를 설정해 두면, 에어컨이 켜졌다, 꺼졌다 하며 기가 막히게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그래서 에어컨을 끌 필요가 없다.


집에 있는 동안 잠깐의 환기를 제외하고는, 뜨거운 공기가 훅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도 꼭 닫고, 에어컨을 자동모드로 켜뒀다.

두바이 온도조절 장치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하고 있는 이마르 EMARR 에서 지은 아파트로, 에어컨 이용료는 모두 무료. 정말 다행이지 아닐 수 없다. 5월이지만 에어컨을 끄고는 살 수가 없는 곳이라니.


한국에서 더운 나라라고 이고 지고 온 선풍기는 무용지물.  여기에 바람을 틀어봤자 강력 온풍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한 번도 튼 적이 없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문을 닫고 바라보는 5월 두바이의 바깥 풍경, 만개하는 여름꽃들 덕분에 그림같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우리가 찾은 여름의 해법은 수영, 수영, 또 수영이다. 


두바이 대부분의 집들은 단지 내 공영 수영장을 가지고 있어, 플레이 데이트도 수영, 방과 후 수업도 수영, 아무 일도 없는 날은 그냥 우리끼리 수영을 한다.  

수영,수영,수영


수영을 못하는 나도 발이라도 담그고, 이 더위를 조금씩 덜어내 본다.


그래도 덥다, 더워.

심심한 평양냉면 한 젓가락만 했으면 딱 좋겠다.


여름의 시작부터 이러하니, 우리는 한국으로 잠시 돌아갈 여름 방학을 손꼽아 기다린다.


다가오는 50도의 여름을 피해 갈 수 있는 본국이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일 줄이야. 출국일이 며칠 남았나 디데이를 세는 일 역시, 두바이 5월몇 안되는 행복한 일상 중 하나다. 


육아도, 사랑도, 인생도 마음대로 쉽게 안 된다지만, 여름 날씨만큼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게 어디 있을까? 인공비도 만들어내는 40도의 초여름 두바이에서, 새삼 깨달음을 얻는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체감온도 47도에 순응하며, 아이들을 차에 후다닥 태우고 집으로 돌아와, 땀에 젖은 아이들과 잠시 수영을 하고, 한국 마트에서 사 온 물냉면을 끓이고, 인천행 비행기 좌석 지정을 마쳤다. 더우니까!


푸릇했던 한국의 5월이 유난히도 보고팠던, 두바이의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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