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112015

포르토

by 로마 김작가

20대 초 그때의 여행은 꽤 치열했다.

여행이 성사되기까지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고 싸워내야만 했다.

그렇게 일주일 남짓의 여행의 날들이 주어지면 절실하게 사진을 찍었다.

여행에 돌아오면 배낭에는 일주일 동안 찍은 필름이 60통이 넘게 들어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이 모일 때마다 현상을 해야했기에 족히 일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현상을 완료할 때쯤 다음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데 신기하게도 1000장이 휠씬 넘는 사진들 속 장면들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이 났다. 어느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싶었던 거다.

그 당시 여행을 하던 난 말이다.


한 달에 세 롤도 채우기 힘들 만큼 로모를 들기 시작하고 100장도 되지 않는 사진들 속 장면들이 기억나지 않기 시작한 것은 삶에 여유가 생기고 여행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치열해지지 않기 시작하고부터다.


포르토를 찍은 필름을 현상하고 난 좀 멍했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 장면들이 사진들 속에 있었다. 순간, 여행이 간절하던 때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삶의 여유로움이 감사하면서도 이상하게 서글픈 기분이 들어버렸다.

photo by LOMO L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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