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그대여, 축제가 시작되었다

포지타노

by 로마 김작가

8화. 그대여, 축제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파산 위기에 놓인 아말피의 아세토 레몬 농장에 대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 아말피에서 며칠을 머뭅니다. 아말피의 튀김집 주인인 루도비코는 우리 가족을 위해 아말피 두오모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집을 제공해 줍니다. 루도비코의 튀김집은 아말피의 외진 골목길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관광객은 전혀 알지 못했던 이 튀김을 우연히 남편이 맛보고 반해 버렸습니다. 튀김집에서 나오면 레몬향이 물씬 나는 요거트 집이 있는데 이 튀김을 먹고 요거트를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습니다. 남편은 이 후 남부투어로 아말피를 향할때면 루도비코네 집을 꼭 알려주었습니다. 남편의 남부투어의 시그니처 코스가 되었습니다. 아말피의 작은 골목안에서 발견한 튀김집에서 갓튀긴 오징어 튀김을 받아들고 후후 불며 맛보며 레몬이 가득쌓인 요거트 집 앞 계단에 앉아 손님들은 여름의 망중한을 느낍니다.


루도비코는 남편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선물은 우리 가족의 여름을 위한 아름다운 집과 할머니가 차려주시는 저녁식사였습니다. 가이드로 여행객이 북적이는 아말피만을 알고 있었던 우리가 진짜 아말피의 여름을 그리워하게 된 것은 모두 이들의 정 덕분이었습니다. 루도비코가 마련해준 집은 가파른 계단 위에 있었습니다. 두 아이를 안고 유모차까지 들고 그 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창을 통해 내려다 보이는 도시는 심장이 터져나간다는 표현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테라스 바로 아래에는 레몬 밭이 펼쳐졌습니다. 레몬밭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며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소박하고 웃음이 가득한 사람들. 수천개의 계단을 오르며 몇 대째 레몬을 재배하는 사람들. 작은 튀김집의 유쾌한 친구들. 우리에게 진짜 이탈리아의 여름을 알려준 이들이 눈물 짓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래 글은 2014년 포지타노의 물고기 축제의 추억을 재구성 하였습니다.


https://youtu.be/KHSnGUNyjao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 일컬어지는

세바스치앙 살가두 의 저서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 의 서문에서 그는 말합니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가보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참 가진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 곳에 살며 보아온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 축복을 참 순수하고 열심히 즐기는 이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굳이 대대적인 홍보와 포장을 하지 않는 그들,

지금의 시대에 있어서 너무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이탈리아는 처음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 보다 세 번째가 더 좋은 곳입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싯구처럼 오래 보니 더욱 사랑스러운 이탈리아입니다.


감히 거장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 말할 수는 없지만……

로마에 살며 찍어둔 사진을 다시 보니 첫해의 앨범엔 무수히 콜로세움이 찍혀 있었느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골목길 사진들이 많아지는 걸 느끼며 처음 당도한 곳에서는 유명하다는 풍경을 담지만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다 보면 이야기를 담게 되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살고 있는 로마를 제외하고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다녀온 작은 해변 마을을 생각합니다.


며칠간의 엄청난 폭우 뒤 완연한 가을이 온 이탈리아,

가을이 오기 전 완벽한 여름의 끝을 수 놓아 주었던 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 입니다.

로마에서 차로 2시간 반, 나폴리에서 좀 더 남쪽으로 30분 정도,

모 항공사 CF에서 달리고 싶은 유럽 1위로 뽑혔던 [ 아말피 해안길] 의 첫 번째 마을입니다.



남부투어로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이 곳으로 향하는 남편은가이드 경력이 20년이다 보니 6000번 이상을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이면 마을전체를 다 둘러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수 없이 투어로 오는 곳임에도

매년 여름 시즌을 보내고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면 단 하루라도 이곳에서 머물고 옵니다.

그럴 때면 마을의 친구들은 과일가게에서도 레스토랑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심지어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연신 크게 손을 흔들어 우리를 반겨주며 소리칩니다.


“오늘은 쉬는 날이야~~?”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다른 유럽에도 너무나 유명한 곳임에도

여전히 그 정겨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그들은 선물 받은 것일까요?

그렇게 언제나 저희에서 행복을 선사해 주는 이 곳에

첫아이를 임신하고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오지 못하면서 언제나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막바지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비추던 너무나 청명한 하늘의 아침 그리운 포지타노로 달려갑니다.

남부의 친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남편 미니미까지 함께 말입니다.


도시 중심 옆의 작은 해변, 포르닐로(Fornillo)에서 밤새 먹거리 축제가 펼쳐집니다.

가을의 추수를 끝내 듯 바닷가 마을의 여름의 끝은

한 해의 가장 풍요롭고 바쁜 시즌의 마지막을 뜻합니다.

지난 여름을 감사하고 또 아쉬워하며 그렇게 그들은 축제로 그 마무리를 합니다.

축제 당일 어부들이 잡아 올린 해산물들로 생선가게 식당

그리고 마을 이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입니다.

말 그대로 동네잔치 분위기랍니다. 저녁 7시를 시작으로 공연과

밤 11시 불꽃놀이로의 마무리까지 흥겨운 축제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당일 새벽 항구로 들어오는 어선들과 중앙 해변에서 펼쳐졌던

생선과 오징어를 다듬는 풍경을 놓친 것은 아쉬울 따름이네요.)


포지타노 향하는 아말피 해안길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너무나 맑아 해안길 끝자락의 카프리까지 선명하게 보이던 날 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놓자마자 점심을 먹기 위해 향한 곳은 ristorante da Adolfo 입니다.


<da Adolfo>

Via Laurito, 40, 84017 Positano, Italia

tel +39 089875022


다 아돌포는 아말피 해안길의 후미진 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곳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작은 보트를 타고 가는 것입니다.

포지타노의 작은 항구에 빨간 물고기를 단 다 아돌포의 보트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이 곳은

바다에 작은 배가 뜰 수 있는 4월부터 10월까지만 문을 엽니다.

우리의 첫 결혼 기념일에 방문한 이후 우리 부부에게 있어 가장 멋진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보트를 타기 위해 내려가는 마을 곳곳에는 저녁에 있을 물고기 축제 포스터가 우리를 반깁니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며 바다에서 바라보는 포지타노,

해안길을 달려 짠~하고 나타나는 마을의 모습도 좋아하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는 그 모습에는 비할 바가 아닙니다.

20세기 초 만들어진 작은 해안길을 제외하면 오로지 뱃길만으로 다다를 수 있는 이 곳을

지금의 우리는 인터넷으로 사진들을 접할 수 있지만

오래 전 전혀 이 모습을 알지 못하고 배를 타고

처음 이 도시를 만날 때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2년 만에 다시 왔음에도 바로 어제 온 듯 편안한 마음에 심장이 뜨거워져 오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리고 있자니 어느새 다 아돌포가 가까워져 옵니다.



1966년 아돌포 벨라는 작은 리우리토 해변의 후미지고 아늑한 공간을 발견했고

이 곳에 다 아돌포라는 식당을 열었습니다.

2007년 부터는 그의 아들 세르조 벨라가 물려받았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의 다 아돌포는 여전히 흥겹습니다.

작은 계단 위의 주방에선 쉼 없이 음식들이 내려오고

서빙을 하는 친구들은 남부 청년 특유의 능글능글함으로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여자손님들에게 유치한 농담들을 쏟아냅니다.

9월말이라 바닷물은 차가울 텐데 꼬마아이들은 정신 없이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해변에서 자갈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맥주와 함께 안티파스토(전체요리)로 카프레제 샐러드를 주문합니다.


인살라타 알라 카프레제(insalata alla caprese)는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바질로 만든 이탈리아 카프리 섬의 샐러드로,

‘카프레제’라고 줄여 말하기도 합니다.

이 샐러드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만에 위치한 카프리 섬의 여름철 요리로,

상큼한 토마토와 부드러운 모짜렐라 치즈, 지중해의 향긋한 바질이 색과 맛의 조화를 이루어

피자 마르게리타와 함께 이탈리아 국기 색을 자랑합니다.



특히 모짜렐라 치즈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생산되지만,

특히 캄파니아 주에서 서식하는 버팔로 젖으로 만든

모짜렐라 디 부팔라(mozzarella di bufala)가 유명합니다.

모짜렐라 디 부팔라는 일반 젖소(cow)의 젖으로 만든

모짜렐라 피오르 디 라테(mozzarella fior di latte)보다

맛과 향이 풍부하고 진하며, 색이 희고 단단합니다.


토마토 바질 모짜렐라를 한입 먹을 먹을 크기로 잘라

그릇에 흥건한 바질 향이 충분히 배여 있는 올리브유를

한번 더 묻혀 입에 한 가득 넣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채워지는 토마토와 모짜렐라의 육즙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

그 신선함과 쫄깃함을 말입니다.


모짜렐라 치즈를 레몬 잎에 올려 구워주는

Mozzarella alla griglia sulla foglia di limone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오늘은 제대로 된 카프레제를 맛보기로 합니다.



우리 눈앞에 나타난 ZUPPA DI COZZE (홍합탕) 홍합껍질을 집게 삼아

홍합알맹이를 쏙쏙 빼먹고 손에 뭍은 소스로 마무리할 때가 최고의 백미죠.



이날 저를 황홀하게 만들었던 하이라이트는 라비올리 봉골레입니다.

저의 옆자리 앉아있던 우아해 보이는 미국인 여성분도 연신 감탄을 하던 소스를 어찌 잊을까요?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로 채워진 라비올리를 반을 잘라 그 속에 소스를 가득 채워 넣고

이젠 맛을 음미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탈리아 디저트의 최고를 꼽으라면

전 무조건 판나 코타(panna cotta)를 꼽습니다.

익힌 크림이라는 뜻처럼 설탕과 생크림을 뭉근히 끓이고

바닐라로 향을 낸 후 젤라틴을 넣어 차갑게 굳힙니다.

크림 푸딩을 상상하면 될 것 같은데요.

단순한 레시피이지만 너무 달지 않는 선을 유지하며

쫀듯한 식감까지 겸비한 판나 코타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정식 레시피의 레스토랑에선

매번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하는 판나 코타를 만나게 됩니다.

레드와인과 카라멜을 함께 넣어 끓인 시럽과의 조화는 최고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를 순식간에 들이키고

나른해진 몸을 의자에 기대어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데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순간 온몸에 퍼져가는 맥주와 에스프레소 탓이었는지

오랜만에 온 이 곳의 여전한 모습 때문이었는지….

이탈리아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고 동시에 주체 할 수 없는 행복감에

우리 둘은 조용히 손을 잡고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그 순간에 그저 취해갔습니다.



내년 여름의 다 아돌포를 기약하며 다시 보트에 오릅니다.

다시 포지타노 해변에 도착해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항구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던 우리를 주세페가 부릅니다. 보트에 타겠느냐고..

물고기 축제가 열리는 포르닐로 마을까지 작은 산길을 따라 걸어 갈수도 있지만

이 날만은 마을의 작은 보트들이 중앙해변과 포르닐로로 사람들을 무료로 실어 줍니다.

그 첫 보트에는 저녁 제대로 흥을 달궈줄 공연 팀과 악기들이 올랐습니다.

보트에 우리 가족도 함께 올랐습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해변은 아직 한산했고

해변의 바의 처마에는 각각 그들이 담당한 메뉴들이 걸려있었습니다.



물고기 축제의 메뉴는 매년 동일합니다.



Insalata di polpo

문어 샐러드- 남부의 문어 샐러드에는 꼭 감자가 들어가는데

감자에는 문어를 부드럽게 하는 성분이라도 들어가 있는 것인가요?

그 부드러운 식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감자와 문어의 조화를 어찌 생각해냈단 말인가요!!!



Saute di cozze

홍합탕 - 진짜 진짜 맛있었습니다.

정신 없이 먹고 보니 사진을 찍지 않아서 다시 가보았더니

그 많던 솥들에 가득했던 홍합들 다 어디로 간 것인가요..


Tubetti e totani

오징어를 넣은 짧은 파스타 – 펜네가 반으로 잘린 듯한 모양의 파스타에

오징어와 토마토로 맛을 낸 소스가 들어갑니다.

분명 토마토 소스인데 어릴 적 엄마가 해준 오징어 조림 맛이 나는 건 왜일까요?



Totani e patate

감자를 넣고 끓인 오징어 스튜- 비록 비쥬얼은 이와 같지만 하루 종일 끓인 듯 깊은 맛의 걸쭉한 소스 굿!


그리고 남부 음식의 하이라이트!!



Frittura di paranza

해산물 튀김 – 오징어부터 생선튀김까지 축제 내내 해변에는 튀김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튀겨진 앤쵸비를 통째로 입에 넣는 순간의 풍미란!!

정신 없이 먹다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한참을 고생했단 후문입니다……ㅠㅠ



먼저 두 개로 나눠진 부스에서 티켓을 구입합니다.

한 장당 5유로, 저희는 종류별로 맛보기 위해 요리티켓 5장과 와인과 레몬첼로(레몬으로 담근 남부 전통 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주류 티켓 1장을 더 구입했습니다.

하늘에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순식간에 해변은 사람으로 가득 찹니다.

역시나 가장 인기 많은 코너는 튀김!!

세 군데나 부스가 만들어졌음에도 어딜 가나 기다리는 줄이 끝도 없습니다.



동네 잔치라서 그런가요? 마을 어르신들은 당당히 새치기 하시며 심지어 새로 튀김이 나올 때면

“어이 누구~~ 오징어 새로 나왔네 더 줘~” 라며 좀처럼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 짓고..

어쩐지 모든 풍경들이 정겹기만 합니다.


열심히 튀겨내는 것은 어른들의 몫,

튀겨진 생선과 오징어들을 쟁반에 분배하는 것은 소년들의 몫입니다.



레스토랑 다 아돌포의 며느리이자 지금의 주인인 세르죠의 부인이기도 했던

아만다 테버러의 18년간의 포지타노 삶의 기록이 담긴 책 [하늘빛 아말피를 걷다] 에서 아말피의 남자들을 이렇게 묘사하였습니다.


마르코(그녀의 아들)는 포지타노의 아이로 무럭무럭 자랐다. 해변에 있는 다 아돌포는 아이에게는 작은 천국이 되어주었다. 나폴리 지방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대게 그렇듯 마르코도 일찍부터 돈을 벌었다 .네 살 무렵에 해변에서 주운 특이한 모양의 조약돌 위에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고는수건 위에 진열해 놓고 레스토랑 고객들에게 팔았다.

일은 거의 안 해도 느긋한 나폴리 남자라는 명성은 아말피 해안 남자들한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게으름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다. 여름 성수기에는 노동 강도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이는 내가 아말피에서 지내면서 직접 목격하고 겪은 바다. 이곳 남자들은 여름 한철에 집중해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돈도 벌어야 하고, 즐겨야 하고, 찾아오는 친구들도 상대해야 하고, 애인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늦게까지 일하고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날에도 이 모든 것을 해야 하니까.

아말피 남자들은 열심히 일하고 더욱 열심히 논다. 1년에 최소 6개월은 일주일 내내 이렇게 생활한다.하지만 이런 생활을 해도 그들은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멋져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달려나가는 남자의 에너지도 멋지지만
자신이 태어나 성장해온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는 그들에게선 빛이 납니다.


'살인적'이라고 표현한 노동의 시기에도 절대 놓지 않는

자신 스스로의 삶과 사랑에 대한 열정에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마을들을 여행하다 보면 동네 골목길에서 쪼그리고 앉아

자신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놓아두고 파는 꼬마 애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작은 레고나 돌 조각 등 50센트 정도의 가격을 적어둔 모습은 미소를 짖게 합니다.

마을 축제에서 한 몫 해내고 있는 소년들과 그 꼬마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저 작은 순간에서부터 삶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것만 같아 대견해 보였습니다.


해변에는 완전히 어둠이 깔렸고 어느새 해변을 꽉 채운 인파들

끊임없이 작은 보트들은 사람들을 실어 나릅니다.

작은 부두에 배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10명이 넘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 찬 인상적이었습니다.



곧이어 공식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O' Pazzariello' 가 해변에 발을 내 딛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던 저에게 한 이탈리아 남자가 다가와 그를 아느냐 묻습니다.

나폴리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축제가 시작되거나 새로운 식당이나 가게들이 문을 열면

'O' Pazzariello' 가 그 곳의 주인을 알린다고 합니다. 현대판 광대 같은 것일까요?

19세기 시작된 이 의식을 이어가고 있는 마지막 분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인간문화재로 생각하면 더욱 쉽지 않을까요?


악단들과 해변을 돌며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해변 중앙에서는 공연이 시작되면서 축제는 절정에 치닫습니다.

너도나도 모여 함께 춤을 추고 사람 많고 흥겨운 노래를 좋아하는 아들은

흥을 이기지 못하고 박수를 치며 축제를 즐깁니다.



마지막 불꽃 놀이까지 해변에서 즐기고 싶었지만

너무 적극적으로 축제를 즐기던 아들은 지쳐 잠들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합니다.

잠이든 아들과 유모차를 짊어지고 마을 위쪽에 위치한 숙소에 힘겹게 도착한 우리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창 밖으로 엄청난 폭발음이 쏱아지시작합니다.

창을 여니 밤하늘에서 지중해로 별이 쏱아집니다.

축제의 끝을 알리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장식합니다.


불꽃을 감상하는 바다 위 수많은 보트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의 배경이이었던

포지타노를 직접보기 위해 떠나온 여행에서 마지막 이런 말을 남깁니다.

영화 속에서 마르첼로는 프랜시스에게 레몬첼로가 25퍼센트의 설탕과 75퍼센트의 알코올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삶의 맛도 혹시 그와 같은 게 아닐까. 25퍼센트릐 행복과 75퍼센트의 불행, 혹은 환희 4분의 1과 권태 4분의 3.

레몬첼로의 값을 치르려고 가방을 뒤지던 손에 비행기 표가 걸렸다. 다음날 오후 2시 30분. 내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거기 적혀 있었다. 갑자기 포지타노의 사랑스러운 거리가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차를 타고 마을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해변에 가기 위해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와 남매를 함께 차에 태워 마을 아래까지 내려왔습니다.

로마에서 살다가 지금은 포지타노 위쪽 마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빠를 돕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우리에게 딸아이가 뛰어와 명함을 건네어 줍니다. 레스토랑 명함입니다.

그녀가 손을 흔들며 다음에 꼭 오라고 외칩니다.


포지타노를 바라봅니다.

우리에게 있어 이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이 도시는 신기루가 아닙니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 항상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마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written by ian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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