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실무강자

시칠리아

by 로마 김작가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손종원 봤니? 너무 멋져.]

친구가 답했다.

[넌 최강록이지.]

!!

[뭐래? 웃기네. 지만, 멋진 남자 하려고!]

손종원이 탈락했다.

흑백 요리사 결승의 날이 왔다.

떡볶이에 만두까지 한 상을 차려 경건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청했다.


최강록이 우승했고 난 울었다.

그런 나를 보고 이안이 말했다.


그럴 거면,
최강록이랑 결혼하지 그랬어.


순간, 친구가 떠올랐다.

아, 맞네. 그녀와 나의 이 길고 긴 우정의 비결.

긴 세월 동안 우리의 남자 취향은 겹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이안도 아부지의 인스타 피드에 글이 올라왔다.


와… 부정하고 싶었는데 남자취향…

나 가이드 인간과 결혼했네.


2026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쳇 gpt로 사주를 봤다.

내 사주에 반드시 챙겨야 하는 아군이다.

가장 중요 ..뭐니…


내 주변에 입 닫고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

아! 딱 한 명 있네.

이안도 아부지.


조용한 실무 강자.

이안도의 기나긴 여름방학 동안 나와 아이 둘은 2개월 이상 한국에 머문다.

그 여름의 이탈리아가 얼마나 뜨거운지 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여름이 가이드에겐 불같은 성수기다.

나도 가이드를 해 봤으니 여름의 투어 후 가이드가 얼마나 기진맥진하는 줄 알지.

그런데 투어가 없는 날이면, 이안도 아부지는 어김없이 시칠리아로 날아갔다.

강도 높은 투어와 시칠리아를 오가며 몇 번의 여름을 보낸 이유는 하나다.

그는 오랜 시간 시칠리아 투어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고 정말 만들었다.

시칠리아 투어.

20년 넘는 경력에 반 백 살이 넘어서도 가이드 현역에 뛰면서 여전히 새로운 투어 코스를 만드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과정을 일일이 말하는 나라는 사람은

말없이 과정을 통과하는 그를 이해하긴 어렵지.

다시 태어나도 조용한 실무강자라는 표현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 거다.


말이 없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

어쩌면 말없는 고민이 더 깊은 고민일지도 모른다.


그 짙은 시간을 통과해
멋진 투어가 탄생했다.


그나저나 남부왕자가 시칠리아까지 접수하면

남부황제 아닌가?

아이코, 맞다. 맞다!

내가 말을 안 한 게 있네.

나 시칠리아 한 번도 안 가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