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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상식 #31 <이도메네오>

by 모차르트

by 마마뮤

'약속'이란 그야말로 개인과 개인 사이에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맺는 합의를 의미하는데, 이 합의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뒤따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반드시'라는 부분에서 눈을 감아 버리는 때가 많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누구보다 사실상 아이에게 하는 약속이란 그것이 꼭 지켜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행해야 할진대,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남발하는 게 약속이 돼버린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이도메네우스 장군은 이렇게 꼭 지켜져야 할 약속을 사람도 아닌 신과 해버렸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리스 장군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크레타로 향하던 이도메네우스의 배가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 난파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위급할 상황에 놓였으니 어떤 약속인들 안 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자신이 무사히 크레타에 당도하게 된다면, 배에서 내려 가장 첫 번째로 마주치는 사람을 재물로 바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대개 먼 여행에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반겨줄 사람들이란 대부분 나의 가족이나 친구일 텐데, 이도메네우스가 참 경솔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죠. (물론, 가깝지 않은 사람이라고 재물로 막 바쳐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만...)


본디 스토리란 난감해야 갈등이 일어나는 법, 이도메네우스가 가장 먼저 마주친 사람은 다름이 아닌 자신의 아들이었습니다. 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어기고 아들을 지켜야 할지, 도무지 결정할 수 없는 엄청난 갈등에 시달리게 되지요.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젊은 날의 모차르트가 오페라를 만들었습니다. 모차르트의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피가로의 결혼'이나 '돈조반니' 같은 작품들은 종종 무대에서 만나볼 기회가 찾아오지만, '이도메네오'는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모차르트의 숨겨진 보석입니다. 그가 고작 25세의 젊은 날에 패기와 천재성을 마음껏 펼쳐놓은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죠.


작품에 얽힌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고 작품의 전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상세한 스토리는 언제나와 같이 수다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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