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대하여

소홀히 대함을 경계

by marina



우리 하루의 일상은 다이내믹한 변화 속에서 생활하기보다 대부분 자잘한 일과가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정에서의 일도, 사회에서의 역할도, 대부분 일률적으로 큰 변화 없이 반복되기에 그 연속성이 익숙함으로 귀결되어 거부감 없는 편안함과 안온한 감정을 느껴 그러한 일상을 더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사람 간 관계에서도 그렇다. 익숙함은 낯가릴 필요도 없고, 탐색할 필요도 없으며, 많은 생각들을 공유하기에 스스럼이 없고 부담도 덜 갖게 되어 편안한 교류를 하게 된다.

일하는 과정에서도 작업의 익숙함은 반복성이나 적응으로 학습효과가 나타나 대부분의 일이 수월하고 원만하게 해결되므로 실수가 적고, 숙련도가 향상됨으로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한결 가벼워진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의 익숙함은 적응과정의 불편함과 부적응이 배제되므로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아 갈등의 요소도 줄어들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 일상은 평온이라는 혜택을 선물 받게 된다.


반면 새로운 변화에서 오는 기대와 설렘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는 것 같고, 늘 비슷한 일상 속에서 쳇바퀴 돌듯이 일상이 반복되는 나른함이나 지루함은 감수하여야 하며, 이는 때로 나태의 동기가 되기도 하여 일상 탈출과 같은 변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 일탈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람의 마음에는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마음과, 눈에 익은 것에 대한 편함을 요구하는 양가 심리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일이나 사물에 대한 익숙함과 편안함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반면, 그 심리에서 오는 구태의연함이라는 심리적 반응과 충돌함으로 인해 변화를 추구하려는 내재된 욕구가 분출, 새로운 방향의 길을 탐색하고 성취하려는 심리도 있다. 즉 익숙함과 변화라는 양면의 길에서 편함도 즐기고, 새로운 방향으로의 설정을 모색하기도 하여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가의 마음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기도 한 것 같다. 한결같이 편한 길 걸어가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이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방향의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도 있어, 꼭 사물에 대한 익숙함에 모든 사람이 다 편안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또한 익숙함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 너무 편한 길을 걸으려다 보면, 도약의 계기를 스스로 박차게 되어 전반적 방향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며, 제자리걸음은 결국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연 도태되는 결과를 양산할 수도 있기에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사물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불편한 감정보다는 편안함을 주기에 정신건강에도 더없이 좋다. 그러나 무감각해지는 감정에는 태클을 걸 필요가 있기는 하다.


일상에서의 익숙함을 소홀히 다루다 보면, 늘 보고 겪고 행동하는 생활이기에 무심함이 가미되어, 아름다운 것을 봐도 그 가치를 모르고, 귀한 것을 봐도 귀하게 여기지 못하며, 또한 소중한 것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감사함이 당연함으로 인지되는 어리석음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불편한 감정들을 공유하며 사는 생활 속에서도 그 감정들에 익숙해져 그 폐단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은 분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가령 부모와 자녀 또는 형제자매 간은 혈연관계로 맺어진 아주 소중하고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로 서로 생각들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다독이며 거의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 그러나 이 귀한 관계가 너무 익숙해지고 친밀해지다 보면, 의지와는 다르게 소홀히 대하는 경향이 반드시 생기게 된다.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정 충돌도 많아져 서로 반목하기도 하며, 경계가 없어져 예민한 감정선을 넘나들게 되어 그로 인한 서먹한 감정이 쌓이다 보면 서로 다투기도, 외면하기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에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조심하고 경계하지만, 가까울수록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익숙함과 친밀함에 대한 긴장 상태는 늘 유지하여야 실수도 없고 분쟁도 줄일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일상에서 어떠한 동기부여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에 따라 계획하고 행동하게 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성향이나 지향하는 바에 따라 익숙한 일상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 변화무상한 일상을 동경하기도 하며, 고정되어 있는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려고도 한다.

활동적인 부류의 사람들은 안주하는 생활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일상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요구는 연륜의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젊음은 일생의 짧은 순간에 평등하게 주어지는 크나 큰 선물이다. 또한 젊음의 선물 앞에 놓인 선택지는 수도 없이 많으며, 다양하고, 다채롭다. 하여 도전의 의지는 젊음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의지 분출이며, 머물러 있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역동적이며, 다이내믹하다.


반면 연륜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에 어울리는 선택지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삶의 무거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세월 무게가 깊어지면 그에 따르는 제약은 더 많아질 것이고, 성취의 한계는 숙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이내믹한 변화보다는 안주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익숙함이 편안함이 되는 것이다.


익숙함은 새로운 시작에서 오는 긴장과 고단함을 노력의 결실로 쟁취한 편안함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익숙한 감정을 적절히 잘 다루어 그 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

익숙함으로 인한 편함이 소중한 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함을 경계(警戒)하여야 하며, 그 가치가 희석되지 않도록 경계(境界)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언제나 곁에 머물 것 같은 익숙함도 언제나 곁에 머물지 않으며, 우리가 누리는 익숙함과 편함의 혜택도 언제나 누리는 보장이 아님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고, 늘 깨어서 살펴야 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더불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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