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겠다던 불독을 닮았던 친구는, 스무 살을 갓넘겨 다시 만났을 때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졸린 눈만 비비다가 자율학습이 끝나면 그저 밤공기가 좋다는 것으로 환한 웃음을 짓던 불독을 닮았던 친구는, 그 시절 시의 요소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듯 다시 만났을 때는 경찰이 되기 위한, 아니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요건을 나열했다. 나는 다만 불독을 닮았던 친구가 시를 말할 때도, 시험을 말할 때도 잔뜩 찌푸린 그의 미간과 두터운 입술만 바라봤고 그것의 의미보단 그가 무엇이든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살다가 아주 가끔 이유 없이 그가 그립기는 한데 불독을 닮았던 그의 얼굴이 그리웠던 것은 아닐 테고, 늘 무엇인가 되고자 했던 다만, 두터운 그의 입술이 그리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