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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07. 2016

위대한 실패

사실 그는 어마 무시한 통속성을 가진 작품들을 줄곧 발표했는데 그것이 통속성이 가진 마력인지 또는 통속성에 살짝 가미된 그만의 애잔함이 더해서인지, 따지고 보면 십여 년이 넘도록 별반 차이 없는 작품에도 꾸준히 열띤 응원과 호응을 하는 열성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자주 종종 길을 잃어 처음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때가 많고, 그럴 때는 처음의 의도조차 불손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그가 줄곧 유지하는 통속성은 소위 말하는 천부적인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창성이라는 것도 어느 날 천지개벽하듯이 나타난 작품이 아니라 기존의 위대한 예술작품을 비틀고, 의심을 품고, 부정하는 가운데서 생겨난 것이라고 보면 누구도 그 영향을 부정할 수 없고 세대가 거듭될수록 독창성이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꿈을 꾸는 허황된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통속성에 살짝 가미된 조미료처럼 영악하게 취한 그의 제스처가 여전히 매력을 품은 채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은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릇, 예술가는 불가능한 꿈을 꾸는 존재가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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