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얼마 전 카드 유효기간이 다가와 재발급을 요청했다. 며칠 뒤 새로 발급된 카드의 외모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그냥 있었던 카드 같았다. 변한 것 없이 늘 있던 카드처럼 지갑에서 자리를 차지했고 그렇게 새로 바뀌었다는 걸 잊어버리고 지냈다..
외출을 다녀와서 이것저것을 챙기는데 오늘은 뭘 했는지 시간이 더 늦었다. 샤워 후 좌욕기에 몸을 녹이며 책을 읽었다.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몇 년 전부터 구독 서비스받고 있어서 자연스레 꺼내 읽는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잠자리로 자리를 옮겨 다시 읽으려 열었는데 도서가 조회되지 않고 서비스가 종료되었다고 알려준다. 반듯하게 펼쳐져 있던 몸이 ㄴ자로 꺾였다.
뭐지?! 조금 전에 분명히 읽고 있었는데 지금은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니, 심지어 종료되었다니! 무슨 일이지 싶어 서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보통은 다른 서비스의 경우엔 결제가 중요한 문제라 문자라든가, 톡으로 알림이 온다. 하지만 여기는 메일로 결제가 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뒤늦게 발견한 메일은 그렇게 해지되었음을 알렸다. 저녁 시간에는 메일 확인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 미처 알 수 없었다.
메일 내용은 오늘 3회에 걸쳐 결제 시도를 했으나 모두 실패하여 구독 해지되었다. 다시 구독하려면 아래 페이지에서 결제를 진행하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카드! 얼마 전 새로 바꿨던 카드로 결제 변경을 해놓지 않았던 거였다. 아뿔싸! 그래서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정상적인 서비스에서 벗어나 있었다. 결국 다시 결제를 위한 카드 등록을 해야 했고, 사라진 책을 찾아야만 했다. 그나마 리스트는 남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놀란 가슴은 이유를 알고 나서야 안도감으로 변해갔고, 혹시 하는 생각에 바뀐 카드로 결제되고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3개의 서비스가 동일 카드로 결제되고 있었다. 카드를 모두 변경하고서야 밤은 마무리되었다.
별생각 없이 받아만 두었던 카드로 인해 생긴 변화는 하나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변화는 내가 미처 모르는 곳에서부터 흘러들어와서는 앞으로 나아간다.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하고, 생각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일어나는 변화는 없다.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고 또 이어져 있다. 그래서 다음엔 좀 더 주의하는 걸로. 얼른 자야지. 다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