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동안 들었던 글쓰기 강의를 나오며 남기는 기록
밤새 뒤척였다. 머리가 가려워서 자다 일어나서 긁었다. 퀭해진 얼굴로 식탁 앞에 앉아 아이들 밥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심코 머리카락 한줄기를 쭉 뽑아냈다. 어릴 때 생긴 습관이었다. 비듬이 생겼나, 모래가 끼었나 손끝으로 잡히는 알갱이를 보다 깜짝 놀랐다. 뭉툭한 배를 가진 새까맣고 큰 미생물, 물어보고 검색할 것조차 없이 30년 전 그 머릿니였다. 쌀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퉁퉁한 배를 손톱으로 누르면 뚝! 소리가 나서 어머니는 뚱니라고 불렀다. 으악! 벌떡 일어나 욕실로 달려갔다. 짧은 머리를 빡빡 감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샅샅이 말렸다. 크고 작은 머릿니들이 적어도 10마리 넘게 수건에 묻어나왔다. 욕실에 하얀 수건이 쌓여갔다. 눈앞이 하얘졌다. 며칠 전부터 가려웠지? 손가락을 헤아렸다. 일주일을 넘겼다면 저 뚱니가 내 머리카락에 알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그날 아침, 머릿니를 내 머리에서 뽑아낸 건 순전히 어릴 때 생긴 습관 때문이었다. 열 살 이전의 기억들 대부분이 내 방어 기제 속에 사라졌지만, 머릿니와 관련된 몇 가지 기억과 습관은 30년 가까이 남아있었다. 머리를 긁다가 손톱 끝에 아주 작은 이물질이 느껴지면 엄지손가락을 들이밀어 머리 밖으로 잡아낸다. 그게 머릿니가 아니란 걸 확인하는 3초간의 무의식. 그 습관이 진짜 머릿니를 앞에 두고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겠지. 고향만큼이나 멀어졌던 머릿니가 내 머리에 찾아왔고, 아이들 머리에 알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