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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l 04. 2022

혹시 나도 카페 진상 손님?

카공족,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오늘은 왠지 갑론을박이 많을 것만 같은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카공족'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여러분들도 이 글을 읽으시면서 카공과 카공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정말 신박한(?) 단어를 들었습니다. 바로 '카공적합도'라는 것이었는데요. 어떤 블로거께서 다양한 카페를 다니면서 그 카페가 '카공'에 얼마나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적어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그저 재미있었지만, 만약에 내가 카페 주인이었다면 뒷목을 잡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동안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에 들어가기 전에 '카공족'이라는 단어가 이미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이라고 바꿔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사장님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달갑지 않은 손님이거든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3시간에서 4시간가량을 떠나지 않는 손님들은 식음료를 파는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회전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인 테이블 기준으로 커피 2잔에 케이크 1조각을 평균 가격으로 계산하면 약 14,000원(아메리카노 4,000원*2+케이크 6,000원) 정도 나오지요. 약 1시간마다 테이블이 순환된다고 가정하면 하루 동안 그 테이블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최소 10만 원 이상입니다. 그러나 보통 카페에서 작업을 시작하면 최소 3~4시간은 훌쩍 지나버리는데 주문한 음료가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이라면 사장님 입장에서는 꽤나 손해가 되겠지요. 


이렇게만 보면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나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우리 대부분이 '카공'의 경험이 있고, 거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위와 같은 상황을 생각하며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카공족이라며 욕하기에 바쁘죠. 그리고 사실 위에서 회전율을 가정한 상황은 매우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매일매일 모든 테이블이 30분에서 1시간마다 순환이 되고 가득 차는 카페는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그러나 조용한 평일이 아니라, 손님들이 밀려들어오는 바쁜 주말 같은 때에 공부한다고 4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있는 카공 손님 때문에 2인 이상의 손님들이 발길을 돌린다면 확실히 눈총을 받을 만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카공족을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처럼 꼭 전공책과 노트북, 필통 등을 펼쳐놓는 것만이 '카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트북을 펴서 작업을 하는 회사원이나 프리랜서, 그리고 저처럼 카페에서 글을 쓰는 모든 손님들은 '카공'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꼭 같은 돈을 지불하고 같은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전공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눈칫밥을 먹고, 정장을 입고 작업을 하는 회사원들이나 저처럼 글을 쓰는 것 같은 작가들은 눈치를 덜 받습니다(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의견입니다. 아니라면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생각해보면 신기하지 않나요? 대체 뭐가 다를까요?



저는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손님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의 첫 번째 문제(?)가 분위기 조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윗 단락에서 언급했던 신기한 현상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굳이 돌려 말하지는 않을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카페에서 두꺼운 책을 넓게 펴고 가방과 필기구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으면 왠지 모르게 스터디 카페나 프랜차이즈 같은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개인 카페의 사장님들은 인테리어를 할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적당한 높낮이의 의자와 테이블, 이야기할 때 방해가 되지 않을 만한 음악, 감각 있는 액자와 소품 등을 신경 써서 준비합니다. 정말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그런 자리에서 두꺼운 책과 노트북, 쿨러, 멀티탭이 돌아다니면 그런 밸런스가 다 깨져버립니다. 반면에 그런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책 한 권을 읽는 모습과 노트북 하나로 작업하는 모습, 두 세명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꽤나 어울리죠. 


학구열 가득한 모습과 적당한 텍스트를 읽고 쓰는 행위가 다르다는 것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 전체의 인테리어 밸런스를 깨는 손님이 오랜 시간 머문다면 호스트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죠. 


두 번째로는 한 두 마리의 미꾸라지들 때문입니다. 사실 음료를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카페에서 공부를 하던 폰 게임을 하던 이야기를 나누던, 글을 읽거나 쓰던 다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간섭을 하면 안 되겠지요. 간간히 인터넷에 보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쪽지를 건넨다거나 하는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가방이나 책을 자리에 두고 밥을 먹으러 나갔다 오는 경우도 있지요. 아무리 음료에 대한 금액을 지불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 대한 소유권 또는 사유할 권리를 구매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행위에 대한 매너는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런데 이런 좋지 않은 시선이 꼭 손님에게만 있을까요? 저는 카페 사장님들에게도 일련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손님들에 대한 비난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은 사장님들의 책임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 역시 정당하게 음료를 구매한 손님인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죠.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들이 있습니다. 사실 누구든 집에서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긴 쉽지 않죠. 수많은 유혹들이 있거든요. 그러나 카페에 가면 일련의 사회적 관중 효과와 더불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집중도와 의지가 더 강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를 찾아오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카페를 오는 사람들 중에서는 한 잔을 시켜서 세네 시간 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리고 혼자서 4인용 테이블을 사용하는 것도 카페 사장님이 싫어할만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러 장사를 망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장님 입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그런 인식을 사회에 알리고 자연스럽게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저 카페 사장인 내 마음에 들지 않고, 장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 채 '나쁜 손님'이 되는 현상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합리적인 선에서 윈윈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 가는 것은 좀 더 나은 시민이 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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