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대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다

문제는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크게 자란다

by 개취만취

왼쪽에는 현실, 오른쪽에는 상상, 그리고 문제라는 동그라미는 거의 전부 상상의 영역에 걸쳐 있다. 현실과 겹치는 부분은 고작해야 조그만 붉은색 조각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머릿속은 이 조각을 무시한 채, 마치 세상 모든 문제가 현실을 집어삼킨 것처럼 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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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상상의 공장

문제는 현실에서 태어나지만, 그 크기는 상상이 증폭한다. 예를 들어 내일 있을 발표. 현실의 문제는 “슬라이드에 오타 하나 있다” 정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상상은 거기에 기름을 붓는다. “저 오타 때문에 청중이 나를 무능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승진이 막히면? 인생이 망하면?” 결국 현실의 불씨가 상상 속에서 산불이 된다. 우리의 뇌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이자, 악명 높은 공포 영화 감독이다.


상상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물론 상상은 필요하다. 대비책을 마련하고, 최악을 가정하며,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문제는 상상이 현실보다 주도권을 잡을 때다. 그 순간 우리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존재하지 않는 문제와 싸우느라 에너지를 소진한다. 현실의 오타 하나를 고치면 끝날 일을, 밤새 잠을 설치며 망상의 괴물과 씨름하는 것이다.


철학적 아이러니

이 단순한 그림은 묘한 진실을 드러낸다. 인간은 상상 덕분에 문명을 쌓았지만, 그 상상 때문에 늘 불안을 떠안고 산다. 즉, 문제의 상당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라는 이름의 허상 속에서 부풀려진다. 진짜 문제보다, 문제를 상상하는 능력이 우리를 더 괴롭히는 셈이다.


걱정은 리허설, 해결은 무대 위에서

문제는 대부분 상상 속에서 커진다. 그러나 실제 삶은 무대 위에서만 흘러간다. 상상은 리허설일 뿐, 무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니 문제 앞에서 필요한 건 “상상하지 말라”가 아니라, “상상을 현실과 구분하라”는 것이다. 현실의 작은 붉은 점을 직시하고, 나머지 원은 과감히 지워내는 용기. 그것이 우리가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갈 수 있는 기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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