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에세이 <그 정도면 더럽게 희망적인 겁니다>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가치 있는 '생각'과 "말"을 전하는 출판사, 따옴표입니다.
따옴표의 첫 책 출간 소식을 알리며 그간의 출판 과정을 간략하게 나눕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579596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5733569
출판사 신고
출판사는 신고제라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요. 구청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얼마 안 있어 출판사 신고 확인증을 받았습니다. 기뻤죠. 설렜고요. 출판사 신고 서류를 작성하기 전까지 출판사 이름을 얼마나 여러 번 바꿨는지 몰라요. 이름 정하기가 제일 재밌고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출판사명(따옴표)과 법인명(코쿤)이 달라서 여기저기 확인을 하러 다녀야 했습니다. 담당자들의 설명이 다 달랐거든요. 다행히 별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최근 동네책방들과 출판사들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2023년 기준 등록된 출판사 개수가 8만 곳 가까이 된다고 해요. 한 해 발간되는 신간 도서의 수는 63,000권 정도 되고요. 어마어마하죠?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마다 책의 바다에 빠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따옴표가 정식으로 등록되어 거인의 어깨 위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고 쓰기(저자 구하기)
출판사는 책을 내는 곳이죠. 책을 내려면 작가를 구해야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책 쓰기를 가장 원하는 사람을 작가로 섭외했습니다(제 자신이요^^). 여름부터 원고를 썼습니다. 동네 음식점 화장실에서 발견한 똥에 강렬한 영감을 받아, 더러운데 더럽지 않은 묘한 에세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자에게는 인세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대부분의 1인 출판사들은 소자본으로 시작합니다. 돈이 없죠.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습니다. 텀블벅을 시작하면서, 예의상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했던 10개의 글들을 내렸어요.
브런치북 연재를 하면서 미리 독자들의 반응을 좀 보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책 내용(똥 이야기)도 그렇고 제목이 조금 험해서 그런지 조회수가 한 두 자리에서 왔다 갔다 했었어요. 그나마 서른 명가량 있던 구독자도 한 명 줄었고요. 삶이 더럽게 힘들고 똥 같아도 살아 있는 우리는 여전히 희망적이잖아요? 엄청나게 희망적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인 거죠. 이 얘기를 하려다 보니 이만한 제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독자의 반응에 굴하지 않고 텀블벅으로 넘어갔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이죠.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책이 만들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책 목업 이미지(모의 사진)가 필요했습니다. 포토샵을 할 줄 몰라 Canva라는 온라인 디자인 제작 사이트 이용해서 만들었어요. 이제 곧 텀블벅 후원자님들께 선물 배송까지 하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책에도 이 부분을 강조했지만, 작은 성공 경험이면 희망하기에 충분합니다. 이 작은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인스타그램 광고
책을 만들면서 인스타그램 광고를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용도 서툰데 광고까지 하게 됐네요. 기껏 낑낑대며 광고 영상을 만들었는데 배경음악 저작권 문제로 광고가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봤을 땐 허탈했습니다. 팔로워를 어떻게 늘리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계속하면 나중에 쓸모가 생길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이 글을 보시는 분들 팔로우 부탁드립니다(이 인간이 앞으로 어찌되나 보자는 마음이어도 괜찮습니다^^) @manet_choi
책 디자인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상당한 금액(수 백만...)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것도 직접 해봤어요. 위에 보이는 표지에 변기 이미지가 있는 게 이해가 되시죠? 제가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유튜브와 관련 책을 찾아보며 하나씩 배웠어요. 김효선 작가님의 <인디자인 북디자인>이라는 책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성심이> 채널에서 많이 배웠고요. 이번에는 에세이 컨셉 덕분에 디자인을 단순하게 할 수 있었지만, 만약 다음 책을 자기계발서로 한다면 제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크몽이나 다른 곳 통해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점 계약 및 정보 등록
ISBN을 받고, 인쇄를 맡기고, 서점들과 계약을 했습니다. 서점 홈페이지에 있는 책 관련 여러 가지 정보들은 모두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내용들이에요. 책소개 문구도 멋지게 넣고 싶은데 그것까지 다 챙기기 어려워 적당히 넣었습니다. 어쩌면 제일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북토크
1인 출판사에서 책 만들기까지는 어찌어찌 잘하는데, 보통 그다음은 많이 헤매는 것 같아요. 책을 발행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한 해 6만 권 이상이 쏟아지는데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고 합니다. 책을 쓰면서 북토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알아봤습니다. 그러다 책의 컨셉과 딱 맞는 곳을 발견했어요! 수원에 있는 화장실박물관 <해우재>에 컨택을 했고, 제안을 좋게 봐주셔서 북토크를 진행하기로 했답니다. 첫 책의 첫 북토크네요. 이 또한 희망을 키우는 작은 성공 경험입니다. 해우재에서도 이런 형식의 북토크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해우재는 주로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방문해 똥과 화장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에요. 똥-희망-심리 이 세 가지가 연결되기 쉽지 않은데, <그 정도면 더럽게 희망적인 겁니다>에서 과감히 시도해 봤더니 이런 기회도 열리나 봅니다. 첫 북토크를 상징적인 곳에서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빵꾸똥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에게 어떤 똥 이야기로 시작해야 가장 재미있을지 구상 중입니다^^
출판사 운영 멘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먼저 그 일을 해본 사람을 찾아보면 시간이 단축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도움을 얻은 곳은 네이버 카페 <1인출판 꿈꾸는 책공장>이라는 곳이에요. 비슷한 주제로 고민하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저 같은 완전 초보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1인 출판사 창업 관련 도서들도 찾아서 꼼꼼히 읽어봤어요. 책만큼 좋은 멘토가 없죠.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출판사의 첫 책>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출입구 평대에 잘 보이게 놓여 있었죠. 열 곳의 출판사 대표님들을 만나 어떻게 출판사를 시작하게 됐고, 첫 책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들을 인터뷰한 내용이었습니다.
열 분의 대표님과 인터뷰를 마친 작가님은 서문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출판사의 첫 책은 (본인들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제 눈에는) 출판사 대표와 서로 닮아 있었습니다. 책 만드는 이야기를 듣고 추측해 보건대, 책에 각자의 초심을 녹일 때 대표 자신도 책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한결같이 영혼을 갈아 넣어 책을 만들어 내니 당연한 결과겠지요.
이번에 나온 따옴표 출판사의 첫 책 <그 정도면 더럽게 희망적인 겁니다>를 생각해 보니 정말 저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지난 6개월 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잘 왔네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나갈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