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청더 여행_중지에
점심을 먹고 나니 다음 행선지인 청더행 열차가 출발하기 전까지 서너 시간이 남았다. 남는 시간 동안 간단히 선양을 둘러보기로 한다. 서쪽에 시타西塔라는 코리아타운(이라기보다는 조선족타운에 가깝다)을 가거나 북쪽에 청 태종 홍타이지의 묘역인 북릉공원을 갈까도 고민했지만, 그냥 기차역과 가까운 중지에中街 (동부지역) 일대를 둘러보기로 한다.
중지에는 선양 최대의 번화가이다. 선양이 동북 지역에선 가장 큰 도시이긴 하지만, 동북 지역 자체가 그렇게 발전된 지역이 아니다 보니 중지에도 그렇게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큰 대로변에 대형 쇼핑몰 몇 채가 늘어서 있는데 한국의 명동 혹은 신도시에 있을 법한 여느 로데오거리를 연상시킨다. 지금 와서 보니 심심하기 그지없는데 유학 당시에는 왜 그렇게 여길 못 와서 안달이었는지... (당시 살던 기숙사가 워낙 깡촌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날씨만큼은 화창해서 걸을만했다. 확실히 선양은 한국보다 북쪽에 위치한 동네라 그런지 여름인데도 날씨가 선선하다.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동북 지방의 더위는 습하지가 않아서 햇볕이 뜨거워도 살만한 편이다. 물론 살만하다는 게 쾌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걷다 보니 목이 마르면서 시원한 밀크티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밀크티 가게를 하나 검색하여 찾아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새 없어진 것일까? 영문을 모른 채 밀크티를 포기하고, 대신에 과일 주스를 파는 전문점인 HEYTEA에 갔다. 포도 슬러시 같은 음료를 주문했는데, 진짜 포도알이 들어가 있어 신기했다. 평소에 과일 주스를 잘 안 먹는 데, 그 이유는 대부분 너무 달달한 맛이 강해서였다. 그런데 이 음료는 심심한 맛이 오히려 내 입맛에 맞았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의 수확.
마침 중지에 인근에 선양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인 선양고궁이 있어 오랜만에 방문해보기로 한다. 위의 사진들은 고궁 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이다. 특히 위에 사진은 화단을 조성하는데 그냥 화분 여러 개를 갖다 놓는 투박함에 충격을 먹어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