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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줄리 Oct 15. 2015

Slowly But Surely

Like a Cup of Tea

여자 나이 서른은 서글픈 나이라고 말들 하지만 내 나이 서른 넘어 나는 오히려 풋날들의 조바심이나 불안함들을 내려놓고 더 자유롭고 더 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나이에 바들바들 떨지 않으리...스스로 다짐하고 맹세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내가 차(Tea) 맛을 알게 되고 그 향에 빠지게된 시기와도 같이한다.


내 인생에 차(Tea)는... 제법 흥미로운 무용담에 혼돈의 카오스 같았던 20대를 뒤로 하고 (그저 내 딴엔) 조금 성숙하게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무렵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늘 고수해오던 아메리카노 더블샷이 속에 부대끼게 되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점점 자주 마시게 되었고 더 가까이에 두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회사 생활에 소위 '짬밥'이라는게 쌓이고 동시에 반복적인 월급쟁이 노릇이 좀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가까이 둔 차(tea)를 좀 더 전문적으로 알고 싶다는... 이게 왠 오랜만의 지식 충족에의 욕구가 들어버렸고

... 자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울살이 전세입자 & 월급쟁이로서는 부담이 큰 학원비를내고 주말 반납을 해 가면서 '티 소믈리에 Tea Sommelier'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무리수(?)를 두었더랬다.


계획 없이 저지르고 본 일이라서 그랬을까...막상 '티 소믈리에'라는타이틀을 따고 나니 찰나의 뿌듯함은 옆집 개나 줘버렸고... 오히려 왠지 모를 허탈함에 휩싸였다.


나는 달라진 게 없었다.

나는 여전히 직장인이고 매일 매일 올림픽대로를 따라 출근하고 퇴근했다.

'티 소믈리에'라는 신분은 내 스스로가 원하지 않은 베일에 쌓여 도무지 나타날 기미가 없었다.


가끔 들어가본 홍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Tea든지 Tea ware든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많이 경험한 분들이 계신 듯 했고 내 열정도 내 지식도 미약하고 힘 없어 보였다. 강의 듣고 공부하고 시음하고 평가했던 과정 속에서 뭐라도 될 듯 했었던 나의 설레임은 오간데 없어졌고 곧 모든 게 다시 달아날까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 느낌이 들 때 마다 어떤 종류와 상관 없이 차를 사 마셨다.

마음이달래졌다.


다시 조바심을 가라앉히고 다짐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빠른 결과는 없더라도 천천히...그렇지만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그게 결론이었고, 이 블로그인지 브런치인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Slowly But Surely

강렬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자기가 품은 향을 오롯이 전달해주고야 마는 한 잔의 차(Tea) 처럼.


- 옆집사는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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